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다섯번째 3.1절이다. 3.1 만세 운동은 60년 4.19 혁명, 80년 5.18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마침내 이루고야 마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금석이다.
그러나 오늘날 3.1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할 만큼 오늘날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가? 평상시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독립유공자를 불러 포창하는 기관장 중심의 빛 바랜 3.1절은 아닌가?
3.1운동이 역사적으로 새롭게 재평가 받으려면, 일제 강점시기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친일반민족행위의 가해의 사실을 들춰내야 한다.
3.1독립운동으로 해방은 찾아왔지만 분단과 전쟁, 그리고 친일, 쿠데타 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현대사는 일제강점시기 피해의 진실을 들춰내지 못했다. 최근 국회에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친일 반민족행위 청산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 통과에 대해 반대했던 국회의원이 합천 출신 김용균 의원이었다. 그의 부친의 친일의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특별법은 큰 저항 없이 통과 되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원폭피해자 분 중 절반이 합천 출신이다. 원폭피해자 분들은 김용균 의원이 합천 출신이라서 특별법 통과에 가장 앞장설 것이라고 믿었던 분들이다. 친일파의 후손에게 그런 기대를 거는 원폭피해자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역사 청산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이승연의 누드집 제작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몰매를 맞는 이유는 오로지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획사의 몰역사적 인식에 대한 부도덕함이 초점이었다. 마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이승연을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자의 먹이감으로 여겼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 강점시기 피해자에 대한 관심,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우와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언론은 접근하지 못했다.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과 친일 반민족행위 청산 특별법 통과를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리지는 않았다.
한국정부는 65년 한일회담의 정보를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65년 한일회담의 결과,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로부터 유무상 5억 달러를 제공받은 바 있다. 유무상 5억달러가 경제협력기금인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이 밝힌 적이 없다.
일제 피해자분들이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만약 그것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의 자금이라면, 한국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돌려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금횡령과 직무유기임에 분명하다. 경제협력 기금이라면 일제강점시기 피해자들은 일본정부에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을사조약 100주년, 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 한 해를 앞두고 맞이한 85주년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친일 쿠데타 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한 재조명이다. 그것은 일제강점시기 피해와 친일 반민족행위에 대한 청산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도 여기에 달려있다.
4.15 총선이 이제 겨우 한달 하고도 보름이 남았다. 친일 반민족행위 청산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친일, 쿠데타 세력의 집권에 협조했던 이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일이다.
김동렬(대구KYC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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