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물고기는 연못 속에 잠기고, 기러기는 하늘로부터 떨어진다는 뜻으로,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얼굴을 최대한으로 형용하는 말.
[자의]
沈 : 잠길 침
魚 : 고기 어
落 : 떨어질 락
雁 : 기러기 안
[출전]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
[유래]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애인 여희(麗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녀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물고기는 물 속으로 깊이 숨어버리고 기러기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대열에서 떨어졌다[沈魚落雁:침어낙안]'고 하고, 또 '환한 달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꽃은 부끄러워 시들었다[閉月羞花:폐월수화]'고 여희의 미모를 극찬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
"백성들은 소와 돼지고기를 먹고, 큰사슴과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여기고, 새나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다. 이 네 가지는 모두 올바른 맛을 알고 있다. 원숭이는 편저라는 추한 원숭이를 암컷으로 쫓고, 큰사슴은 사슴과 더불어 교미하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더불어 논다. '모장과 여희'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여기는 바이다.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깊이 들어가고, 새는 그들을 보면 높이 날고, 큰사슴과 사슴은 그녀들을 보면 결단코 도망갈 것이다. 이 네 가지 중 누가 천하의 올바른 색(色)을 알겠는가? 내가 보건대 인의(仁義)의 끝과 옳고 그른 것의 한계가 뒤섞여 혼란하다. 내 어찌 능히 그 구별을 알랴!"
여기서 '모장과 여희'의 이야기가 나오고,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깊이 들어가고, 새는 그들을 보면 높이 난다'는 구절에서 '침어낙안'이라는 말이 나왔다.
* 중국(中國)의 사대미인(四大美人)
한편, 중국 고대 소설에 ‘사대미인’이 자주 나오는데, 「침어낙안(浸魚落雁)과, 폐월수화(閉月羞花)는 바로 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용모가 뛰어난 네 명의 미인을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설정하였고,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며, 각각의 칭호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 침어(浸魚) - 서시(西施)
서시는 춘추말기의 월나라의 여인이다. 어느 날 그녀는 강변에 있었는데, 맑고 투명한 강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었다. 수중의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서시는 침어(浸魚)라 칭한다. 西施는 吳나라 부차에게 패한 越王 구천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호색가인 吳王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반해 정사를 돌보지 않아 마침내 越나라에 패망하게 된다.
- 낙안(落雁) - 왕소군(王昭君)
한(漢)대의 왕소군은 재주와 용모를 갖춘 미인이다. 한 원제는 북쪽의 흉노를 다독거리기 위해 그녀를 선발하여 단우씨와 결혼을 하게하였다. 집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았다. 고향생각이 물밀 듯 밀려와서 금(琴)을 탔다. 한 무리의 기러기가 금(琴)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 하였다.
- 폐월(閉月) -초선(貂蟬)
초선은 원래 한(漢) 헌제(獻帝)때의 대신 왕윤(王允)의 기녀였는데, 왕윤은 그녀를 딸과 같이 대하였다. 그녀는 용모가 명월(明月) 같았을 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했다. 어느 날 저녁에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다. 왕윤이 말하기를 "달도 내 딸에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구나."고 하였다. 이 때 부터 초선은 폐월(閉月)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훗날 초선은 왕윤의 뜻에 따라 간신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시켜 동탁을 죽게 만든 후, 스스로 의로운 목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 수화(羞花) - 양귀비(楊貴妃)
당대(唐代)의 미녀 양옥환(楊玉環)은 당현종(唐玄宗)에게간택되어져 입궁한 후로 하루 종일 우울했다. 어느 날 그녀가 화원에 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랬는데,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다. 함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당명황이 그녀의 '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에 찬탄하고는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이라고 칭했다.
* 미인에 관한 명칭 가운데 ‘세골경구(細骨輕軀)’라는 말이 있다.
진나라 때에 석계륜(石季倫)이 미인을 택하는데, 마루에 베를 깔고 향수를 많이 뿌린다.
그리고는 그 위로 걸어가게 하여 발자국이 없는 여인에게는 진주를 주고 발자국이 있는 여인에게는 식사량을 줄였다. 이것을 '세골경구(細骨輕軀)'라 한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와 동서양이 다르다. 현대에는 대체로 고혹(蠱惑)적 아름다움을 제일로 치지만 고래(古來)로 여인의 아름다움은 역시 ‘지조(志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서예가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님의 글입니다 -
* 96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과 <한국 서협 대구지부> 사무국장을지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청봉의 고사성어>를 통해 옛 성현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6월 11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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