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최신식 건물인데 이럴 수 가 있습니까”
11일 오후 1시쯤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보기위해 대구시내 도심지 대구 민자역사를 찾은 장애인 단체 ‘밝은 내일’ 회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4명은 민자역사 들머리에 높이 솟은 계단앞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 휠체어를 탄 채로 계단으로 올라 갈 수 도 없고 다른 통로를 이용하라는 안내문도 찾을 수 없다.
직원들이 보이지 않아 열차를 타러 나온 시민들의 귀뜸을 받아 들머리에서 40m이상 떨어진 한 쪽 귀퉁이에 설치해놓은 도우미 벨을 어렵게 찾아냈다.
벨을 누른 뒤 장애인들이 애타게 기다렸지만 8분만에 나타난 철도청 직원은 “일이 바빠 빨리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상출입구를 개조해 만든 듯한 통로를 거쳐 열차가 달리는 플랫포옴을 지나가야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트가 나온다.
그러나 엘리베이트 내부가 비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 1명이 겨우 탈 수 있다. 장애인 4명이 차례로 엘리베이트를 타고 대합실로 올라가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장애인 단체 '밝은 내일'..."혼자서 표끊고 열차타기는 불가능" 분통
대합실 바닥은 목발을 짚고 다니는 지체장애인들이 다칠수 도 있을 만큼 너무 미끄러웠으며 백화점과 주차장으로 난 경사로는 손잡이가 없거나 경사가 너무 가팔랐다.
대합실안 ‘표사는 곳’의 접수대 높이도 규정(70㎝∼90㎝)보다 10㎝이상 높았고 접수대 폭은 규정(45㎝)보다 훨씬 좁은 28㎝로 측정돼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꼈다.
또 대합실 한 켠에는 공중 전화기 6대가 놓여있었지만 장애인 전용은 찾을 길이 없다.
대합실옆 주차장을 찾은 장애인들은 장애인 전용주차장에 세워놓은 일반 차량 2대를 발견하고 “주차 관리인이 있는데 왜 이러냐”며 따진뒤 “법은 지키라고 만들었지 어기라고 만들어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밝은 내일’최창현(39)회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혼자서 표를 사서 열차를 타기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면서 “대구가 월드컵 경기와 유니버시아드를 치러낸 국제도시라는 말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구 민자역사는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옛 대구역을 뜯어낸 자리 1만4천여평에 철도청이 땅을 대고 롯데백화점이 2천억원을 들여 역사와 함께 10층짜리 백화점을 지었다.
한편, ‘밝은 내일’은 이날 오후 고속철 동대구 역사도 찾아 엘리베이트가 사방이 유리로 돼있어 위험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한겨레 대구/ 구대선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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