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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억압당하는 천사”
[사회복지사의 고백] 엄경숙...
“복지사가 노조 만들면 장애인 복지 해친다?”
2006년 10월 22일 (일) 17:12:49 평화뉴스 pnnews@pn.or.kr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종사자, 선생님,
여태까지 스스로 또는 다른 이들에게 불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름이다.

택시를 타 ‘형곡동 장애인복지관이요.’하면 기사님이 복지관 직원이냐고 물으며 건네는 말이 ‘좋은 일 하네요.’라는 말이었다. 그 때마다 나의 대답은 ‘좋은 직업을 가졌지요.’였다. 주위 분들이 이런 말을 할 때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임무를 수행하듯 그들이 씌우는 천사의 허울을 벗으려 애를 쓴다.

사회복지실천가로서의 일이 적성에도 맞고 스스로 좋은 직업을 여기며 친구들에게도 복지관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러나 인권이나 노동자로서의 권리 같은 것은 이야기해서는 안 되고 애초에 그런 것은 포기하고 살아야하는 천사는 단호히 거절하고 싶다.


“권리를 억압당하는 천사는 거절한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스스로 또는 사회로부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할 때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며 노동자라는 말 자체를 불온한 것으로 몰아세웠던 그 때처럼 우리 사회복지노동자는 봉사와 헌신으로만 충만하기를 강요받고 있다. 근로조건, 임금, 복지가 열악하다는 것이 웬만큼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되는 이상한 노동자이다.

우리 복지관은 올해가 개관 6년이 되는데 해가 거듭 될수록 복지관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재단의 횡포도 늘어났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재단이 전체 임금의 30%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25명의 직원 중 9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임금삭감은 노동부에 진정신청을 해 돌려받았지만 정리해고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위협이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 이상 잘못된 것을 바꾸어보려는 실천은 거의 할 수 없었던(또는 하지 않았던)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장애인복지 실현에서 사회복지노동자를 억압하는 일은 이제 그만!”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수탁 운영자는 시설 이용자들을 해치는 것으로 몰아세운다. 특히 장애인시설은 장애인을 내세워 ‘장애인복지를 해친다’며 사회복지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난다. 복지시설의 비리나 비민주적인 운영의 피해자인 시설이용자들을 또 하나의 피해자인 노동자들을 공격하도록 조장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전 재단인 c복지재단은 이런 치졸한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3월 중순부터 우리 복지관의 새로운 수탁운영자는 정해진 수순을 밟듯 우리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업무를 소홀히 한 적이 전혀 없는 우리에게 그 어떤 것보다 장애인복지가 우선한다며 ‘전쟁하겠다’는-요즘도 복지관 관장은 전쟁하겠다는 말을 좋아한다.- 말을 남발했다.

다행히 우리는 이용자들과의 극단적인 마찰은 없었다. 우리의 주장이 지역 장애인에게도 더 좋은 민간위탁운영 철폐였고, 한편으로는 시설 내에서 강도 높은 투쟁을 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씁쓸하지만 아마 후자가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이용자와 보호자들이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었지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를 문제로 여기는 이용자들이 꽤 있었다. 어떤 이용자는 노동조합이 있어서 좋은 재단이 수탁신청을 하지 않으니 일단은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문제를 풀어가라는 이도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재단의 의미는 무엇일까?
소위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할 수 있는 재정능력이 되는 큰 재단이면 노동조합과 갈등할 일이 없단 말인가? 우리가 아무 문제도 없는데 심심해서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 아닌데......


“노동조합은 보험료만(조합비) 지불하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보험가입이 아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서 당장 만연해 있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만사형통은 아니었다. 오히려 힘든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기도 했다. 복지관 운영의 위탁자인 구미시가 새로운 위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의혹투성이라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아침마다 시청 앞에서 시위를 했어야 했고, 시민들에게 공공기관 민간위탁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사회복지시설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알리는 선전전을 했어야 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울날 언 손으로 신호대기 중인 시민들에게 선전지를 건네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피케팅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고, 제대로 복지를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투덜대기만 하며 무기력해지기는 싫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가입했을 때) 몇몇 조합원은 노동조합 가입을 마치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 조합비를 내면 우리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조합원 중에 어떤 이는 가족들이 노동조합활동을 반대하다며 퇴사하기 전에 탈퇴를 했고,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사태-현 재단이 새로운 수탁운영자로 선정되는 것-가 벌어진 뒤 복지관을 떠난 조합원도 몇 있다. 물론 나름의 이유들은 있다.

그래서 현재 우리는 조합원 수가 전체 직원의 50%가 안 된다. 전 직원이 조합원이면 더 좋겠지만 수가 작다고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우리의 결의가 꺾이지도 않았다.


“혼자일 때는 넋두리만 했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고는 개쳑자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현 재단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관 운영에서 더 이상 물러나 넋두리만 하고 있지는 않는다.

건설노동자들만 노동자인 줄 알았고, 본인이 근로자우대저축을 넣을 수 있는지 어머니께 여쭤봤다는 조합원의 말에 박장대소를 한 기억이 난다. 이랬던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작지만 부당한 환경에 저항하며 살고 있다.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장애인복지를 실천할 것이다.
그리고 고용자가 부당하게 우리를 억압하거나 인사횡포를 저지르고, 사회복지사업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복지실천가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행동이며 스스로 주인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14]
엄경숙(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동조합 구미복지관지회장. 구미장애인종합복지관 6년째 근무)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6년 9월 2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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