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을 받은 사회복지사"

평화뉴스
  • 입력 2007.01.04 12: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전화진(본동사회복지관)
"후원금 전용, 운영비 과대 계상, 공무원 사례비..전적으로 양심의 문제인가?"
지난 10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회복지 관련 우두머리는 모두 모였다.
‘투명사회협약 체결’

사회협약은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를 통해서만이 가능하기에 이러한 협약이 발표된 것이 무진장 반갑다. 그런 한편으로 협약과정이 금시초문이라는 내 무관심과 그 동안 우리의 살림에 무슨 문제가 그리 많았기에 이러한 협약을 끌어내야만 하는 지 안타까움도 있다.

협약내용은 공공부분의 청렴도 제고, 민간부문의 투명성 확보, 사회복지시설 이용자의 인권과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 그리고 사회공헌활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한 죄(?)로 협약내용에 대한 생각들을 자기 반성차원에서 들여다 보고자 한다.

사회복지현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도덕성에 매료된다. 그만큼 치명적이기도 하다. 누구나 현장근무가 좋은 일 하는 곳, 소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 등으로 말한다. 스스로도 자의든 타의든 그런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90년대 이후 확대되었다. 단순 보호시설에서 지역중심시설인 사회복지관과 중간보호시설, 자활지원시설까지 확대 설치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면 초기 시설운영은 열악한 시설, 과도한 종사자 노동력 투입, 최소 기초생활 유지 등으로 요약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간자원에 의존하려 하였다. 이는 민간자원 부담률을 매겨 강제함으로써 적지않은 폐해의 씨앗이 되었다.

시설운영자는 자부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금 일부를 법인부담으로 전용하기도 하고 운영비를 과대 계상하여 되돌려 받는 자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당시 공공연하게 진행된 사실이였지만, 이렇게 마련된 재원이 일부 개인용도로 사용되거나 시설운영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도덕적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또한 정부지원금으로 집행되는 행사성 프로그램은 관행적으로 일정금액을 담당공무원 사례비로 지출하고 평가비란 항목으로 유흥비로 지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정부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또 다른 경비를 마련할 수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자부담 재원은 시설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운영법인이 시설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기로 되어있으나 왠 만한 법인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 이는 사회복지법인의 수익구조가 대부분 지역사회로부터 받는 기부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개인 및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강제된 자부담 마련을 위해 편법(일부 탈법)을 사용하는데 시설비에 대한 댓가성 후원금이 주로 이용되었다고 본다.

사회복지시설의 개보수나 장비구입시 관련 업체는 대부분 대금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어놓는다. 어떤 경우는 당장 부족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댓가성 후원금을 강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해보는 장사 없다고 과다 계상된 공사금액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고 또한 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후원금으로 편입되지 않고 법인 전입금이나 별도 기금으로 편성되기도 하였다. 스스로는 이런 행위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에 대해 고백하며 그나마 이 돈이 비도덕적인 곳에 사용되지 않았음에 면피할 수 만 있기를.

여기서 잠깐!
미숙한 회계처리로 제때 영수증을 받지 못해 사후 정산을 위한 비구매영수증을 사용함으로써 잉여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 몇백원, 몇천원의 금액은 회계처리에서 과오납이 발생시 정식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집행될 수 있는 잇점(?)이 있고, 무엇보다 상사의 간섭과 복잡한 문서를 피해서 나만의 양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쾌감도 가졌다.

물론 협약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현재는 각종 제도적 장치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더구나 사회복지사 윤리에 따라 있을 수 없는 일어야만 한다. 위와 같은 일은 각종 정부감사(지도점검)에서 지적되고 각종 운영 안내집에 거론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영자의 개인적 양심에서 찾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 동안 제도적 모순으로 피할 수 없는 범법자가 되고 도덕적 비난으로 헌신적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협약이 당장 국민의 신뢰를 받고 투명성이 확보되거나 우리가 처한 현실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지만, 양복입은 신사가 빈대떡 집을 찾는 일로 동의 받지 못한 협약주체인 지방의 현장 실무자에게 과오가 전가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또다른 소망!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비는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된다.
이는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를 다루는 휴먼서비스가 곧 생산물이므로 인건비의 비중이 높다.

많은 세금과 후원금이 직접비로 사용되지 않는 것에 사회복지시설이 파행운영과 비리의 대상으로 점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어 놓은 후원금이 원하는 사람에게 소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지만, 그 뜻을 대신 전하는 소명을 받은 사회복지사를 지원하는 것이 어찌 보면 하나를 열로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16]
전화진(대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 과장)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6년 12월 2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