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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대한 교사의 권위주의”

“권위주의와 싸우는 교사...정작 내 안의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은가“
2005년 10월 19일 (수) 18:57:03 평화뉴스 pnnews@pn.or.kr
<교사들의 고백 16> 구미 중등 L교사...“왜 아이를 내 틀 속에 가두려고 하는가""권위주의와 싸우는 교사...정작 내 안의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은가“


‘권위주의’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외재적인 권위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태도 및 그에 따르는 여러 사고방식 ·행동양식’이라고 나와 있다. 본질적이지 않은(외재적인) 어떤 힘에 복종하고 따르려는 생각과 행동이 권위주의라는 말이다.

전교조는 학교 안의 권위주의에, 진보세력은 사회 안의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 나는 권위주의가 너무 싫다. 따라서 나는 전교조 교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교조일 수밖에 없는 무수한 이유들 맨 꼭대기에 권위를 참아내지 못하는 개인적인 기질이 있음을 알고 있다. 사실 권위주의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그것은 학교, 가정, 사회 곳곳에 있다. 어찌 보면 매일매일이 권위 혹은 권위주의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권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 자신에게는 권위주의, 권위스러움(?)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에 대한 나의 태도는 늘 민주적인가?

수업 시간에 늘 눈에 거슬리는(이 얼마나 권위적인 말인가!) 녀석이 하나 있다. 이 녀석은 수업 내내 옆 짝이나 뒷자리 아이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눈길을 주면 바로 앉는 척하다가 눈만 떼면 바로 자기 하고 싶은 일로 돌아간다. 크게 말하지도 않고 크게 웃지도 않는다. 그저 눈길을 적절히 피하면서 적절히 떠든다.

그런 태도가 하도 성가셔서 한 번은 개인적으로 그 아이를 부른 적이 있다.
너의 수업 태도 때문에 몹시 기분이 상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물론 차분한 목소리로. 교사가 이쯤 나가면 대개 아이들은 자신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며 미안해한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말하는 교사의 인품(?)에 감탄하는 눈빛을 보낸다.(이 얼마나 민주적인 권위인가? 권위가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안심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아니었다. 자신은 별로 떠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좀더 솔직하게 말씀하시죠.’

그래,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그 아이가 교묘하게 날 피해가며 떠드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었다. 수업 바깥으로 내쫓아 버리고 싶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충분히 내 눈치를 봤고, 나름대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내가 원하는 선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다르게 표현한다면 ‘내 권위에 굴복시키기’.(어떤 사람은 그만한 권위도 없이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겠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라 내 속의 권위주의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를 왜 꼭 눌러서 내 틀 속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하는 모든 교육활동이 다 옳은 것인가? 남을 방해하지 않는 소곤거림, 주류를 살짝 피해가는 자유로움. 그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도 닮아있다. 그러므로 고백하건대, 나는 민주적인 사람이다, 다만 내 권위 안에서만.

나를 둘러싼 권위주의와 싸우느라 정작 내 안의 권위주의에는 관대하지는 않은가?
우리 교사들이 스스로에게 야물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북 구미시 중등학교 L교사>

L선생님은 10년째 교편을 잡고 계시는 30대 여교사로,
학생에 대한 교사의 권위주의를 자성하며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
(www.pn.or.kr)

(이 글은, 2005년 10월 12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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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고백 1> - 대구 초등 L교사 ... "교사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교사들의 고백 2> - 구미 중등 L교사 ... "게으른 나를 탓한다"
<교사들의 고백 3> - 포항 중등 K교사 ... "학교는 죽은 시인의 사회"
<교사들의 고백 4> - 영주 초등 A교사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교사들의 고백 5> - 대구 중등 H교사 ... "잘못된 부교재 관행, 이젠 바로잡아야"
<교사들의 고백 6> - 목포 초등 B교사 ...“학부모에게 접대받는 교사들”
<교사들의 고백 7> - 진주 중등 K교사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만 한다”
<교사들의 고백 8> - 안동 중등 J교사 ... "교사는 반성하는가?“
<교사들의 고백 9> - 울진 초등 Y교사 ... "교사가 학교를 살려야 한다"
<교사들의 고백 10> - 영양 중등 K교사...“교사로서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교사들의 고백 11> - 상주 중등 Y교사...“지각생 박군의 이야기..."
<교사들의 고백 12> - 대구 박신호 교사...“나도 한때는 폭력교사였다"
<교사들의 고백 13> - 칠곡 중등 S 교사...“선생님, 교육목적이 뭔가요?”
<교사들의 고백 14> - 대구 임성무 교사...“교직 20년, 나는 교사이고 싶다”
<교사들의 고백 15> - 상주 중등 C교사...“교사, 사랑없이 가르칠 수 있는가?”
<교사들의 고백 16> - 구미 중등 L교사...“학생에 대한 교사의 권위주의”

“교사를 찾습니다”

평화뉴스는 2004년 한해동안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연중기획으로 [교사들의 고백]을 매주 수요일마다 싣습니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에게 있으며, 교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무실과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연들.
그리고, 우리 교육계와 학부모,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교사들의 글’을 찾습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남 앞에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백들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대구경북지역 현직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들께서 좋은 선생님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이름은 실명과 익명 모두 가능하며,
익명의 신분은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평화뉴스 (053)421-151 / 011-811-0709
글 보내실 곳 :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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