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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불소화사업과 민주주의"
[인의협의료진단 21] 김진국(신경과 전문의)...
"구강보건법 개정안, 국민에게 강제로 '불소' 먹이겠다는 반민주
2005년 11월 25일 (금) 16:06:38 평화뉴스 pnnews@pn.or.kr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발의한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놓고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수돗물불소화사업은 일정농도(0.8 ppm)의 불소를 수돗물에 주입하여, 국민들이 상시 음용하게 함으로써 충치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 사업은 1980년대 초반, 진해와 청주에서 처음 시범사업이 시행되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과, 2000년에는 구강보건법에 수돗물불소화사업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사업대상지역을 넓혀온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시범사업 때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무시한 채 일부 행정관료와 전문가들의 독단으로 사업이 강행되었다는 비판이 있었고, 또 1998년 무렵부터는 격월간지 <녹색평론>에서 불소의 유해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수돗물불소화 추진세력과 반대세력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현행 구강보건법 10조에는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또는 한국수자원공사장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장향숙 의원은 이 10조의 조항을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50%가 넘으면”이란 단서조항을 달고 있긴 하지만 “실시하여야 한다”로 고쳐 사실상의 강제규정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현행법 아래에서도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수돗물불소화 찬성 측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향숙 의원이 굳이 구강보건법을 개정하려는 뜻은 수돗물불소화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닥치게 되자, 법적인 강제력을 동원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우선 지방자치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공중보건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라고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려는 절차도 없이 여론조사로 반대의견이 50%가 넘지 않으면 사업을 강행하게 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치의계를 비롯한 찬성 측에서는 전문성과 전문가의 권위를 내세워 반대측이 제기하는 위험성을 무시하고 부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업의 위험성이 전혀 해소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아무리 충치예방이란 명분이 옳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연령, 체질, 과거병력, 기호, 습성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온 국민에게 불소를 먹이겠다는 발상 자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여기에 아무런 부작용이나 위험성이 없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못해 무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개인의 선택권을 철저하게 부정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돗물불소화가 시행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수돗물을 먹게 되는 이상은 불소를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에 대해 찬성측에서는 전염병 발생 지역의 사례에 볼 수 있듯이 공중보건사업이 가지는 공익적 특성상 개인의 선택권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영역에서 개인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는 수돗물불소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염병 만연 지역에서 일부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이유는 개인의 선택으로 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제격리조치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충치는 전염병이 아니므로 나의 충치로 인해 타인에게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는다.

또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사업이 치과진료비가 부담이 되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중보건사업이라고 하지만, 정작 한국의 시범사업지역에서, 또 수돗물불소화를 시행한지 60년이 되었다는 미국에서 수돗물불소화 지역의 치과진료비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장향숙 의원의 구강보건법 개정안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1980년대로 되돌리려는 반민주적인 악법이기에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장향숙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지금 저소득층의 삶이 어려운 것이 결코 충치의 고통 때문이 아님을 자각하기 바랄 뿐이다.
김진국( 대구경북인의협 공동대표. 신경과 전문의).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이 글은, 2005년 11월 1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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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정부와 의사는 환자 앞에 겸허해야"(200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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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9>- 이정화..."알레르기 질환과 모유수유권“(200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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