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보수주의의 정착을 위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총선이후 한국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전체적으로 좌로 움직였다는 보도도 있고 좌와 중도와 우로 나눠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편향의 한국정치구도에 좌편향의 정당이 비록 소수이지만 국회의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어쨌든 획기적인 사안이다. 좌든 우든 국민들은 그저 살기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깨끗한 정치를 보고 싶을 것이다.

이번의 총선판도를 보면 전국적으로 고르게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라는 소수정당이라는 점은 매우 특이한 형상이다. 이번의 총선이전에 각 정당의 부정부패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만큼 또 정책경쟁이 사그라지고 바람과 감성에 호소한 선거라는 점을 본다면, 민주노동당의 지원은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지지한 사람들이 많아졌다기 보다는 비교적 덜 썩고 덜 오염된 깨끗한 사람들로 구성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정치적 스펙트럼의 확장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제 정당이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잘 조율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런 바램속에 생각나는 독일의 보수정치인들 얘기 좀 하려고 한다.

필자가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한국독일공동세미나가 있다. 한 독일신부가 주관하는 세미나로 노조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윤리세미나이다. 약 2주일정도 진행하는 이 세미나는 대개 1주일은 독일의 노동조합과 노동관련법안 및 정책을 다루고 나머지 1주일은 독일의 베를린이나 본, 뮌헨, 오스트리아 그라쯔 등의 노동조합 및 사업장을 방문하고 견학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금속노조와 독일의 50년이 넘는 보수정당인 CSU/CDU(기독교 사회당/기독교 민주당)과 독일 베네딕도 수도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다.

CDU(기민당)는 독일전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이다. 이 CDU와 달리 CSU(기사당)는 CDU와 기본적인 노선에서 일치하되 바이에른 지역의 지역당으로서 바이에른 지역에서만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기독사회당이다. 이 당은 그리스도교적이고 지역적인 전통을 더 유지하고 있지만 기민당과 별차이가 없는 정당이다. 이 CDU/CSU는 매년 1회이상 한국의 노조지도자들을 위한 사업장내의 노사공동결정권의 정당성과 그 성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조 및 경영자 교육을 지원한다.

독일 ‘라인강의 기적’... 열린 노사관계와 사회적 연대성으로 이뤄
한국 ‘한강의 기적’... 전태일 분신 등 노동자의 희생 위에 만들어져


이 세미나에서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경제윤리를 다룬다. 그 핵심은 노동자는 노동으로, 자본가는 자본으로 기업활동에 참여하며, 두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기업활동이 불가능하므로 노동자와 기업가 모두 동등한 협력적 관계라는 것이며, 이 공동결정권을 통한 기업운영속에서 경쟁력이 역동적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독일의 경제성장의 그 핵심에는 노동자를 기업운영의 파트너로 보고 공동결정권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킨 ‘열린 노사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951년에 강력한 노동조합의 압력하에서 노사공동결정법을 제정해 먼저 광산업종에서 회사내에 감독위원회를 노사동수로 선출해야하는 규정까지도 만들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를 약육강식의 시장논리에 맡길 때의 발생할 수 있는 무자비함과 무책임성에 주목하면서 국가개입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즉, 시장을 통한 경쟁이 개인의 창의성을 북돋우기도 하지만 강자를 더 강자로, 부자를 더 부자로,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한 자로 만드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사회적이라는 의미의 “연대성”을 주장한다. 이 연대성이야말로 더 인간적인 사회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의내용은 독일 보수정당에서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보수와 독일의 보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를 비춰보는데는 유효한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보수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한강의 기적’이 1971년에 전태일의 분신을 초래한 그 노동자들의 희생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독일의 보수가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은 근면과 검소, 또 부의 공평한 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연대의 토대위에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초는 개인의 자유를 모든 것의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보조성”의 원리와 시민의 사회적 “연대성”의 원리에 놓여있다. 우리나라에도 자유다 자유민주당을 얘기했지만 그동안 이들의 자유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안다.
또 독일 보수정치의 거두인 헬무트 콜은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독일 통일이라는 거대한 역사적인 과업을 일궈낸 기민당의 지도력있는 총리였으나 약 15억의 비자금 조성 때문에 총리직을 불명예스럽게 사퇴해야했던 사람이다.

독일의 보수...나찌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헌법애국주의..."민주주의, 사회복지,민족통일 지향"
한국의 보수...일제와 미군 범죄에 침묵,"민족이익보다 한미일 공조, 국민 기본권보다 자신의 기득권..."


독일의 보수는 민족의 이름으로 나찌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민족주의 대신에 헌법애국주의를 말한다. 이는 독일헌법이 담고 있는 민주주의, 높은 사회적 복지수준, 민족통일의 지향, 유럽공동체 통합 등의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고 이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보수에게 물어보자.
그동안의 보수주의는 기득권이외에 무엇을 지켜내고자 했는가? 그들이 지켜내고자 한 그 무엇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실을 위해 싸운 적이 얼마나 되는가? 민족을 최우선으로 둔다고 한 보수들이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 징용군, 군대위안부문제, 해방공간과 한국전쟁기간동안의 미군에 의한 학살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대변해왔는가?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다고 하였지만 국민의 기본권들을 무질서, 혼란, 비능률, 방종 등으로 매도하면서 일사분란하게 훈련하는 체계를 동경해오고 그에 입각해 정책을 입안하는 모순점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는가?.
보수언론에 대한 세무조사조차도, 우리의 보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든 지켜야 하는 납세의 의무에 무감각한 행위를 보여온 보수언론에 대한 관대함을 보여주면서 세무조사조차도 언론탄압이라고 하면서 민주질서를 옹호해야 한다는 자기당착적인 모순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

이들 보수는 한미일 공조체제를 생존처럼 여겨 민족이익을 위해 “아니오”라고 말할 때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도 갖고 있지 못한 듯 보인다. 전 세계가 우려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말하질 못한다. 북한이나 중국을 겨냥한 군사전략의 득실을 따져보기 보다는 그저 하는 얘기라곤 한미일공조체제에 금이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존중할 때 남에게 존중받는다. 자기속의 굴절된 역사를 과감하게 수술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남에게 손가락질만 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젠 한국의 보수주의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에서 자기규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