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인터넷 중독은 아니십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5.10.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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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료진단 18] 박순원(정신과 전문의)...
“정신질환까지 부르는 인터넷 중독,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휴대폰과 더불어 인터넷 사용 인구가 3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집 안 곳곳뿐만 아니라 PC방, 사이버 룸이 동네 골목마다 성업 중인 것을 보면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실감나지만 그만큼 인터넷 중독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우리 생활을 급속도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인터넷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긍정적 측면의 뒤안길에는 중독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제 여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중독’이란 ‘과도한 통신/인터넷 사용에 의해 현실세계에서의 사회적/가정/일상 생활에 실제 어려움이 생겨 자신이나 주변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이를 또다시 온라인 게임에 몰두해 학업성적이 떨어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게임중독,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거나 불륜에 빠지게 되는 사람들을 채팅중독, 온라인 주식 트레이딩에 빠져들어 재산을 탕진하는 주식중독 등으로 세분하는 경우도 있다.

핵심적 증상은 집착, 기분의 변화, 내성, 금단, 갈등, 부정(특정한 행동에 대해 주변에서 지적을 하는 경우 자신의 문제를 축소하거나 어떤 문제도 없다고 부정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속이기 시작한다.) 조절의 실패, 구갈 및 소모적 행동 등이 있다.

인터넷 중독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이 되고 있는데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으나 사회 환경적 요인, 인터넷 자체의 속성, 즉 몰입, 익명성, 불안감의 감소, 즉각적 만족, 역할놀이, 공격성이나 충동성의 발현 등과 같은 인터넷의 속성. 성격적 특성, 뇌신경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행동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보면 청소년들의 경우 전보다 많이 피곤해하거나 성적이 떨어지고, 취미활동에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등과 만남을 기피하거나 반항을 하고 화를 잘 내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고 안구건조증, 두통, VDT 증후군, 허리, 목의 통증, 불면증, 수면습관의 변화가 생기고, 자신감의 저하, 우울증, 사회적위축, 사회공포증, 충동 장애 등의 정신질환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중독도 치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부모들은 왜 우리 자녀들이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원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독에서 여러 복잡한 요소가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환경적 요인, 인터넷 자체의 속성, 개인의 성격 성향, 뇌의 신경 생화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적으로도 그만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 목적은 인터넷을 완전히 끊거나 없애버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조절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집중해야만 한다. 몇가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며, 상담을 통한 인지행동치료, 부모들의 역할이 치료에 중요하다.

그 부모의 역할이란,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하며 인터넷 중독은 빙산의 일각이며 그 이면의 큰 문제를 관찰, 공감해야한다. 부모가 통일되고 일관적인 입장을 견지해야하며,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중독증의 치료가 그렇듯이 참 어렵고도 인내심을 요하는 치료이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넘치는 사이버 중독으로 피폐해지는 청소년을 보호, 예방하기 위해 국가나 사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순원( 대구경북인의협 회원. 정신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9월 25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참고자료] - 인터넷 중독 척도

다음 중 자신에게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예’, 해당하지 않으면 ‘아니오’를 선택하십시오.

1. 항상 인터넷에 대해 생각하십니까?.. 예/아니오
2.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접속해야합니까?.. 예/아니오
3. 인터넷/통신사용을 조절하거나 끊거나 줄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노력하지만 항상 실패하고 있습니까?.. 예/아니오
4. 인터넷/통신사용을 중지하거나 중단하려면 불안하고 울적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느낌을 받습니까?.. 예/아니오
5. 인터넷/통신을 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만족스럽고 계획했던 일을 완수할 수 있습니까?.. 예/아니오
6. 중요한 인간관계나 직업, 교육, 경력 상의 기회가 인터넷/통신 때문에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한 적 있습니까?..
예/아니오
7. 내가 인터넷/통신에 빠져있다는 것을 주변사람에게 감추거나 거짓말을 한 적 있습니까?.. 예/아니오
8. 문제로부터 도피하거나 불쾌한 기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통신을 사용한 적 있습니까?.. 예/아니오


5개 이상 ‘예’를 선택하면 인터넷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 이 진단기준은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 박사가 병적도박의 진단기준을 변용해 만든 진단기준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임 : Young(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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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인의협의 의료진단 8>- 김은경..."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2005.6.26)
<인의협의 의료진단 9>- 이정화..."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2005.7.3)
<인의협의 의료진단 10>- 박기수..."종합건강검진, 제대로 알고 하자(2005.7.10)
<인의협의 의료진단 11>- 김진석...“강자와 약자, 뽑는 자와 뽑히는 자”(2005.7.17)
<인의협의 의료진단 12>- 김병준...“약대 6년제, 무엇이 문제인가?”(2005.7.24)
<인의협의 의료진단 13>- 이종우...“남성의 성(性) 고민을 아십니까?”(2005.7.31)
<인의협의 의료진단 14>- 김성아...“일하면 아픈게 당연한가?”(2005.8.7)
<인의협의 의료진단 15>- 추호식...“이국 땅의 질병, 그 아픔을 어떡하나?”(2005.8.21)
<인의협의 의료진단 16>- 한동로...“안락사, 어떻게 볼 것인가?”(2005.8.28)
<인의협의 의료진단 17>- 김선희...“우리 지역에도 '의료생협'이 있다면...”(2005.9.10)
<인의협의 의료진단 18>- 박순원...“혹, 인터넷 중독은 아니십니까?”(200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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