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사는 사회복지사의 9가지 습관”

평화뉴스
  • 입력 2006.03.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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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고백 4>...
"사회복지법 5조 ‘최대 봉사의 원칙’, 그러나 현실은.."


1. 클라이언트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절대로 고개를 들지 마라.

-> 아마도 가장 마음 약한 동료 복지사가 맞이할 것이다. 아무도 상담하려 하지 않더라도 절대로 양심의 가책을 받지 마라. 클라이언트가 1분 이상 서 있으면 그래도 제일 마음 약한 사람이 일어날 것이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면 바쁜 척 해라.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2. 내가 담당하지 않는 클라이언트의 전화는 간결하게 끝내라.

-> "담당자가 없거든요. 나중에 전화하세요"라고 응대하며 최대한 시간을 아껴라.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내 업무시간을 빼앗기는 것으로 간주하라. 메모를 전하려 하지도 마라. 혹시라도 메모 전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비난받는다. 클라이언트가 화를 내더라도 신속하게 전화를 끊어라. 담당자가 알아서 할 것이다.

3. 신규 클라이언트를 자꾸 만들지 마라.

->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도 많고 방문할 시간도 부족하다. 특히 초기 면접 때 가능하면 관련 있는 다른 사회복지기관으로 바로 연결해라. 클라이언트가 그 곳에서 효과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라. 그 기관에서 그 클라이언트를 잘 도와 줄 것으로 확신해라.

4. 집중적인 개입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는 가급적 피하라.

-> 그들은 끊임없이 요구하고, 매일 신경써야 한다. 내가 피곤해진다. 어차피 사례관리에 대한 질적인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음을 명심하라. 집중적으로 개입할 클라이언트는 가급적 맡지 말고, 담당하더라도 서둘러 종결하라. 대신 밑반찬 서비스에 만족하고 놀기 삼아 방문해도 되는 클라이언트의 숫자를 늘려라.

5.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은 동료 복지사에게 끊임없이 부탁하라.

-> 그 동료는 오늘 또 야근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칼 퇴근을 보장받는다. 차량운행에서 계획서 작성까지 동료는 많고 부탁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단, 그 동료가 나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면 나는 항상 바쁘게 보여야 한다.

6. 너무 우수한 직원으로 평가받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일이 맡겨질 것이며 심지어는 일요일에도 출근하게 된다. 관리자들은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안겨 주기 마련이다.
칭찬이나 표창, 포상금에 현혹 당하지 마라. 일복이 많기보다는 개인적인 여유를 누려라. 어차피 승진에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7. 새로운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정하는 회의에서는 절대로 상급자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 눈을 마주치는 순간 당신은 수많은 당신의 업무에 또 한가지를 추가할 것이다. 젊고 패기 있고 도전 정신이 살아 있는 후배 복지사는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고개를 잘 숙이지 않기 때문에 상급자의 눈에 들 것이다.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마음 속으로 "나 아니라도 할 사람은 많다"고 속삭여라.

8. 기존의 관행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 그들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 이 정도 월급에 이 만큼 일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라. 특히 멋모르고 날뛰는 신입직원에게는 한 마디 던져라. "우리도 다 해 봤다." 변화를 주도하는 이가 관리자일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처신해라. 따르는 척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안 움직이면 새로운 시도는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9. 매일 매일 복지관의 주요 일과와 다른 동료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 편하게 살기 위한 정보가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잘 판단해서 대응책을 강구하라. 특히 무거운 후원물품이 도착하는 시간, 성가신 클라이언트가 올 시간, 직원들이 공동으로 일해야 할 작업시간 등은 꼭 체크하고 그 시간에 맞추어 가정방문이나 시내 출장, 상담약속을 계획하라. 하루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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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나 선후배 복지사들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서 재미삼아 꾸며 본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결코 이렇지 않으니 오해는 없기 바랍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의 행동을 곰곰이 돌이켜 보니 나는 절대 이렇지 않다고 확신을 갖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성해 봅니다. 하지만 반성만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정해져 있는 사회복지사의 "최대봉사의 의무", 하지만 대부분의 복지기관에서는 직무분석과 적정한 업무량 책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디까지 해야 최대봉사의 의무가 지켜지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관적인 판단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게 되고 어떤 개인(동료 사회복지사)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또한 위의 내용 중 어떤 내용은 비난하기 곤란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건과 상황이 우리 주변엔 늘 상존합니다. 사회복지사들의 업무는 노동강도가 높지는 않을지언정 저임금에 여러 가지 잡무로 시달린다고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을 하다 보니 자꾸 일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서 자기개발을 위한 투자가 부족한 것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이 "직업윤리"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의 환경이 이러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개인적인 심성으로 돌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경영자들과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그냥 이대로 살까요? 일에 치여서... 혹은 눈치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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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법 제5조 (최대봉사의 원칙)
이 법에 의하여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차별없이 최대로 봉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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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S사회복지사(사회복지현장 10년째 근무)




(이 글은, 2006년 3월 2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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