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소리 던지는 겸허한 벗처럼...”

평화뉴스
  • 입력 2006.05.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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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고백7] 이상희...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사회복지 네트워크 만들기"


나는 사회복지영역의 활동을 2년째 접어들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10년이상 한 길을 걸어가는 분들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고, 활동을 되돌아보며 정의내리기 보다 앞으로의 계획과 성취가 더욱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정의와 평가가 아니라 나침반으로 방향을 맞추어가는 조심스러움과 흥미로움으로, 이제 막 사회복지계의 활동에 발을 적셔가며 재미를 느끼고 종종 허우적대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4년간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네트워크’였다.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자원을 연계하는 것. 그 활동의 중심은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라는 것을 수업을 통해, 그리고 먼저 현장에서 활동하시던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하여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졸업을 한 뒤 지역복지운동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지난 1년간 내가 가장 자주 만났던 사람은 소위 말하는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단체의 실무자였다. 사회복지의 영역이 갖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클라이언트에게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보장하는 미시적영역과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라 불리는 서비스 당사자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중(거)시적영역이 있음을 전제로 네트워크 활동을 비교해 보아도 좋을 듯 싶다.

한 지역의 ‘사회’복지사로서 같은 지역에 위치한 단체들과의 연대, 그리고 사람들과 생각의 공유는 복지적인 활동을 지역사회에 넓히기 위한 사회복지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의 단체들, 특히 사회복지기관.단체와의 연대는 연대에 대하여 ’당연‘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복지현장에서의 현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개별단체ㆍ기관의 주력사업이 아닌 연대활동의 경우 활동에 대한 물리적인 시간배정 등으로 인해 활동 영역에 있어서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개별 조직의 비전에 맞추어 가장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여야 하는 것은 단체의 존립이 걸린 사항이며, 그 주력사업으로 수혜자(고객)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살펴보건대 사회‘복지’는 있되, ‘사회’복지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사회복지 각 영역에 해당되는 단체 간의 연대에서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다고 하는 단체이면서,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요구를 하며 또 하나의 섬으로 장애인을 몰아넣고 있는 듯 한 답답함이 계속되었다.

우리 지역사회에 장애인만 사는 것이 아닐진대, 지역의 균형 있는 복지현황을 구현하는 것 보다 개별영역의 발전만을 주장하여, 사회복지 내에서 분파 나누기와 이권다툼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예로 든 사례가 ‘장애인’이었으나, 이것은 어느 한 영역에 제한된 것은 아니었다. 사회를 배제한 개별영역의 발전, 중심축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려 다니고 있는 사회복지계의 네트워크였다.

지금까지 복지영역의 네트워크의 현황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였지만, 이 비판의 영역에 포함되는 사람(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무척이나 억울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의 경우에도 단체의 배려가 되지 않은 채 본인의 업무에 더해진 또 하나의 업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시간 이후에도 네트워크 내에서 나눈 역할 수행을 위해 밤잠과 주말의 휴식을 미루고 헌신적으로 활동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옴과 동시에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기관단체장의 네트워크사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등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각 단체의 공동사업’이라는 주체의식이 바로서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네트워크를 주관하는 한 두 단체의 집중적인 노력이나, 네트워크 구성원인 개인의 헌신으로 사회복지네트워크 활동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재 수준 이상의 변화속도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처럼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 연대활동의 활성화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연대활동에 대한 공통의 요구와 필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러기에 특정사안에 뜻을 함께 하는 단체들의 소통과 균형있는 시각의 확보가 갖는 의미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사회복지 각 영역별로 나뉜 개별이익집단화를 넘어서 지역사회라는 틀에서의 객관화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복지윤리규정을 내걸지 않더라도 상식으로 통할 수 있는 단체 간의 유대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각 단체를 개인화하여 생각할 때, 지역복지의 발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으고 때로는 경쟁하는 좋은 벗의 그런 관계이길 소망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주기 보다, 서로의 성장으로 공동의 성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쓴 소리를 던지고 그 이야기를 귀담아 자기 성장의 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겸허한 벗의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한 내부의 신뢰관계와 지역을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을 갖출 때, 신명나는 진정한 연대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신명나는 복지삶터 만들기.
쉽지 않지만 다방면의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상희(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천안)




(이 글은, 2006년 4월 25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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