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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
<인의협의료진단 7> 송광익
...“국가필수예방접종 보장범위 확대사업을 보며”
2005년 06월 26일 (일) 12:06:23 평화뉴스 pnnews@pn.or.kr
   
정부는 2005년 7월 1일부터 대구광역시와 경기도 군포시에서, 그 지역 거주자 중 12세까지 소아를 대상으로 결핵(BCG)를 비롯하여 8 종류의 기본적인 예방접종에 대해서 보건소뿐만 아니라 병.의원에서 접종을 할 때에도 국가가 대신 접종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
'첨단의료의 메카'로 향하여 질주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업과 '기업하기 좋은 마을' 만들기로 맞장구를 치고 있던 대구광역시가 손을 잡고서 '국가필수예방접종 보장범위 확대 사업'을 함께 벌려간다는 소식에 우선 대구시민으로, 그리고 소아과 의사로서 박수를 보낸다.

미래의 유토피아로만 향한 뜀박질과 무조건 파이 크기 키우기에만 쌍심지를 켜던 눈을 돌려서 뒤늦으나마 힘겨운 오늘을 챙기고 또 다른 소중한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마침 무슨 열병처럼 '황우석 증후군'으로 온 세상이 '미래로, 세계로, 시장으로'라는 구호로 들떠 있는 판국이라 더더욱 반갑게 들려오는 지도 모른다. 그네들이 그토록 목을 매고 있는 경제원리로 따져 보더라도 이는 분명 의미 있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단순하게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고통을 덜어 준다는 의학적이고도 인도주의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언제가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말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챙겨보더라도 인간적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나의 '생활'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생존'이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당장 현실을 둘러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연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요즈음도 꾸준히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로 짐작컨대 호락호락 다른 나라에게 추월을 허락하지도 않을 것 같다.

'결핵의 왕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그 때 그 시절의 후진국에서 과연 얼마큼 선진적인 나만의 풍요가 가능할 것인가? 어디 세상과 동떨어진 무균 처리된 동굴 속에라도 숨어서 온갖 첨단 생명과학이 챙겨주는 기적과 은총을 누릴 수나 있다는 것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이나 약삭빠른 우리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 아니겠는가!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 있어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단순한 질병의 예방이나 사회경제적인 비용의 절감뿐만이 아니라, 장래 개인과 사회의 삶과 건강을 운명 지울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라는 것은 듣기 좋은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나 의료기관이나 '무상 접종'이라는 말에 혹시라도 우쭐거리거나 생색을 내서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겸허해야할 따름이다.
개인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이라는 마땅한 권리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바로 그네들에게 되돌려주는 것뿐인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 푼돈 풀어서 뒷날 엄청난 뒷돈 챙기는, 누가 봐도 남는 장사로 말이다.

덤으로 남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하고 엉성한 우리네 국가보건통계를 모처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 않은가? 제 집 마당 쓸고 공돈 줍고 동네 치사까지 듣는 일석삼조의 횡재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횡재(橫財)라는 뜻밖의 은총은 인간의 욕심과 오만으로 곧잘 횡재(橫災)로 뒤바뀌어 패가망신 당하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아오지 않았던가?

겸허하고 또 겸허해야할 일이다.
마치 배급이라도 받는 행렬처럼 줄지어 충분한 검진도 없이 허겁지겁 예방접종을 하는 광경에 그중 기겁을 하고 불안과 분노를 터뜨리던 의사들이 아닌가? 더욱 가장 예민한 나이의 어린이들에 있어서 단순한 예방접종만이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육아상담과 성장발달검사가 접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던 소아과 의사들이 아닌가? 오늘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언감생심 내일을 위한 예방을 챙길 여유가 없던 20-30%의 어린이들까지 만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다지 않은가?

이웃들의 생명과 건강의 파수꾼임을 자처하던 터에,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하지 않는다는 오명을 덮어쓸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배신감과 분노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 간에 다만 얼마간의 신뢰와 기대감이 있고서야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도대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사 이치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이 좀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무릇 사람의 일이라. 해서 시범사업만큼 더 좋은, 정말 가래로도 막기 힘든 것을 미리 호미로 막을 수 예방접종 방법만한 것도 없지 않은가 싶다.

따지고 보면 예방접종의 근본적인 원리라는 게 바로 미리 가볍게 앓아보고서 진짜 탈이 날 때를 준비하자는 게 아닌가? 병의 원인이 밝혀지면, 이미 반 이상 치료가 되었다는 것은 비단 진료실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의료기관의 전문가로서의 소명 의식에 따라서 우리가 장차 치러야 할 대가와 얻을 수 있는 몫이 정해질 따름이다. 세상에서 그 중 억울한 일이 제 딴에는 애 쓰고 인심 베풀고도 뒤로 가서 욕먹는 일인 것은 개인이나 나랏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해서 겸허하고 겸허하고 한 번 더 겸허해야할 일인 것이다.
송광익( 대경인의협 자문위원, 소아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6월 19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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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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