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6자 회담, 돌파구는 남북대화”

평화뉴스
  • 입력 2006.10.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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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위기감시기구 '피터 벡' 소장...
“미국에 기댈 것 없다.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9월 19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년.
그러나, 이 공동성명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금은 6자회담마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06.7)를 이유로 ‘금융’을 비롯한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장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피터 벡(39) 소장
피터 벡(39) 소장
9.19공동성명 1주년을 맞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19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6자회담은 죽었는가”라는 주제로 ‘2006 민족화해 대구경북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사무소’(서울) ‘피터 벡’(39) 소장이 기조강연에 나섰다. 국제민간단체인 ‘국제위기감시기구’는 서울을 비롯해 민족분쟁이 있는 세계 20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분쟁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피터 벡 소장은 강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그의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대북제재’를 풀 의사가 없을 뿐 아니라 북미 대화의지도 없다고 했다.
또, 북한 역시 ‘6자 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포기한 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피터 벡 소장은 “6자회담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유한 돌파구는 남북 직접 대화 뿐”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이나 DJ방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터 벡 소장의 얘기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 미국이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6자 회담의 전망은?
= 갈수록 비관적이다. 6자 회담은 의미가 없어졌으며 죽어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고, 북한은 회담에 복귀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 가능성은 없나?
= 얼마 전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집권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 쪽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미국이 ‘대북 유연성’ 갖기는 힘들 것 같다.

- 현재 상태로는 북미대화나 6자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 부시의 의지 문제 아닌가?
= 부시는 처음부터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 부시가 재임한 50개월동안 기간동안 북한과 대화하거나 시도한 건 불과 몇 달이 되지 않는다. 북한을 ‘악(惡)’으로 규정하면서 북한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부시는 어린 아이들 수준의 말들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부시는 북한과 대화보다 북한의 굴복과 붕괴를 더 바라는 지도 모른다.

- 6자 회담 중단의 이유로 ‘북한 미사일 발사’로 내세우고 있다. 핑계 아닌가?
= 그렇다. 지난 해 9.19공동성명 이후 실질적인 이행은 전혀 없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어도 6자 회담이나 북미대화는 안됐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앞으로도 별 성과는 없을 것이다.

-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실익도 있을텐데?
=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면 ‘금융제재’를 푸는 것 이상으로 얻을 것이 많다.
북한의 진짜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6자 회담의 전망이 더 비관적이라는 얘기다. 답답하다.

- 북한이 ‘핵’을 왜 말한다고 생각하나?
= 그 역시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협상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실제로 ‘핵 보유국’이 되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북한이 미국이나 강대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어할 수도 있다.

- 북한에 무슨 말 못할 내부 사정이 있는 건 아닌가?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해 확인된 사실이나 어떠한 정보도 없다.

- 그렇다면 6자 회담의 희망은 전혀 없는가?
= 현실적으로 그렇다.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태다.

- 변수는 없나?
= 굳이 꼽자면 ‘중국’이 변수다. 중국이 북한에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

- 6자 회담이 풀리지 않으면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다. 현실적 방안은 없나?
= 유일한 돌파구는 ‘남북 직접 대화’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나 남북 정상회담이 해법이다. 또, 민화협을 비롯한 민간단체 교류도 큰 몫을 한다.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와 교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

- 남북정상회담, 연내에 가능하겠나?
= 당장의 전망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각만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 북한은 북.미 대화를 더 원하는 것 아닌가?
=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다를 수 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북한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남한 뿐이다. 실제로 남북 대화에서 얻어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미국의 전쟁 위협보다 남한의 경제나 문화를 더 두려워 할 수도 있다.

-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은?
= 현실적으로 없다고 본다. 미국이 이라크 전 때문에 북한을 공격할 여력이 없으며, 북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보다 남한에 대화의 문을 더 열 수도 있다는 말이다.

- 남측 정부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부시에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북 경제제재는 더 심해질 것 같다.
“민족끼리”. 이게 답이다. 세계 분쟁국 어디를 보더라도 ‘민족끼리’ 해결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지만, 돌파구는 남측 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남북 대화에 나서고 끊임없이 교류해야 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6년 9월 1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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