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류공원의 밤
아직 밤은 더욱 종종 쌀쌀한 냉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해가 질 무렵부터, 차량은 점점 늘어난다. 텅 비어 있던 도로가는 야간 주차장으로 변하고 다른 차들이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을 비워 둔 채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방식과 종류와 지혜를 짜 내어 주차에 성공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은빛 깔개는 기본적인 지참물이 되어 있고 간혹 그것을 잊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초보 유목민들라 할지라도 걱정할 바가 못 된다. 약간의 먹거리를 주문하면 은빛 깔개는 공짜로 대여가 가능하다.
일단 획득된 영역은 깔개의 너비와 그 곁으로 영역과 영역간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이 형성되고, 그리하여 깔개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다른 영역이 형성되어진다. 깔개 위에 눕거나 앉지만 소규모일수록 눕는 형태가 지배적이다. 그리하여 그곳은 자신들의 실내가 된다.
하나하나의 작은 방들은 옆방과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비일정한 간격을 두고 문턱도 벽도 없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일회적이며 사람이 떠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방이다. 내부이자 외부이며 주변풍경이 된다.
광장과 거리는 집단의 거처가 되고 집단은 영원히 불안정하며 영원히 유동적인 존재이다.
주소도 지정학적 기호도 없는 그곳에 배달부의 오토바이가 정확히 도착한다.
상호간의 표식은 그들만의 기호로 소통되며 종종 그러한 암호들은 타자들의 시선을 가볍게 끈다.
떠나는 시간과 이유는 각각이 모두 다르다.
2. 집단들
모두가 그러하기에 가볍거나 무겁거나 간의 포옹들로 엉겨 있다.
어떤 가족, 모포를 뒤집어 쓴 남자, 엎드린 여자 모로 누운 청소년기의 아이 둘, 하늘을, 별을 보는 것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닌 그들은 이 쌀쌀한 밤에 냉기 올라오는 잔디광장에 누워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약속, 어떤 의무들이 침묵 속에 엉겨져 있기에? 이러한 모습은 어떤 한 가족 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가족들에 해당된다.
반사벽이 없는 공간은 소리를 확산, 소멸시킨다. 그러므로 그곳에서의 소리는 소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집단 내에서는 은밀하지만 집단 간에는 보잘것없는 이야기들이 흩어지는 속에 가장 의성어에 가까운 도드라지는 소음은 대체로 중고등 여학생들 무리의 목소리이다. 집단들의 공통점, 무엇에 의해 엉겨있다는 것.
3. 유혹, 야광
그것의 이름은 ‘야광’. 팔고있는 이는 그렇게 대답한다.
가지 각색의 모두가 개체적 고유명사를 가지지 못한 채 ‘야광’이라는 보통명사로 고유명사를 대신한다.
아주머니 한분, 아저씨 두분의 야광 수레는 총 세대가 광장 앞 부분에 간격을 두고 있다.
야광을? 아저씨의 수레에는 구경꾼이 없다.
여자와 남자, 판매자와 구경꾼 사이의 관계.
한 아저씨의 야광 수레.
아이는 무서운 힘으로 엄마의 잡아당기는 힘에 저항한다.
그때 아이가 가진 욕망과 호기심의 강도는 수퍼맨의 그것에 필적할 만하다.
엄마는 아이가 수평의 힘에 저항하는데 집중해 있을 때 그 틈을 타 수직의 힘을 가해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기습적으로 들여 올려진 아이는 그의 최후의 수단을 쓴다. 으앙, 울음. 그 울음은 기습적인 힘의 전환에 배한 배신과 욕구불만, 그리고 호소의 의미이다.
‘야광’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나이든 아저씨와 어린 아이.
전자는 ‘야광’이 수단으로, 후자는 소유 충족 능력의 상실이라는 점이 판매자에게는 불행이다.
4. 세계의 모든 닭들
야광봉은 더 이상 경찰이나 야간 도로공사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위치와 기능을 알리고 시선을 유도하기 위한 치킨 배달 남자들의 도구로서 기능 영역 확장되었다.
다양한 나이대의 배달요원들은 한손에는 야광봉을 한손에는 은빛의 돗자리를, 그리고 제 3의 제 4의 손에 치킨과 조속 정확한 임무 완성을 위한 휴대폰을 지녔다. 역시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조끼로 스스로 빛나는 그들은 더 이상 두 손의 인간세계에 머무르지 않는 멀티형 인간들로 창조되었다.
세계의 모든 닭들은 이제 고착된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만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 어느 때고 즉각적으로 날아갈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세계의 모든 치킨은 기꺼이 이곳에서 자신을 소멸시키고 그것은 온 대기를 진동시켜 냄새를 남기며 하늘로 오른다. 상큼한 풀 나무 향기는 일제히 납작 엎드린다.
5, 에너지절약
야광빛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둠이다. 공원의 많은 가로등도 밤의 어둠에는 대적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기에 공원측은 결코 촉수를 높이거나 가로등을 확충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대중의 욕구에 정 대적하는 것으로써 만일 그를 무시하고 감행할 경우 완전한 외면이나 더 나아가 폭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어둠 속에서 차들은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씽씽 달리며 좌로 우로 십자로 엇갈린다.
= 두류공원의 아침
너나없이 건강해 지거나 날씬해지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
온갖 계급과 신분의 수백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1839년 파리, 산책을 나갈 때 거북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 우아해 보였다. 그것은 어떠한 속도로 산책했던가를 파악할 수 있다.
2007 두류.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더 여유로워 보인다.
실제로 개와 함께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를 나무에 묶어둔 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일행과 이야기를 한다.
또는 여기저기에 영역표시를 하는 개를 따르며 천천히 걷는다.
그들은 건강해지거나 날씬해지는 것에 첫 번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2. 공사
인도가 파헤쳐져 있고, 흙이 싸여있다. 사람들은 그 구간을 살짝 피하거나 감수하며 달린다.
디귿자형의 콘크리트 주물이 늘어서 있거나 적재되어 있고 그것은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류, 초미니 운하의 탄생인가.
잔디광장은 텅 비어 있다.
검은 1리터 비닐봉지가 배를 불뚝 내어놓고 여기 저기 우뚝 서 있다. 비둘기는 아직 검은 배 속으로 삼켜지지 않은 쓰레기들을 열심히 파헤치며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쓰레기를 여기저기 흩어 놓는다. 미화원의 적은 비둘기?
환갑이 넘은듯 주름 깊은 얼굴의 오토바이 운전자는 말한다.
"아직은 별거 아니야. 다음 달에는 지금의 배가 넘어요. 헛."
4. 바리케이트
1990년대 초에는 스케이드 보드를 타거나 자전거 묘기를 하는 아이들이 문화예술회관 앞 도로에 모이곤 했다.
예술회관 정문 왼쪽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고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아이들이 연습을 할 때면 구경꾼들이 몰려들곤 했는데 그 중에는 가끔 음료수를 사주는 사람도 있었다. 바리케이트는 아이들의 옷걸이이자 딱딱한 쇼파, 의자였다.
지금은 무엇이든 같은 취미를 가지면 동호회나 모임을 결성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없어도 늘 같은 시간 같은 시간이면 열성적으로 모여들어 진지한 연습에 몰두하곤 했다. 경주 축제 등에 불려가는 일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얼마의 출연료가 지급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구경을 하거나 그들을 졸망졸망 따르던 어린 아이들이 지금은 시내 중앙로로 진출했으며 그들에게도 물론 새로운 졸망이들이 생겼다. 아이들은 동성로 축제의 한 눈요기로 섭외되곤 하는데, 지금도 아이들에게 뭔가 지급되는 것이 있는지는 모른다.
현재의 차마 출입 금지 바리케이트는 문화예술회관 진입로와 코오롱 음악당 앞 진입로를 제외한 모든 길에 세워져 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차량 통행이 허용된다. 이른 아침과 평일 낮, 통행이 적은 시간의 통행금지. 제도의 유용과 무용에 대한 유연한 탄력, 혹은 제도의 더욱 완전한 엄격성에 대한 생각, 더욱 후자에 대하여.
글.사진 평화뉴스 류혜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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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7년 5월 20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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