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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 관료조직에서 살아남기란...”
[사회복지사의 고백 12] 대구 H사회복지사
“보수화 되는 복지계...사람 중심? 문서 작성과 조직의 처세술을 더 배워야 했다”
2006년 08월 09일 (수) 14:05:05 평화뉴스 pnnews@pn.or.kr
사회복지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남을 도와주면서 자부심을 가지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대는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의 자격증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청춘의 혈기는, 사회복지수급권자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사회복지현장으로 뛰어들게 하였다.

처음 사회복지현장에서 느낀 것은, 어느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무막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왜 나무막대기를 사용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평소 시각장애인에게 흰지팡이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즉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 전문지팡이가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에게 요구를 할 수 없었고, 사회복지사들 또한 시각장애인이 나무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료적이고 서열관계가 뚜렷한 사회복지조직...학연.지연 등이 조직을 더욱 보수화시키고 있다"

그때의 나의 느낌은 사회복지사가 왜 클라이언트의 입장이 되지 못하고 이렇게 구태한 모습으로 일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사회복지현장에서 일어나는 선배들의 날카롭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에다가 클라이언트에 대한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여러 번 반복되었다. 조금만 더 그들 입장에서 일할 수 있다면 사회복지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체되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이런 모습에 대한 나의 비판적 입장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맞는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선배들은 나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들에게 지금보다 한 가지만 더 할 수 있다면 클라이언트들은 두 배로 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아직도 나는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사회복지조직에서 좋은 사회복지사의 모델이 되지 못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회복지조직 또한 다른 조직처럼 참으로 관료적이고 서열관계가 뚜렷하다.
학연, 지연 등이 관료적인 사회복지조직을 더욱 보수화시키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같은 문제점을 서로 인식하면서도 그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러 관계와 친분을 가지는 한 조직에서조차 사조직처럼 동원되는 모습 속에서 내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사회복지사의 모습은 환상이었음을 직시해야했다.

그래서 나 또한 사회복지사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처세술, 조직에서 처세술을 전문적으로 배워야했다. 클라이언트에게 '적절한 상담' 대신 '적당한 상담'을 실시해야 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입방법 보다는 혼자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시하는 방법 등으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보다는 사회복지사의 '적당한 역할'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일 열심히 하는 사회복지사?...자금 많이 받아오고 문서 잘 만드는게 일"

아직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좋은 사회복지사라고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의 ‘아름다운 사회복지사의 상’ 이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보다는 불만없이 일을 하는 아름다운 사회복지사를 선호하고 있다.

점점 사회복지조직에서 용해되어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이젠 그렇게 문제의식을 강조하는 사회복지사의 생각은 점점 퇴조하게 된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사람이 우선이 아니고 행정이 우선일 때가 많다. 그것의 대부분은 평가나 감사 때문일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행정적으로 얼마나 정확하고 간결하게 하는가로 결정된다. 그래서 나또한 문제의식보다는 평가를 잘 준비하고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문서화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도 중요하지만 마치 이것이 사회복지사의 모든 것인양 바라보는 것, 이것이 현실의 아름다운 사회복지사로, 힘없는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느끼면서... 얼마나 기관에 자금을 많이 받아올 수 있도록 프로포절을 작성하고, 프로그램 기획과 평가를 위한 기록에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회복지는 사람중심 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열심히 문서를 정리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있다.
이제 나도 현장에서 근무한지 10년을 넘기고 있다. 요즘 사회복지와 인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권이 무엇인가? 인간의 권리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중심의 권리에 대한 생각보다도 이젠 사회복지사가 살아남기 위해 ‘문서화’ 능력 에만 열중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사회복지사로 처음 직장 생활하는 젊은 사회복지사와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인간중심의 권리를 감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지 점점 갈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의구심이 든다. 특히 의욕을 갖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 사회복지사들에게 갈수록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대구 H사회복지사(사회복지현장 10년)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6년 7월 28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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