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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싹을 틔우는 "생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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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 연 북구 대현2동 감나무골 ‘생명가게’...희망을 나누는 상설물물교환센터

 옷, 가방 등 생활용품이 가지런히 진열된 감나무골 '생명가게'
옷, 가방 등 생활용품이 가지런히 진열된 감나무골 '생명가게'

옷을 입어보고 기뻐하는 할머니.
옷을 입어보고 기뻐하는 할머니.


“내 여기에 찜해 놓은 거 있데이”
대구시 북구 대현 2동에 위치한 옷가게.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정답게 들어왔다. 엊그제 찜해놓은 옷을 집어들고 할머니가 지불한 금액은 단돈 1000원.

재활용 물물교환센터 감나무골 생명가게..."이렇게 예쁜 옷이 천오백원!"

이렇게 예쁜 옷이 1500원!
이렇게 예쁜 옷이 1500원!


“감나무골 생명가게”.
아직 간판도 없고 개업도 하지 않았지만, 지난 2일 문을 연 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옷 뿐 아니라, 신발, 가방, 그릇, 장난감까지 거의 모든 생활 용품들을 사고 팔 수 있다. 생명가게는 물품을 더 갖추고 홍보를 한 뒤 다음 달 정식으로 문을 연다.

마을 주민들이, 쓸 수는 있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이곳으로 가져오면 가게 운영자는 값을 매긴 뒤, 그 절반만큼 필요한 물건을 가져 갈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들어온 물건들은 말끔하게 손질돼 가게에 진열된다.

물건값은 몇 백원에서, 비싸도 몇 천원 정도. 그렇지만 공짜는 절대 없다. ‘무료가 당장에는 좋아보여도 재활은 아니기 때문에 물물교환으로 재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생명가게의 운영 방침.

생명가게는 윤주수(37), 이유자(38) 두 명의 실무자가 운영하고 있다. 이유자씨는 “아이들에게 재활용의 중요성을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용돈 몇 백원을 아껴서 직접 옷을 살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충분히 살아있는 환경교육을 할 수 있으며, 커서는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알게 된다.”라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현2동 감나무골 새터공동체...주민들 스스로 서로 돕고 나누는 삶

물물교환 사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현2동 주민공동체인 '감나무골 새터공동체'에서 계절마다 해왔다. 감나무골은 오래전 감나무가 많기로 유명했던 이곳의 옛 이름.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공동체를 형성해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살려 감나무골 새터공동체에서는 작년부터 상설물물교환센터를 계획해왔다. 그래서 ‘생명가게’가 만들어진 것.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현2동 감나무골.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현2동 감나무골.


생명가게는 두 명의 실무자 외에 10여명의 자원활동가가 함께 꾸려간다. 이들은 돌아가며 가게에 들러 옷수선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주민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인다.

물물교환을 통해 한푼 두푼 모여진 수익금은 모두 감나무골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인다.

감나무골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로 가출과 이혼이 크게 늘어나면서 혼자 사는 노인과 편부모나 할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많다.
감나무골 새터공동체는 이들에게 매주 밑반찬을 전해주고 있으며 김장철에는 김치를 담궈 30~40세대의 불우한 이웃에게 나눠준다. 그 외에도 자원활동가 교육과 주민상담, 결연사업을 통한 장학금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개발로 보금자리 잃는 감나무골 사람들...서로 희망나누며 생명 지키

가난 속에서도 10년 넘게 주민공동체 속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감나무골 사람들.
그들에게는 최근 몇 년 사이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재개발 사업으로 감나무골이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돼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이미 한쪽에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우선적으로 주어지지만 돈이 없는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 결국 또 다른 달동네 셋방으로 옮겨가야만 한다.

생명가게 실무자 윤주수씨.
생명가게 실무자 윤주수씨.


생명가게 실무자 윤주수(37)씨도 같은 처지.
“우리 집도 재개발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 아래 달동네입니다. 여기서 10년을 감나무골 사람들과 함께 살았어요. 재개발로 모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옮겨가면,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나도 옮겨갈 겁니다.”

윤주수, 이유자씨는 이곳이 단순한 물물교환센터가 아니라고 말한다.
“마을 주민들이 생명가게에 들러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고,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들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살아서 좋다는 것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해요.”
마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넉넉한 희망의 웃음이 묻어났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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