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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보수의 뇌관에 '개혁 바이러스'를 심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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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리포트 5]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통일·인권·소외된 이웃 등 기존 언론과 차별화된 보도
30~40대 여론 주도층이 주 독자 "올해 재정독립이 최대 관건"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왼쪽)과 김정화 기자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왼쪽)과 김정화 기자
보수적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담겠다고 깃발을 올린 인터넷신문 '평화뉴스'(www.pn.or.kr)가 오는 28일이면 창간 2돌을 맞는다.

하루 방문객 평균 1천200명선을 유지하는 이곳에 지금까지 40여만명의 네티즌이 다녀갈 만큼 대안언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직 평화뉴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 흔한 사건기사나 정치기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고 딱딱한 기사와 칼럼 일색이다. 주요 독자층은 언론계, 교육계,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다. 한마디로 대구·경북지역의 개혁을 지향하는 이들이 주로 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지웅 편집장(36)은 "독자 연령층이 20대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리 신문의 주요 독자층은 30대와 40대가 대부분"이라며 "시민단체 실무자를 비롯해 언론계와 학계 등 여론 주도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평화뉴스는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지역 공동체'에 가치를 두고 기존 신문과 방송에서 소홀히 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특히 통일과 인권을 비롯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취재에 힘을 쏟으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언론계의 이야기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 방송인 김재경 박사, 김용락 시인 등의 다양한 칼럼도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창간 초기 2004년 4월13일 총선 때 '박근혜 바람'이 불 당시, 인혁당 피해자인 임구호씨를 인터뷰한 기사 '박정희 향수, 역사의 가해자 편에 서는 것'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으로 밤새 기호가 바뀐 '밤새 기호 바뀐 민노당' 등의 기사로 상을 받기도 했다. 그해 7월 난치병을 앓던 현빈이의 딱한 사정을 기사화한 '현빈이에게 희망을'을 내보내 8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한 데 이어 신문과 방송의 후속 보도로 모두 2천여만원이 현빈이 가족에게 전해졌다.

무엇보다 평화뉴스가 내놓은 대표 상품은 2004년에 40회 연재한 '기자들의 고백'과 2005년 연재한 '매체비평'. 기자들의 고백은 2004년 4월부터 1년 동안 20개 언론사 기자 40명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계의 관행, 촌지 수수, 민원 청탁 등 취재 현장의 감추고 싶은 치부를 직접 고백하는 형식으로 글을 써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0명은 대구·경북지역 기자 250여명 가운데 16%나 되는 수치다.

매체비평은 지역 내 10년차 내외의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6~7명이 한 달에 2번가량 모여 지역 신문의 기사내용과 편집을 분석·비평한 뒤 글을 올린다. 다른 매체의 매체비평에는 현직 기자가 아닌 인사들이 비평을 맡지만 평화뉴스의 경우 전부 현직 기자인 점이 타매체와 다르다.

평화뉴스가 대구·경북 인터넷 신문의 대표로 자리잡으면서 서울의 '통일뉴스', 광주의 '시민의 소리', 전북의 인터넷 대안신문 '참소리'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고, '미디어오늘'과도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평화뉴스는 원유술 신부, 홍덕률 대구대 교수, 남호진 변호사 등 38명이 발기인으로, 82명이 주주로 참여해 2004년 2월28일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유지웅 편집장이 (주)평화뉴스 대표이사이면서 취재와 편집은 물론, 칼럼 의뢰 등 1인 4역을 하면서 평화뉴스를 이끌고 있다.

매체비평을 위해 종이신문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매체비평을 위해 종이신문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영남대 법대와 경북대 대학원(교육사회학)을 졸업한 유 편집장은 대구평화방송에서 7년가량 기자생활을 했다. 올해는 지난해 12월 수습기자 김정화씨(여·26)를 공채함으로써 상근자가 2명으로 늘었다.

"창간하던 2004년에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기사와 칼럼을 올린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켰습니다. 이게 평화뉴스 홈페이지를 찾아온 독자에 대한 예의죠. 녹초가 되기도 했지만, 2005년 9월 추석 때까지 지켰습니다."

유 편집장은 겨우 지난해 추석과 이번 설, 그리고 중간에 일요일 며칠 쉬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새 글이 올라가지 않으면 '어제 놀았나'하는 핀잔도 듣고, '별 볼 것 없네'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우울해지기도 한단다.

"지난해 추석 무렵 처음 일요일 하루를 쉬어 봤는데 독자 한 분이 '월요일 아침에 주말기사가 있다니'라고 하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몹시 서운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요."


평화뉴스 애독자들에게 홈페이지 외에 유 편집장이 매주 1~2회 보내는 '들풀 편지'도 인기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회원 5천500여명에게 보낸다. 지지를 보내주는 회원들에게 보내는 유 편집장의 글이다. 최근까지 172회째 보냈다고 한다.

평화뉴스가 인터넷신문으로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인터넷신문이 갖는 어려움처럼 재정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 초기 자본 5천만원도 상당부분 까먹고, 현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6월부터 소액의 개인 후원금을 통한 재정 독립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후원회원 180명이 매월 5천~3만원씩 후원, 한 달에 150만~200만원 모인다. 그렇지만 평화뉴스 '생존'에 필요한 후원인 수는 300명으로 본다. 상근자 2명의 최소 인건비 160만원, 4대 보험료에 30만원, 가게세 등 기타 운영비 40만원을 포함한 액수다. 실질적인 재정 독립을 이루려면 500명 선을 목표로 한다.

"목돈을 가진 사람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방안과 별도의 광고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 봤지만 인터넷신문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봅니다. 정치나 자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죠."

유 편집장은 올해 2006년을 평화뉴스가 도약하느냐, 아니면 좌초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한다. 재정적 독립을 이뤄내고 독자들의 잔인한(?)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기존 인터넷신문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인터넷신문이 기존 신문보다 더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찾아서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올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재정적 독립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영남일보 2006.2.2 / 글=이진상기자 rhine@yeongnam.com /사진=우태욱기자 wtw@yeongnam.

영남일보 2006년 2월 2일 22면
영남일보 2006년 2월 2일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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