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할 수 없는 복지 현장"

평화뉴스
  • 입력 2006.01.26 2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연합, 새해 '사회복지사의 고백' 연재
..."고민과 반성, 왜곡없이 인정받기를"

[사회복지사의 고백 1]...진정성 있는 맘으로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장]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나는 진정 사회복지 활동가로써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롭게 복지운동을 시작하면서 갖는 고민이다. 과연 일상에 안주하는 획일적인 삶을 살 것인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매개체로 살 것인가.

필자는 사회복지사로 불려지기 보다는 사회복지활동가로 불려지길 원한다.
그 이유이즉 사회복지 일을 하지만 사회복지사라는 호칭에는 걸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라면 전문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활동을 하는 전문직종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필자는 그런 전문지식도 없고 기술도 없어 사회복지사라는 직함보다는 지역사회의 한구성원으로써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픈 한 사람이고 싶다.

한동안 복지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모든 이들이 필자 더러 ‘선생님’이라 한다. 왜 내가 선생님인가.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은 우리가 그토록 높고 존경스런 그런 ‘큰 어르신’을 부르던 용어가 아닌가. 그런데 내가 다른 ‘선생님’ 이 되어 있었다.

쑥스럽다. 과연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 그들을 지원하고 보듬을 수 있는 그릇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필자는 사회복지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정책에 관계된 활동이나 주민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동네청년이고 싶다. 그렇다 보니 필자는 늘 동료 직원들에게 이름을 부르기 일쑤다. 친한 동네 아이들을 보면 ‘야 임마’라는 나름대로의 친근한 표현이 좋다. 소위 대상자분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면 필자는 내 이름을 부르라 한다. 하지만 이런 필자의 행태는 복지관 분위기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소위 넘 편안하게 대하면 어려워 할 줄 모르고 넘 쉽게 대한다는 것이다. 아니 복지현장에 있는 종사자가 그들의 윗자리에 있는 분들인가. 어느 순간 사회복지종사자는 소위 ‘대상자’분들에게 상전이 되어 있는게 우리의 복지현실이다. 입으로는 복지권을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복지권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했는가. 업무에 있어서도 그들은 단순히 사업의 대상일 뿐이다. 기계적인 상담과 기계적인 프로그램 기획, 실행, 평가 그리고 연말 되면 그들의 변화도를 보는 실적보다는 몇 명에게 밥을 주었고 몇 번 상담을 했는가 등 단순한 수치의 성과만이 우리 현장의 성과물로 보여지고 있다.

복지현장에 정이 있어야 할진데 정들이 말라가고 있다. 우리의 활동이 인간을 대하는 복지현장이라는 사실만을 빼고는 다른 직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복지시스템에 대한 문제일것이다. 법상 정해진 일들을 소수의 인원으로 수행하다 보니 상담하는 시간을 아껴 기획서, 평가서 써야 하기에 사람들에 대한 정 보다는 만나면 곧 서류로 그들을 다시 담아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다.

필자 역시 이렇게 사회복지 현장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하던 일년간의 삶은 그들의 문화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분명 이 지역의 문제가 있음에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관성화이다. 가끔 보는 그들의 모습은 불행하게도 보였건만 늘상 보는 그들은 ‘그래 그렇게 사는 분들이구나’ 라는 치부적 사고가 내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을 변화시키고 그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들. 사회복지운동을 했다는 필자 조차 그 문화에서 안주 할 수밖에 없는 지난 시간들이었다.

이제 그 곳을 떠나 밖이라고 함부로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런 문화와 사업풍토에 대해 이제 사회복지사로써 현장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었으면 한다. 부당한 내부의 환경에 대해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나만을 위한 이기가 아니라 우리의 근무 환경과 활동은 곧 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서비스의 다양성으로 승화 되기에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문제로 활동의 초점이 서서히 움겨져야 할 것이다. 대상자에 대한 케이스 관리는 잘 될지 몰라도 케이스를 벗어나 지역내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 능력들은 아직 서툰게 현실이다. 문제는 관심이다.

[어려운 일 하시네요? 에 갇힌 나의 사고]

사회복지현장과 시민사회단체안에서 오가는 4년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잠시 외유를 떠난적이 있었다. 여행동안 내내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들로 난 감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필자를 알아보는 이들이 전혀 없음에도 왜 그리도 낯뜨겁고 민망하던지...

그 민망한 일들 중 하나는 소위 내 활동들이 남들이 말하는 ‘어려운 일하시내요’ ‘좋은 일합니다’라는 평가속에서 소영웅주의적 활동들이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뻐기고 으시대고 다녔는가. 그런 필자를 이중인격자로 보았을 거라는 생각들이 더욱 필자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사회복지현장을 지원한다면서 그들과 또 다른 특별한 존재로 보여지길 원했던 일들이 지난 날들의 활동이다. 외유를 통해 이런 내 자신의 모습들을 되돌아 보게 되고 이런 모습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니라 결국 내 자신의 삶의 철학을 이루고 가꾸어 가는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어야 한다는 진정성이 내포되지 않는다면 이 활동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내면으로 밀려 들어왔다.

다시 한국생활을 시작했고 사회복지운동단체를 지역사회분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바삐사는 일상이지만 필자는 늘 서두에 언급한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진정 사회복지 활동가로써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잃지 않고 그 과정을 만들어 가려 한다. 하지만 나약한 존재이다 보니 이런 고민들을 간과하는 경우도 빈번히 반복한다. 철저히 그들 아래에서 그들과 함께 질긴 인연을 만들며 삶을 가꾸고자 한다. 진정한 맘으로 사람을 대하고 일들을 꾸려 가면 통하지 않겠는가.

양준석(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 양준석 사무국장은 현재 충북 청주에 소재한 ‘행동하는 복지연합’의 사무국장으로 있으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5년간 상근활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행동하는 복지연합’은 2005년 6월22일 사회복지현장과 시민들의 참여로 창립된 지역복지운동단체다.

(이 글은, 2006년 1월 16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