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

평화뉴스
  • 입력 2005.07.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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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료진단9] 이정화...
“가장 좋은 알레르기 예방은 모유, 그러나 수유율은 10%”


최근 코리아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의 24.1%가 천식이나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부위 별로 보면, 피부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경우가 61.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19.0%), 기관지 (6.4%), 눈 (3.0%), 기타 (10.3%) 순이었다.

알레르기성 질환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우리 생활주변의 환경오염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생활양식의 변화가 알레르기성 질환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매일 밤 수 천 마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식구들과 동침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바로 집먼지 진드기들이다.

소아 천식 환자의 90%이상, 성인 천식의 70-80%,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50%가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이며, 아토피성 피부염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로 이불, 침대, 베개와 같은 침구류와 거실 카펫, 인형, 커튼 같은 곳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너무 작아서(0.2-0.4mm) 육안으로 식별할 수가 없다. 먼지 1g 속에 100마리 이상의 집먼지 진드기가 있으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는데, 보통 일반 가정의 침대 매트리스나 카페트에서 채취된 먼지 1g 속에는 평균 수 백 마리 이상의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렇다면 진드기만 제거할 수 있다면 알레르기 질환은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하는 방법으로서는 집안을 자주 청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파트 중심의 생활공간에서는 한계가 있다. 통상 카페트 1㎡ 당 30만 마리의 진드기가 서식하는 걸로 추산하는데 40분간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해도 약 20%의 진드기만 제거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부자리를 자주 햇빛에 말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아파트에서 침대 메트리스를 햇빛에 말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아파트의 난방 시스템은 가습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어 집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천식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있긴 하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만성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환자나 그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틈새를 이용하여 지금 우리 주변에는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시켜 준다는 갖가지 상업의료가 판을 치고 언론매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대표적인 민간요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물론 각종 언론매체에서까지 약방의 감초격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 “코 안을 소금물로 씻으면 낫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이 일시적인 증상의 개선이 있을 지는 몰라도, 소금의 부정확한 농도로 말미암아 코 점막의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파괴하여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 환경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빼곡이 들어 차 있어 통풍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환경 요인 이외에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지금 생사를 걸다시피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로와 스트레스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어린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알레르기 학회(American Academy of Allergy Asthma and Immunology 2000. 3. 6))의 에 따르면 학생들의 알레르기 수치가 시험 기간 중에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 주변에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험과 입시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유아들에게 가장 좋은 알레르기 치료약은 모유다.
아이에겐 최소한 생후 6개월 동안은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 젖먹이는 소화 기관이 덜 발달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지 못하기 때문에 분자량이 큰 것이 인체에 흡수되곤 한다. 이때 미성숙한 면역체계가 걸핏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모유를 먹으면 미성숙한 면역체계가 보호되고 알레르기 반응이 덜 일어나는 것은 물론, 아기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준다. 산모의 초유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나, 모유는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WHO는 다이옥신 함유에도 불구하고 모유는 면역학적 방어작용 등 신생아의 건강과 발달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모유 먹이기는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모유 수유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유럽의 80%, 미국의 4-50%와 비교해 보더라도 단순히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라는 사회현상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우리나라의 모유수유비율은 너무 낮다.

지금 우리 사회에 여성단체의 활동도 활발해졌지만 육아휴직이나 산휴 휴가 보장을 주장하는 여성단체는 있어도, 모유수유권을 주장하는 여성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진보적인 여성단체조차 모유수유에 대해서는 그릇된 인식을 하고 있는 탓일 게다.

모유수유는 아이들의 건강 뿐 아니라 여성의 유방암 발생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성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면이 있다. 소아 알레르기 예방에는 모유만한 약이 없음을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정화( 대경인의협 회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우리복지시민연합 운영위원).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7월 3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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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인의협의 의료진단 8>- 김은경..."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2005.6.26)
<인의협의 의료진단 9>- 이정화..."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200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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