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심,"사법부 양심을 믿는다"

평화뉴스
  • 입력 2005.12.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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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내일(12.27) '인혁당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 여부 판결...


"재심 개시 사유는 충분하다. 오직 남은 것은 사법부의 양심 뿐이다"

'인혁당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再審)' 여부가 내일(12.27)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려진다.
지난 2002년 12월, '인혁당 조작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법원에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한 지 3년 만이다.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재심 개시 사유가 충분하다. 오직 남은 것은 사법부의 양심 뿐"이라며 인혁당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이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인혁당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구경북추진위원회(위원장 함종호)]는 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오늘(12.26) 오전 성명을 내고,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인혁당 사건을 '고문 조작'으로 결론 내렸고, '국정원 진실위원회'도 이 사건의 조작을 시인한 만큼 법원의 재심 사유는 충분하다"면서, "이제 사법부가 재심을 통해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인혁당 살해사건의 최종 협조자는 사법부였다"며 사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구경북추진위원회는,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된 권위를 지키는 것은 결코 사법부의 권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권위는 진실에서 오는 것으로, 사법부는 이제 진실을 밝히고 과거를 청산하는 진정한 용기로 국민의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는, 이영교(故 하재완씨 부인). 김진생(故 송상진씨 부인)씨를 비롯한 인혁당 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역사적인 판결을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이들 유가족은 지난 2002년 12월, "고문과 거짓으로 만들어진 수사기록과 공판조서를 토대로 유죄가 확정됐고, 이런 사실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혁당 조작사건'의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개시 사유를 ‘원판결의 증거가 위조됐다거나 수사관들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확정판결이 있을 때’나 ‘확정판결에 갈음하는 무죄가 인정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 한정하고 있어, 그동안 재판에서 '재심' 여부를 두고 변호인과 검찰측이 팽팽히 맞서 왔다.

'인혁당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으로,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지역 출신인다.

그러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혔고, 지난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이 사건은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으로 조작된 사건”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인혁당]은 [인민혁명당]의 줄임말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이 사건은 1964년의 ‘1차 인혁당 사건’과 1974년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나뉜다.

1964년 중앙정보부는 “57명의 일당이 북괴 중앙당의 지령을 받아 한일회담 반대 학생 시위를 유발해 4.19같은 혁명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현 정권을 타도하고자 인혁당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1차 인혁당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이 “증거가 없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표까지 제출하자 당직(숙직)검사가 대신 기소했을 뿐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이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13명만 유죄가 선고되고 형량도 최고 3년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10년이 지난 1974년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또 다시 조작된다.

1974년 중앙정보부는, [민청학련(전국민주학생총연맹)]의 배후인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며 22명을 체포해 긴급조치와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8명에 대해 국방부 비상보통군법회의와 2심에서 사형을 선고했고,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되자, 다음 날 4월 9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이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재심의 기회도 없이 형이 확정된 지 불과 20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된 이 사건은, 국내외 법조계로부터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사건 조작’과 관련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유가족들과 법조계, 인권단체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12월27일 서울지방법원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재심개시여부 최종판결을 하루 앞두고

1.사법부는 권위보다는 진실을 선택하라. 최고의 권위는 진실에서 오는 것이다!
사법부는 재심개시로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는 용기를 가져라!

박정희의 인혁당 살해사건의 최종 협조자는 사법부였다. 독재 정권이 사법부를 유린했던 어두운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잘못된 권위를 지키는 것은 결코 사법부의 권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권위는 진실에서 오는 것이다. 이제 진실을 밝히고 과거를 청산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그래야만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국민의 사법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2.이미 재심 개시 사유는 충분하다. 오직 남은 것은 사법부의 양심뿐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인혁당사건을 고문조작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유가족들이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확정판결이 있거나 확정판결에 버금가는 증거가 제출될 때’라는 법의 형식논리를 핑계로 분명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지난 12월7일 ‘국정원의 진실위원회’가 고문사실과 사건 조작을 시인,고백함으로써 이제 더 이상 사법부가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이제는 사법부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진실규명 작업을 해야 한다.

재심 여부를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은 12월 27일 오전 공판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디 진실이 승리하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2005. 12. 26.

인혁당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구경북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신 창일 011-823-2265 추진위원장 함 종호 011-9700-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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