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
[뜻]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수많은 개는 그 소리만 듣고 따라 짖는다”는 말로,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면 수많은 사람의 입을 거치는 과정에서 마치 진실(眞實)인 양 굳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원문]
一犬吠形하면 百獸吠聲하고, 一人傳虛하면 萬人傳實한다. 世之疾이 此因久矣哉니라.
(일견폐형하면 백수폐성하고, 일인전허하면 만인전실한다. 세지질이 차인구의재니라)
- 개 한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수많은 개는 그 소리만 듣고 따라 짖는다.
한 사람이 빈 말을 전하면 많은 사람은 사실로써 전한다. 세상의 이 같은 병은 오래 된 것이다.
[자의]
一 : 하나 일
犬 : 개 견
吠 : 짖을 폐
形 : 형상 형. 모양 형
百 : 일백 백
犬 : 개 견
吠 : 짖을 폐
聲 : 소리 성
[출전]
후한(後漢) 왕부(王符)의 잠부론(潛夫論)
[내용]
왕부의 「잠부론」 ‘현란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왕부(王符.108∼174)는 후한(後漢) 말기의 사상가다. 태어나면서부터 남달리 총명했던 그는 큰 포부와는 달리 때를 잘못 만났다. 당시는 황건적의 난등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로 삼국지(三國志)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온갖 부정이 난무하고 사술(邪術)이 횡행하자, 왕부는 일찌감치 벼슬하는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한탄하면서 자칭 ‘潛夫(잠부-남자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로 숨어살면서 저술에만 힘썼다. 여기에 潛夫論 10권이 나오는데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치국안민(治國安民)의 방책(方策)을 제시한 일종의 정치론문집(政治論文集)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근거 없는 비방과 모함이 판을 치고 있을 때여서인지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 -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 대면 다른 개 백 마리는 그 소리만 듣고 따라 짖는다.
당시 사회의 문벌정치에 대한 비판과, 권력을 천자에게 집중시켜 무능한 자를 내쫓고 덕이 높은 사람을 등용해야 함을 역설하면서,“천하가 잘 다스려지지 않는 까닭은 현란(賢難)에 있다. 현란(賢難)이란 어진 사람이 되기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진 사람을 얻기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어진 사람의 말과 행동이 속된 사람의 질투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바른 말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리고, “천자가 속된 말에 이끌리지 말고 어진 사람을 지혜롭게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위와 같이 속담을 인용하였다.
왕부는 비록 벼슬은 하지 않았으나 당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다음은 일화가 있다.
도료장군 ‘황보 규’가 연로하여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안정에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마침 같은 고향 사람이자 일찍이 큰 돈으로 안문 태수라는 벼슬을 샀던 자가 역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어느 날 황보 규에게 인사차 찾아왔다.‘황보 규’는 침대에 누운 채 예를 취하지도 않았으며, 그가 들어오자 그의 행적을 비꼬기만 할 뿐이었다.
조금 있노라니 이번엔 왕부가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자 그는 황급히 일어나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2천 석을 묵살하기를 한 봉액만도 못하게 여겼다”고 했다.
‘2천 석’은 태수의 봉록 2천 석을 뜻하고, 봉액은 선비들이 입는 옷의 이름으로 곧 선비를 뜻한다.
즉, 선비에 불과한 왕부가 태수를 지낸 사람보다 더 지극한 대접을 받음을 이른 말이다.
진실이 왜곡되는 일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새해에는 진실을 찾고 바름을 이어가는 풍조 속에서 정직한 사람이 드러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서예가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님의 글입니다 -
* 196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과 <한국 서협 대구지부> 사무국장을지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청봉의 고사성어>를 통해 옛 성현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1월 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