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파트너십?"

평화뉴스
  • 입력 2007.03.19 13: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장준배(동구자원봉사센터)
"권리의 폭은 넓히지 않은 채 의무만 강요하는.."


다시 대구로 돌아와 일한지 이제 3개월째를 맞고 있다.
이런 글을 쓰게 되는 인연이 징하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고, 아무튼 자극은 된다.

2005년 9월 3년 조금 넘게 일한 일터를 그만두고 자칭 가정주부로 9개월 보내고 2006년 4월일자리를 찾아 경북 안동으로 가게 되었다. 경상북도청소년지원센터, 2년 계약직으로 청소년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곳에서 조금은 생소한 그리고 가족들이랑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곳, 그리고 아는 사람이라곤 전혀 없는 곳에서 30대의 중반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그런 막막함이란...

나는 내 자신이 사회복지사라는 것을 그리 크게 느끼고 살지는 않았다.
실습생을 받을 수 조건으로 또는 사회복지일을 하고 있는 무리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기 위해 내 스스로 선언하는 정도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제도에 대해 못마땅한 점도 있거니와 사회복지사만이 사회복지를 할 수 있다는 우리나라 복지전달시스템에 대한 방어기재의 한 표현이지 싶다.

어쨌든 나는 대구지역에서 지역사회시스템구축의 필요성과 그 욕구의 해결에 한 몫을 해 왔던 전력이 있고 사회복지사1급이라는 자격증을 이마에 붙이고 상담 및 교육전공을 주로 한 이 기관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런데 첫 날 근로계약서를 받아 보고는 감정이 상했다.
사실 이 기관은 경상북도 산하 재단법인이라 근무자들 직급을 6급, 7급, 8급, 행정10급 등 행정적으로 공무원시스템에 근접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보수도 사회복지계에 비하면 그런대로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나의 경력산정이 군대복무경력만 인정 되고 대구에서 근무한 경력은 털끝만큼도 인정이 되지 않았다. 호봉수에 따른 급여차이도 있긴 하지만 나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존심 상함과 사회복지분야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국가적 사회적인 권력과 편견에 화가 났다.

사회복지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사회 어느 현장에서든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그런 벽은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했다. 근로계약서에 내 도장을 찍어야 하나?... 사실 그 당시 서울에서의 일자리가 있긴 하였지만 가족 특히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와 그래도 조금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더 강했던 상황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긴 해도 쉽게 이런 권력에 순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날 난 도장을 찍지 않고 다시 대구로 되돌아 왔다. 그것이 최소한 나의 항변이었다. 물론 작년 12월까지 그런대로 재미있게 안동생활을 보내긴 했지만..

못 다한 업이 많아서 일까?
다시 대구에 있는 옛 직장으로 돌아왔다. 가족과 같이 일상을 보낼 수 있고 정든 옛 동지(?)들과 술잔을 나눌 수 있고... 이런 부푼 꿈을 안고 컴백을 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시의 자원봉사지원정책이 일방적으로 바뀌었음을 통보 받았다. 대구시는 2005년부터 시재정교부금을 통해 시비를 마련, 8개 구군에 매칭펀드형식으로 지원해 해 왔으며 특히 작년 2006년에는 사업비에 따른 인건비확충과 직원들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 왔다.

사실 자원봉사센터는 보건복지부계열이 아니라 행자부가 관여해 왔고 2005년 자원봉사기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행자부 지침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왔기 때문에 지역인프라 구축역량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근무조건 또한 열악한 상황을 계속 반복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원봉사기본법이 제정되고 각 구군에서 조례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통과일 뿐 오히려 행정의 관리 감독만 강화되었다.

즉 권리의 폭은 넓히지 않은 체 의무의 강요만 강화 된 꼴이 된 것이다.
구비확충은 겨우 인건비 1~2명 사용할 정도로 사업은 고사하고 사무실 운영을 하기에도 벅찬 그런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2006년도 시의 정책지원은 구군센터운영자들에게 그나마 힘이 되었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 담당자가 바뀌면서 당초 계획세운 2007년도 구군지원계획을 수정하여 사업에 따른 인건비 지출과 운영비 지원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한다.

사업비에 인건비나 기본운영비지출은 적합하지 않다는 시의 행정적인 해석인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적합하고 바람직한 사업비 지출방식이라면 따라야 함은 마땅하다. 하지만 행정의 일관성과 안정성(적어도 2007년 하반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이때까지 많은 이들이 일구어 왔던 민관 파트너십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

같이 일했던 직원 2명을 2월 28일부로 계약해지 해야만 했다. 2월까지의 월급은 이럭저럭 지급을 했으나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린 지금 대구시와 동구청에 그 부당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고 잃었던 우리의 권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뜻하고 푸근한 사례와 이야기들을 글감으로 잡아 첫 글을 쓸려고 했는데 제도개선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 되는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사회복지사의 고백 18]
장준배(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7년 3월 15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