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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 아픈게 당연한가?"
[인의협의료진단 14] 김성아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라는 이름의 의미”
2005년 08월 14일 (일) 13:19:26 평화뉴스 pnnews@pn.or.kr
   

사람들은 안하던 달리기를 하고 나서 다리근육이 뭉치고 아픈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묵은 집안 때를 벗기는 대청소를 하고 나서, 가구배치를 새로 하고 나서, 이불빨래를 하고 나서, 컴퓨터게임을 몇 시간 하고 나서 온 몸이 구석구석 아픈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며칠 지나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확신한다. 이 모든 것에 큰 불만이 없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터에서 ‘나’라는 한 인격체를 팔기로(자본주의적 표현이니 오해마시길) 한 것이 아니라,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로 계약한다. 적어도 사회경제학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몸이 아프기도 한다. 어떨 땐 마음과 정신까지도 그렇기도 하다. 이럴 때 대개는 내가 몸 간수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건강을 스스로 챙겼어야했는데 라고 책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조차도 아주 오랫동안 아프거나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로 지속된다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면, 일터에서 일하다 다치면 어떻게 생각할까?
일하다 꽤 많이 아파서 병으로까지 발전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병의 정도나 다친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크게 다친 게 아니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거나 나의 부주의라 여기고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병원에 가야 한다면 의료보험이나 공상(회사에서 진료비를 내는 것, 산재로 신고해야 함에도 현실적으론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것은 ‘산재은폐’이다.)으로 말이다. 일하다 다쳤으니 산업재해, 산재 아닌가? 법적으로는 일하다 다쳤다고 다 산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다.
업무상 재해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동법 제81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업무상 재해’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있어서도 제4조 제1호에서도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 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은 노동부령에 의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에 의하면, “산업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기타 업무에 기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이환되는 것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재해(산재)란 노동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주에게 고용되어 일하던 중 부상 또는 사망하거나(사고성 재해) 일정한 작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그 일에 따르는 유해한 작업 환경이나 작업 자세로 인해 서서히 발생하는 질병(직업병)으로서 4일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고성 재해는 '업무상 재해' 직업병은 '업무상 질병'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의 2가지 요건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예전엔 법적으로 명시해 놓았으나 1980년대 후반 개정시 이 용어는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을 들고 있다. 사고성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수행성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지만, 업무상 질병의 경우 업무기인성만 인정되면 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산업재해라는 용어에 대해서 너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말 그대로 산업재해(industrial injury)라는 용어는 산업, 사업장, 제조업 위주의 용어이므로 외국에서 사용하듯이 노동재해(occupational injury)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그 근거이다. 위에 언급한 정의에 따르면, ‘농부병’의 경우 명확한 직업성 질병이지만, 어디 고용된 자가 아니라 혼자서 일하는 농부에서 생긴 농부병은 산업재해는 아닌 것이다.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타당한 용어이겠으나, 산재보상보험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로는 그 법의 목적에 맞는 용어로서 ‘업무상 재해’가 타당할 것이다. 즉, 고용되어 임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한 자에게서 발생한 사고, 질병을 일컫는 용어로서 말이다.

일단 용어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졌다면, 그 다음의 문제는 그 용어의 범위와 기준이다.
이 글의 처음에 제기한 일하다 아픈 건 당연한가, 어디까지 아픈 걸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의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합의수준의 문제이다. 복지선진국인 스웨덴에서 1995년경에 산재건수가 엄청 증가하였다. 주로 ‘근골격계질환’이 그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법적인정기준의 변화로 발생하였던 것이며, 곧이어 그 기준을 다시 바꾸자 감소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산재변화 추이는 어떠할까?
산재통계의 역사는 1964년에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에 대해 산업재해 보험제도를 시행하고, 1972년 산업재해조사자료를 집계분석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1975년에 산업재해조사자료 보고양식 승인, 1977년 산재통계 일반통계 승인(통계청), 1992년 7월 근로자 5인이상 모든 사업장의 4일이상 요양 재해로 산재통계 적용확대, 1996년 10월 재해통계전산망(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안전공단↔노동부) 구축, 2000년 7월에는 산재통계 적용범위를 5인이상에서 1인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였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1987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왔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노동부의 2005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4년 만에 감소세로 반전하였다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사망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재해에서 중대재해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에 있었다.

2003년도에 2,923건이던 사망재해가 2004년에는 2,825건이니 줄어든 셈이긴 하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2000년 이후 급격히 늘고 있는데, 2000년 7월의 1인 이상사업장으로의 산재적용확대와 진폐증 인정기준의 확대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렇듯 산재통계의 내용에는 그 당시의 사회합의수준에 따른 변화가 담겨있음을 간과해서는 그 본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작업관련성질환은 산재보험으로 인정되는 극히 일부만 통계에 잡히고 있기 때문에 과소 추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작업관련성질환은 직업병의 특성과 만성퇴행성질환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업무기인성에 기초하여 직업병 여부를 판단할 경우 직업병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산재보험의 승인절차가 개선되어 선보장 개념이 도입될 경우 직업관련성질환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 우리는 또다시 ‘일하면 아픈 게 당연한가’ 라는 문제에만 매여 있을까.
김성아( 대구경북인의협 회원. 포천중문의대 구미차병원 산업의학과).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8월 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렸습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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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인의협의 의료진단 8>- 김은경..."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2005.6.26)
<인의협의 의료진단 9>- 이정화..."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2005.7.3)
<인의협의 의료진단 10>- 박기수..."종합건강검진, 제대로 알고 하자(20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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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13>- 이종우...“남성의 성(性) 고민을 아십니까?”(2005.7.31)
<인의협의 의료진단 14>- 김성아...“일하면 아픈게 당연한가?”(200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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