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교육목적이 뭔가요?”

평화뉴스
  • 입력 2005.09.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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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육목적(교육철학)을 바로 가져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

[교사들의 고백13] 칠곡 S교사...“수업 협의, 담소 수준으로는 안된다”"교사가 교육목적(교육철학)을 바로 가져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

나는 우리 교육에서 가장 심각하고도 뿌리깊은 문제 중 하나가 “깨어있음”의 부족이라고 본다.
이것은 교사인 나의 문제이기도하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는 반성이란 ‘내가 오늘 ○○를 너무 혼냈나?' ’수업시간에 이 말까지는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라는 개인의 심리적 이유를 넘어서는, 교사의 교육활동이라는 공적행위에 대한 반성을 말하는 것임을 미리 말해둔다.

물론 개인의 잘못이나 행위의 뉘우침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는 이 행위에 대해 교육의 장면에서 어떻게 염두해두고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포함하는 반성이라야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보다 발전된 단계로 나아가는 지적인 동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다.

아이를 밀대 자루로 흠신 두들려 패고도 흔들림 없는 오히려 신념에 차 있는 교사를 보면서, 교재연구와 아이들 지도를 너무나 열심히 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지,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하는지 고민하지 않으면서 오직 교재연구라는 이름으로 교과서나 참고서를 충실히 따르려는 교사들을 보면서 이것은 분명 나의 문제이자 교육에 몸담고 있는 우리의 아프고도 절절한 문제라고 느낀다.

요즘 학교에서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 이 장학지도에서 영어과의 수업으로 장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어교육’이라는 말을 분리했을 때(이것은 영어과와 영어교육과가 엄연히 따로 있으며 목적이 다른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영어’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만약 영어에 더 가치를 두어야한다면 원어민 교사를 영어 수업에 쓰고 영어교육과의 인원을 줄여 나가는 것이 비용면이나 효과면에서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이 예는 단순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온통 영어로 수업을 해도 좋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 필요하며 왜 나(교사)는 그 일에 몰두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 연구수업을 했으면 수업을 담당한 교사가 그런 수업의 취지나 목적을 충분히 밝히는 것이 교육행위를 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모두가 그 수업을 두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연구 수업이나 공개수업, 심지어 선도교사의 수업 후의 수업참관 협의는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또, 수업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오직 ‘(내용)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업목표를 제시할 때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읽혔으면’, ‘기자재를 많이 활용했더라면 더 훌륭한 수업이 되었을텐데’ 등이 주를 이루었다.

협의회 어디에도, 이 단원에서 왜 이런 형태의 수업이 필요했으며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이 수업을 설계했으며 내가 교육을 통해 바라는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기 때문에 수업도 그런 방법으로 한다는 발언은 듣기 힘들다.

심지어 수업을 볼 겨를이 없으면 같은 과라는 이유로, 서류를 갖추어 놓아야한다는 이유로 수업을 보지 않고도 참관록을 써 낸다.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보자.
교육이 먼저일까? 학교라는 제도가 먼저일까?
교육철학이나 목적이 먼저일까? 수업의 방법이 먼저일까?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가치를 따져보는 일(가치판단)이 먼저일까?
교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정(선택)해서 아이가 그것을 하도록하는 것이 먼저일까?

교육행위는 분명히 ‘바람직한 방향으로’라는 보다 나은 가치를 담보하는 활동이다.
가치를 따져보는 일을 하는 것이 즉, 무엇을 먼저 해야하고 어떤 일을 나의 교육활동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교육에 목적을 불어넣는 일일 것이다.
<경상북도 칠곡군 중등학교 S교사>

S선생님은 6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30대 초반의 중등학교 교사로,
“교사가 교육목적을 가져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며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8월 3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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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고백 1> - 대구 초등 L교사 ... "교사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교사들의 고백 2> - 구미 중등 L교사 ... "게으른 나를 탓한다"
<교사들의 고백 3> - 포항 중등 K교사 ... "학교는 죽은 시인의 사회"
<교사들의 고백 4> - 영주 초등 A교사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교사들의 고백 5> - 대구 중등 H교사 ... "잘못된 부교재 관행, 이젠 바로잡아야"
<교사들의 고백 6> - 목포 초등 B교사 ...“학부모에게 접대받는 교사들”
<교사들의 고백 7> - 진주 중등 K교사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만 한다”
<교사들의 고백 8> - 안동 중등 J교사 ... "교사는 반성하는가?“
<교사들의 고백 9> - 울진 초등 Y교사 ... "교사가 학교를 살려야 한다"
<교사들의 고백 10> - 영양 중등 K교사...“교사로서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교사들의 고백 11> - 상주 중등 Y교사...“지각생 박군의 이야기..."
<교사들의 고백 12> - 대구 박신호 교사...“나도 한때는 폭력교사였다"
<교사들의 고백 13> - 칠곡 중등 S 교사...“선생님, 교육목적이 뭔가요?”


“교사를 찾습니다”

평화뉴스는 2004년 한해동안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연중기획으로 [교사들의 고백]을 매주 수요일마다 싣습니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에게 있으며, 교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무실과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연들.
그리고, 우리 교육계와 학부모,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교사들의 글’을 찾습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남 앞에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백들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대구경북지역 현직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들께서 좋은 선생님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이름은 실명과 익명 모두 가능하며,
익명의 신분은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평화뉴스 (053)421-151 / 011-811-0709
글 보내실 곳 :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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