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체천자(輪遞天子)
[字解]
輪 바퀴 륜
遞 갈마들 체, 우편 체, 遞信部(체신부)
天 하늘 천
子 아들 자
[뜻] '돌림 천자'라는 뜻. '돌아가며 한번쯤은 해먹는 천자 자리'라는 말
[出典]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선희학(善戱謔)편〉
[풀이]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문집인 《성호사설 星湖僿說》권9권의 <선희학 善戱謔>에 실려 있다.
백호 임제(白湖 林悌)는 기상이 호방하여 법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가 병이 들어 죽게 되자 그의 여러 자식들이 슬퍼하여 울었다.
임제가 말하기를, "온 천하 모든 나라가 황제(皇帝)라 일컫지 않는 이가 없거늘, 다만 우리나라만이 언제나 일컬을 수 없었다. 이같이 누추한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죽는 것을 어찌 애석하게 여길 것이 있겠느냐?" 하며 울지 못하게 하였다.
또 항상 우스개 소리로 말하기를,
"만약 내가 오대(五代)나 육조(六朝) 같은 시대를 만났다면, 또한 마땅히 윤체천자(輪遞天子)쯤은 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전하며 웃었다.
林白湖悌, 氣豪不拘檢. 病將死, 諸子悲號. 林曰 "四海諸國, 未有不稱帝子, 獨我邦, 終古不能. 生於若此陋邦, 其死何足惜?" 命勿哭. 又 常戱言 "若使吾値五代六朝, 亦當爲輪遞天子" 一世傳笑.
여기서 윤체천자(輪遞天子)란 '돌림 천자'라는 말이다.
즉, '돌아가며 한번쯤은 해먹는 천자 자리'라는 뜻으로, 호방한 기상을 표현한 말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당시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우리도 중국과 같이 천자(天子)가 될 수 있다는 주체의식을 담고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천자(天子) 즉 황제(皇帝)가 등극하면 그 이름자를 누구도 쓸 수가 없었다. 때문에 천자와 같은 글자를 가진 사람은 그 이름자를 모두 바꾸었다.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세상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인 만큼 그 권위마저 우습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
조선 중기의 시인이며 문신이다.
본관(本貫) 나주. 자(字) 자순(子順). 호(號) 백호(白湖) ·겸재(謙齋). 대곡(大谷) 성운(成運)의 문인.
1576년(선조 9) 생원시(生員試) ·진사시(進士試)에, 1577년 알성문과(謁聖文科)에 급제했다. 예조정랑(禮曹正郞)과 지제교(知製敎)를 지내다가 동서(東西)의 당파싸움을 개탄, 명산을 찾아다니며 여생을 보냈다. 당대 명문장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시풍(詩風)이 호방하고 명쾌했다. 황진이 무덤을 지나며 읊은 “청초 우거진 골에...”로 시작되는 시조와 기생 한우(寒雨)와 화답한 시조 〈한우가(寒雨歌)〉 등은 유명하다. 저서에 《화사(花史)》 《수성지(愁城誌)》 《임백호집(林白湖集)》 《부벽루상영록(浮碧樓觴詠錄)》이 있다.
- 서예가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님의 글입니다 -
* 196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청봉(靑峰) 이정택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과 <한국 서협 대구지부> 사무국장을지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청봉의 고사성어>를 통해 옛 성현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8월 1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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