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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정체 불명의 샐러리맨"
평화뉴스 <기자들의 고백②>
연합뉴스 김용민..."나는 어떤 종류의 기자일까"
2004년 04월 11일 (일) 21:03:01 평화뉴스 pnnews@pn.or.kr
'개혁'이 시대의 화두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21세기 대한민국 존립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점진적이냐 급진적이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물결로 다가오는 개혁의 위중함을 언론이라고 외면할 도리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된 '개혁'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기능해야 하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개혁의 길로 나서야 하고 이는 곧 언론과 관련된 사람들의 '변모'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찌감치 이 물결의 선봉에 서 온 '언론인'과 그저 순순히 몸을 내맡기는 '언론 종사자',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며 분위기를 쫓아가는 '언론사 직원' 등 많은 이들이 '기자'라는 이름으로 21세기를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 나는 어떤 종류의 '기자'일까 곰곰 생각해 본다.
'언론인'(?) 애초에 글렀다. '언론 종사자'(?) 글쎄...?
'언론사 직원'(?) 그래! 마음은 아프지만 대한민국의 적잖은 언론사 가운데 한 곳에서 밥벌이 하는 회사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너무 가혹한 평가인가? 자문해 보지만 '언론인', 아니 '언론 종사자'의 반열에 올려 놓기에도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나는 어떤 종류의 기자일까...언론인? 언론 종사자? 언론사 직원?

상대적 약자인 장애인들이나 소외받는 계층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기자회견 안내문을 보내와도 웬만한 것이 아니면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다.
별 기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 사람들 또 저러네"라는 행정 당국자들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숨어 있을지 모르는 진실을 캐보려는 노력을 뒤로 한 채 '기자님'으로 깍듯이 모시는 일부 공무원들과 어느 새 한 통속이 돼 버린 것이다.

그것 뿐인가? 기껏 쓴다는 것이 기사의 '공식'에 맞춰 붕어빵 찍어내 듯 '논란이 되고 있다', '갈등을 빚고 있다', '반발하고 있다' 등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나 사회 현상을 단순히 전달하는 필경사 노릇이나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4년여 전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 '정의의 화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의 부조리를 그냥 모른 체 하지는 않겠다고 나름대로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잠시나마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언론인'이 되기를 다짐했던 서른 살 늦깎이 사회 초년생은 그러나 시나브로 한 무리의 동료와 함께 출입처 사람들이 안내하는 밥집, 술집을 전전하는 그런 '언론사 직원'이 돼 버렸다.

공무원 등 취재원들에게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손해를 끼치고도 그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권력자들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기자'라는 이름의 적잖은 '언론사 직원'들 보다는 그래도 좀 낫지 않느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해 보려 애쓰지만, 그래봤자 '언론사 직원'의 범주를 벗어날 재간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물려 받은 재산도 없고 특출한 재주도 없으니 양심의 가책을 이유로 직장을 버릴 수도 없고...

대구지역 몇 군데 언론사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이 있으니 이들을 본보기 삼아 4년여 전의 초심을 되찾는 것 외에 '정체 불명의 샐러리맨'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김용민 기자(연합뉴스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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