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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의 손저림..."
[인의협의료진단 19] 정재익
..."수근관 증후군, 혈액순환제로는 안된다"
2005년 10월 24일 (월) 10:18:07 평화뉴스 pnnews@pn.or.kr
   
"손이 저린다.... 앗! 혈액순환이..."

이것은 손저림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손이 저리면 사람들은 조건반사적으로 혈액순환제를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부적절한 의료진과 준의료인/비의료인의 지도나 귀동냥으로 얻은 지식으로 중풍의 전구 증상이라 잘못 판단하고 여러 군데를 전전하면서 진단이 늦어지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손 저림은 여러 원인이 있긴 하지만, 손목 관절뼈의 특이한 모양 때문에 생기는 정중 신경의 압박 현상으로 것이 가장 많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중매체의 홍보효과 등으로 ‘수근관증후군’이란 이름으로 꽤 알려져 있다.

수근관 증후군은 손목의 힘줄이 부으면서 그 옆에 같이 있는 정중신경을 압박하여 증상이 생긴다.
이 정중신경은 손목 부위에서 앞뒤로 튼튼한 근육막과 딱딱한 손목뼈로 잘 보호되어 있기 때문에 힘줄이 부을 경우 여유 공간이 없음으로 해서 신경이 눌리게 된다. 주로 손목 관절부위와 팔꿈치 관절쪽으로 뻗치는 통증과 손저림이 주 증상이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환자들은 밤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손이 저린 경우 엄지손가락부터 넷째 손가락의 절반 부분이 저리며, 진행하면서 감각도 둔해지고 심하면 엄지 근육의 위축이 생긴다. 이 정도까지 진행되면 환자들은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기 힘들며 젓가락질을 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위축이 상당히 진행되면 손모양까지도 뒤틀리는 경우가 있다.

이 수근관증후군은 가사일과 같이 손작업을 많이 하는 50대 여성에게서 나타나고, 반복적인 진동기계를 쓰는 노동자, 또 반복적인 손작업을 하는 공장노동자나 식당노동자에게서 많이 생긴다. 당뇨, 류마티스관절염, 통풍, 임신, 임신고혈압, 신부전증, 비만, 갱년기등과 연관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손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수근관 증후군은 작업 성격과 연관성이 증명되면 산업재해로 인정 보상받을 수도 있다. 정도가 심하면 장애진단까지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근관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 식당업에 종사하는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보니 적극적인 권리 주장을 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손저림에 대한 잘못된 건강상식으로 환자 자신이 혈액순환 또는 중풍 증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신경생리검사(신경전도검사)가 필요한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는 아니다.
치료에 제일 큰 관건은 환자 스스로 손저림 증상을 혈액순환 장애로 자가진단하는 잘못된 습성을 버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병의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손저림 증상을 혈액순환장애로 오인하게 된 데는 언론의 잘못된 정보나 제약회사의 과대광고의 탓도 크다.

치료는 수근관 증후군을 촉발, 악화시키는 원인질환-당뇨, 갑상선질환, 류마티스고관절염 등- 이 있을 경우 그 원인을 같이 교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특별한 원인이 없고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손가락과 손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보조기를 채우는 방법이 있다.
손목 관절이 앞이나 뒤로 많이 꺾일 경우 정중신경의 압박이 더 심해지므로 가능하면 똑바르게 손목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위해 보조기를 채우고 손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보조기는 환자가 쉽게 제거할 수 있기도 하고, 저소득 일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손작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게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임시방편으로 주사요법(이른바 뼈주사)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 주사요법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잘못하면 신경을 다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증상의 은폐효과로 해서 손작업을 더욱 과도하게 하여 증상이 더 심해지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주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이 사실상 근치적 요법이긴 하지만 2-3주간 손작업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일용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상당수가 식당의 허드렛일이나 단순 손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노동 속에 그들의 손이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이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

오늘 밤에도 저린 손을 흔들며 밤잠을 설치는 우리 이웃의 아주머니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분들은 한 알의 혈액순환제가 자신의 증상을 낫게 해줄 것이라 믿고 저린 손을 움켜쥔 채 또 일터로 달려갈 것이다. 손저림은 절대 혈액순환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재익( 대구경북인의협 회원. 정형외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10월 1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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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인의협의 의료진단 8>- 김은경..."자살공화국, 대책은 없나?“(2005.6.26)
<인의협의 의료진단 9>- 이정화..."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2005.7.3)
<인의협의 의료진단 10>- 박기수..."종합건강검진, 제대로 알고 하자(2005.7.10)
<인의협의 의료진단 11>- 김진석...“강자와 약자, 뽑는 자와 뽑히는 자”(2005.7.17)
<인의협의 의료진단 12>- 김병준...“약대 6년제, 무엇이 문제인가?”(2005.7.24)
<인의협의 의료진단 13>- 이종우...“남성의 성(性) 고민을 아십니까?”(2005.7.31)
<인의협의 의료진단 14>- 김성아...“일하면 아픈게 당연한가?”(2005.8.7)
<인의협의 의료진단 15>- 추호식...“이국 땅의 질병, 그 아픔을 어떡하나?”(2005.8.21)
<인의협의 의료진단 16>- 한동로...“안락사, 어떻게 볼 것인가?”(2005.8.28)
<인의협의 의료진단 17>- 김선희...“우리 지역에도 '의료생협'이 있다면...”(2005.9.10)
<인의협의 의료진단 18>- 박순원...“혹, 인터넷 중독은 아니십니까?”(2005.9.25)
<인의협의 의료진단 19>- 정재익...“일하는 여성의 손저림...”(200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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