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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반성하는가?”

"교육의 이름으로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교사...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는가“
2005년 06월 08일 (수) 12:33:08 평화뉴스 pnnews@pn.or.kr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한지 13년째이다.
그 이전에는 같은 학원 내 여자중학교에서 근무했다. 여자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나 학급생활에서나 아이들에게 나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은 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많은 학생들이 나의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을 실업계 고등학교에 와서야 깨달았다. 나는 학교교육에 순응하는 소수의 학생들과 소통했을 뿐이었다. 어디 수업과 학급생활에서만 소외되었겠는가? 아이들의 삶에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 교사의 마음과 삶에서도 이들은 소외되었을 것이다.

처음 우리학교에 와서 나는 아이들과 참 많이 싸웠다. 싸움의 원인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저마다 삶의 그늘을 가지고 있다.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많고 조부모와 살거나 심지어 혼자 사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더라도 부모님이 생계에 쫓겨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학업 부진도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이 되어 왔다.

나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 현상적인 파악에 그칠 뿐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의 지나온 삶과 문화가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하기에는 많은 거리가 있었다.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가운데 나는 아이들과 많이 싸웠다. 나의 싸움의 경력은 화려하다. 부끄러운 일들이지만 밝혀보겠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수민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옆에 가서 깨우니 화를 내면서 책상을 소리나게 밀치고 슬리퍼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교실 뒤로 나가 쇠로 된 사물함을 소리나게 열어서 교과서를 꺼낸 후, 또 슬리퍼를 소리나게 끌며 자기자리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복도에 나가라고 했다. 나가지 않고 자리로 가기에 나는 그 아이의 윗옷을 잡았다. 그러자 그 아이는 나에게 욕을 하며 자기 옷을 휙 잡아당기면서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더 이상 감당이 안 되어 수업을 마치고 나는 씩씩거리면서 교무실에 와서 교사들에게 사건을 얘기했다.
여러 교사들이 서로 자기도 당했고 또 어떤 교사가 당했다며 그 아이를 성토했다. 결국 그 아이는 여러 교사들에게 불손하다는 이유로 교내 봉사활동을 하고 매일 생활일지를 써서 학생부 교사 및 여러 교과 교사들에게 지도를 받았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사인을 받았다.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 나의 수업에 대해서,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는 교사의 모습..."
"함부로 화내고 벌주고 판단하고,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도덕의 잣대로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평가하고 억압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잘못해서 그 일을 떠올리기조차 부끄럽고 죄스럽다.
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아이가 왜 엎드려 자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라도 자고 있는 아이에게 연민을 갖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진행하고 있는 수업 내용이 ‘그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진실로 그 아이를 위한 것일까’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나에게 그 아이를 복도에 내보낼 권리가 있을까’ 생각하지 않았다.

수민이가 교내봉사활동을 하고 생활일지를 쓰면서 반성하는 동안 나는 반성하지 않았다.
교사들이 그 아이가 벌을 받고 태도가 좋아졌다고 했을 때 나는 더욱 당당하였다.

어느 날 타학교 교사들과 모임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갔다.
그런데 수민이가 거기에 있었다. 식탁을 닦고 음식을 차리고 손님들 시중을 들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10시 정도까지 엄마의 식당일을 돕는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나는 정신이 들었다.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 나의 수업에 대해서,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는 천박한 교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수민이에게 잘못한 것 말고도 많은 아이들에게 부당한 권리행사를 해왔다.
함부로 화내고 벌주고 판단하고 더욱 잘못한 것은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도덕의 잣대로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평가하고 억압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업교육의 현장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얼하고 있는지?
국가가 돌보지 않는 생존의 현장에서 허덕이는 아이들의 부모와 사회가 외면하는 실업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삶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것조차 죄스럽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오히려 배우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통해 내가 많이 배우고 있다.

근대국가는 교육이라는 엄청난 권한을 국민들에게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권한을 국가는 학교에, 학교는 또 교사에게 위임하여 교사는 교육이라는 권한을 행사하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었다.

교사의 막강한 권한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행사될 때가 더 많다.
교사의 부당한 권한 행사는 학생들의 저항이 아니면 통제할 수 없음을 나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나는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이 나를 통제함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고등학교 J교사>

40대 후반의 J선생님은 실업계 고교의 교육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교사의 모습을 반성하며 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6월 1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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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고백 1> - 대구 초등 L교사 ... "교사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교사들의 고백 2> - 구미 중등 L교사 ... "게으른 나를 탓한다"
<교사들의 고백 3> - 포항 중등 K교사 ... "학교는 죽은 시인의 사회"
<교사들의 고백 4> - 영주 초등 A교사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교사들의 고백 5> - 대구 중등 H교사 ... "잘못된 부교재 관행, 이젠 바로잡아야"
<교사들의 고백 6> - 목포 초등 B교사 ... “학부모에게 접대받는 교사들”
<교사들의 고백 7> - 진주 중등 K교사 ...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만 한다”
<교사들의 고백 8> - 안동 중등 J교사 ... "교사는 반성하는가?“

“교사를 찾습니다”

평화뉴스는 2004년 한해동안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연중기획으로 [교사들의 고백]을 매주 수요일마다 싣습니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에게 있으며, 교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무실과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연들.
그리고, 우리 교육계와 학부모,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교사들의 글’을 찾습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남 앞에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백들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대구경북지역 현직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들께서 좋은 선생님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이름은 실명과 익명 모두 가능하며,
익명의 신분은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평화뉴스 (053)421-151 / 011-811-0709
글 보내실 곳 :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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