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

평화뉴스
  • 입력 2005.07.0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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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료진단 8> 김은경.
...“48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우리나라에서 1분 30초마다 1명이 자살시도를 하고, 48분마다 1명씩 자살사고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1990년대 초반까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이후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다시 자살사망률이 증가하여 2002년 기준으로 OECD 국가중 자살사망률이 4위이고, 자살 증가율은 1위를 차지하면서 20대와 30대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30, 40대의 자살 사망률이 증가되면서 사회문제로 부상되었고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령자살자의 비율이 증가되고 있어 가족해체 및 위험사회의 도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자살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어 시대의 변화나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늘 인류와 함께 있어왔던 현상중의 하나다. 19세기말 프랑스 사회학자 Durkheim은 “자살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그는 개인이 속한 사회에 대한 자발적 애착인 ‘사회적 통합’과 개인의 행동에 강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규제’ 사이의 관계가 자살의 주요한 영향요인이라고 보았다.

즉, 사회통합이 약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면 “이기적 자살”이 많이 일어나고 , 반대로 사회통합이 강하여 집단의 규범이 개인에게 강하게 작용하면 “이타적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또한 사회자체가 개인을 규제하는 힘을 잃고 무규범상태가 될 때 ”아노미적 자살”이 나타난다. 여기에 유전학적 소질이나 성격적 특성과 같은 개인의 생물심리학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 및 충동이라는 정신건강 상태를 거쳐 자살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가족의 통합력이 빠른 속도로 와해되고 IMF 경제위기 시기와 최근 경제난국시기를 거치면서 경제나 생활고에 의한 어려움까지 겹쳐 자살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자살증가는 우리사회가 경기침체를 경험하면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자 선진국형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겪는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살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고 가정, 사회,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 안정망으로서 공공부문의 정신보건서비스 체계가 우리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하게 된 것이다. 최근 미비하나마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하였으나 광풍처럼 몰아치는 자살의 전염병을 우선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고, 자살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거시적 정책이 아쉽다.

물론 보다 근본적인 자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생물심리학적 요인이나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대책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요인의 경우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개인 부채의 해결 등은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도시화와 핵가족화, 정보화 등으로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변화 역시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의 빈곤층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 안정망의 확대 등을 포함한 사회구조적 차원의 대책을 고민하고, 다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문화 형성을 위한 사회적 노력은 어렵더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국가의 중요한 의무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자살예방은 사회 전체 구성원의 몫으로 남는 것이기에 향후 TV의 공익광고에 이런 카피(copy)가 뜰 때 눈여겨 보았다가 위기에 처한 우리 이웃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웃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살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웃들로부터 자살징후가 발견되면, 망설이지 말고 고민을 물어보시고 전문가 상담을 권유하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과 어려움을 같이하여 모두 함께 밝은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전국 공통 1577-0199”
김은경( 대경인의협 공동대표, 정신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6월 2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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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인의협의 의료진단 8>- 김은경..."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2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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