“병원 주식회사?”

평화뉴스
  • 입력 2005.05.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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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료진단 3>노태맹.
..."병원의 영리 법인화, 이게 의료개혁인가?"
"시장으로 내던져진 질병은 흥정의 대상이 되


하나의 도식:
푸코의 말처럼 자본주의 발전은 몸이란 요소의 활용성과 유순함뿐만 아니라 그것의 성장과 강화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자본의 후견자로서 국가는 개개인의 몸에 개입하고 훈육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개개인은 몸으로서의 자본주의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강화하고 양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건강의 문제를 축으로 두 개의 주체와 두 개의 욕망이 존재하는데 국가는 지배 체제의 틀 한계 내로 그 몸과 건강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개개인은 그 한계를 벗어나 가능한 최대의 양생을 기획하려 한다.

또 하나의 도식: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전은 이러한 근대 초기의 도식과 다르게 실제적으로는 그 역의 욕망을 발생시키는데, 국가는 자신의 체제 속으로 최소한의 것만을 품고 나머지는 뱉어버리려고 한다.

또, 개개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험하는 자신의 한계를 무기력한 형태로나마 국가 속으로 투입하여 해결하려고 한다. 푸코가 말한 개입과 훈육을 국가는 상징화되고 내면화된 형태로서만 내재화하고 개개인은 자신의 몸을 뱉어내는 국가에 대해 절망하거나 스스로 국가의 역할을 떠맡음으로써 자신을 양생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대한민국도 전 국민 보험의 시대를 넘어 선진의 길로 들어섰다!
'OECD 국가들은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지출 수준을 낮추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우리도 '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에 맡기고,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하여 국민들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앞당겨 공급'해야 한다고 대통령 이하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4월 자원 배분 원칙을 천명했다.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선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보건복지부는 5월 13일 병원의 영리 법인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 서비스 육성을 위한 과제를 발표했다.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고 의료를 산업화 하겠다는 게 골자이다. 그러면서도 추임새처럼 실현 의지도 없는 공공의료의 확충은 꼭 끼워 넣었다.

도대체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고 의료를 산업화 하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
이 개념은 의료 서비스가 돈을 주고 사고 파는 상품의 하나이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제 국가가 개개인의 몸을 국가의 틀로 품지 않겠다는 것이다. 옳다. 그렇다면 이제 시장으로 내던져진 질병은 흥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놀랍게도 보다 많은 질병을 가질수록 사용 가치가 높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개념은 현재의 공보험 체계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민간 보험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하긴 요청도 하기 전에 그것은 이미 엄청난 물결로 들어와 있다. 특히 올 8월부터 들어오게 될 개인 실손보상 민간의료 보험 상품은 병원과 직접적인 거래를 시작함으로써 대체형 민간의료 보험 도입의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를 최소한이나마 지켜 주던 건강보험이란 울타리의 붕괴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영리 병원이 허용되고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이 주를 이루는 미국의 경우 GDP 의 14%를 의료비에 쓰면서도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적절한 의료 보장을 받지 못하고 4500만 명 이상이 평생 의사 얼굴 한번 쳐다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이 의료 불평등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인가? 그런가?

국가는 의료의 공공적 성격과 공보험 체계를 신자유주의적 성향 속에서는 도저히 삼킬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것을 몽땅 뱉어내어 버리려고 하고 있다. 국가의 속이야 편안하시겠지만 시장에 내뱉어진 힘없는 국민들은 그저 막막하고 먹먹할 따름일 것이다.

병원 주식회사!
이 놀라운 신축 건물 안에서 우리는 질병을 사고팔고 우리의 건강마저 사고팔게 될 것이다.
환자도 의사도 그 건물의 주인이 아니다. 그 곳의 주인은 자본이라는 ‘빅브라더’, 얼굴 없는 주인님이시다.

물론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연일 국정에 노고가 많으신 노무현 정부를 탓하지는 말자.
의료도, 질병도 산업인지라 민간 보험으로 국정의 무거운 몸통을 잘라 던져버리시겠다니, 오죽 마음 아니 시원섭섭하시겠는가? 머리도 없이 두 동강난 채 꿈틀거리는 가난한 몸통이야 제 살아갈 운명이 분명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분명히 정리해 두어야겠다.
한때 노무현 정부를 우리는 개혁 정부라고 불렀는데, 개혁이 이 모양이라면 개혁이라는 말의 의미를 바꾸던지, 그의 머리 위에 우리가 씌워주었던 그 어떠한 후광도 벗겨내 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 정부도 더 가볍게 신자유주의의 스텝을 밟고 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디 잘 한번 가 보시라!

노 태맹(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기획국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5월 2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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