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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베끼기 관행으로 또 '오보 도미노'(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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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지역신문, 연합 '공시지가' 오보 따라가
...평화뉴스, "오보까지 베끼나"


지역신문의 베끼기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상북도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잘못 인용한 연합뉴스의 오보를 지역 일간지들이 받아쓰면서 줄줄이 오보가 나온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개별공시지가 공시를 기사화한 것인데 지가상승률이 사실과 확연히 다르다. 보도가 나간 지 보름이 지나도록 해당 언론사들은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지역 지가상승률 오보…보도자료 오독 탓인 듯
연합뉴스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5분 대구발로 송고한 <토지 개별공시지가 대구 61%, 경북 91% 올라> 기사에서 "시군별 지가 상승률(도평균 19.6%)은 안동시가 32%로 가장 높았고, 영천시 26.9%, 상주시 20.5%, 경산시 15.3% 등이며, 구미시가 14.4%로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5분 대구발로 송고한  연합뉴스 기사.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5분 대구발로 송고한 연합뉴스 기사.



그러나 이 기사는 이날 경상북도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볼 때 이내 오보임을 알 수 있다. 경상북도 보도자료 '시군별 전년대비 지가 상승률'을 보면, 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안동시(15.87%)가 아니라 청도군(32.24%)이며, 가장 낮은 지역은 구미시(23.81%)가 아니라 영천시(9.30%)다. 경상북도는 청도군 옆 칸에 '최고상승지역'이라는 표기까지 따로 해놨다.

경상북도가 지난 5월30일 발표한  보도자료
경상북도가 지난 5월30일 발표한 보도자료


보도자료 표 구성을 볼 때, 아마도 연합뉴스 기자는 나란히 배열된 시군별 상승률을 잘못 읽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고 보도한 안동시는 청도군과 나란히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가 구미시 지가상승률이 가장 낮다(14.4%)고 보도한 것은 구미시와 나란히 배치된 고령군(14.42%)의 지가상승률을 잘못 본 것으로 보인다.
매일신문, 대구일보, 경북일보 '연쇄오보'…평화뉴스 매체비평팀 지적
연합뉴스의 오보는 이내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의 연쇄 오보로 이어졌다. 석간인 매일신문이 같은 날인 30일자에서 연합뉴스의 오보를 그대로 답습했고 다음 날인 31일자 조간 경북일보와 대구일보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해당 내용의 문구가 연합뉴스 기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지만 신문들은 자사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 대구신문은 '생뚱맞게' 안동시도 청도군도 아닌 김천시를 지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대구일보 5월31일자 1면
대구일보 5월31일자 1면

매일신문 5월30일자 30면
매일신문 5월30일자 30면



경북일보 5월31일자 18면
경북일보 5월31일자 18면


평화뉴스(www.pn.or.kr) 매체비평팀은 14일 올린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문제는 매일신문, 대구일보, 경북일보의 뻔뻔함, 오보까지 베끼고도 당당한(?) 보도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오보 내고도 정정보도 없어…"베끼기 관행은 죽음에 이르는 병"

연쇄 오보 이후 지금까지 이들 신문들에서 정정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오보의 근원지로 보이는 연합뉴스 또한 마찬가지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이에 대해 "독자들의 '건망증'에 의지해 별 부끄러움 없이 덮어버리는 언론의 구태는 지역신문이 싸구려가 되어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매체비평팀은 "언론이 언어의 쓰임새에 대한 반성도 없이, 자신이 내뱉은 생각들이 던지는 파장에 대한 고려도 없이, 함부로 말하고 쓰고 표현한다는 것이 아찔하기까지 하다"며 "신문의 신뢰는 물론 차별화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베끼기 관행은 신문에 있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합뉴스의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15일 "오보인 줄 몰랐다"며 "기사가 틀렸다면 당연히 고쳐야겠지만 오보임을 알고도 정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대구경북 지역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 편집기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일간지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 달에 2~3차례 평화뉴스에 글을 싣고 있다.
[미디어오늘]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today.co.kr (2005년 06월 15일자 [미디어오늘] 기사.편집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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