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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자 보상과 평등, 같이 갈 수 없나?"
[시민사회 칼럼] 윤정원
"군가산점제 부활은 진정한 보상을 희석시킬 수 있다"
2007년 09월 04일 (화) 09:33:02 평화뉴스 pnnews@pn.or.kr
   

1998년 10월19일, 이화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4명의 여학생과 동 대학 졸업생 1명, 그리고 연세대학교 4학년인 신체장애가 있는 남학생 1명이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내용은 군가산점제에 의해 5~3%의 가산점을 받는 것이 헙법상의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제’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을 위헌 판결하였다. 이 과정에서 군필 남성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제기돼 위헌 판결 이후에도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이에 지난 6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입법 발의한, 군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를 줄이기 위해, 필기시험의 과목별 득점에 2%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산점을 주도록 하고, 가산점 적용 합격자는 선발 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고, 가산점 부여 횟수와 기한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했다.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쟁이 군복무 보상의 문제를 남녀 간의 대립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을 가장 우려해야 한다.
사실 군가산점제의 혜택을 받는 제대 군인은 천명정도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고, 군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대상이 여성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현역 군인으로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소년가장 등 사회적 약자임을 볼 때 이 문제가 남녀의 성대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론은 논쟁의 핵심을 성적 대결구도로 몰고 왔다.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와 병무청은 병역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 중에 기존에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던 대상자들도 사회복무를 해야 하고, 여성들도 희망하면 사회복무를 할 수 있으며, 수행 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여성운동, 평화운동 영역에서 군가산점제 폐지를 주장하는 근간에는 군축 및 군사문화의 제고를 둘러싼 평화의 메시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가산점제 도입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여성의 사회복무제는 취업준비 뿐만 아니라 사회복무를 수행해야지만 취업문턱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회복무제의 내용이 사회서비스영역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 사회보호시설 등의 ‘수발노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은 사회복무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하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 침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남자 후배 중에 한명이 언젠가 “군대 제대를 한지 1년이 다되어 가는데, 아직도 군대 꿈을 꾸면 가위에 눌리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선배(여자)도 군대 가봐야 돼요”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참 공부하고, 가능성이 무한한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들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군대를 끌려가야 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이다. 그이들 말처럼 ‘2년동안 빼이치고, 머리가 돌이 되어나오는’ 이들에게 국가는 당연한 보상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전체 제대 군인 중 7,9급 공무원 임용시만 가산점을 부여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은 국가가 엄청난 젊은 세대를 집단화시켜 놓고 전혀 경제적, 제도적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군대를 가지 못한 자의 권리를 떼 내어 제대군인 일부에게 보상해 주는 것으로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눈 막음을 하려는 것에 다름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난 지난 8년 동안 군복무자 보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대안들이 사회 각계에서 제언한 바가 있다. 군대 근무 단축, 군대 내에서의 학습권 및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회 제공, 군복무 기간과 제대 후 일정한 기간 동안 적절한 금전 보상과 직업훈련, 직업안내 등 군복무를 하지 않은 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어떻게 국가가 군복무자에게 보상을 할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언들이다. 과연 국방부는 어떤 고민을 해 왔던가를 묻고 싶다.

현재 군복무제를 둘러싼 구도는 여성과 남성의 성적 대립은 결코 아니다.
<우먼타임즈>가 2005년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대생이나 취업을 앞둔 젊은 여성 구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군대문제로 불평등을 당하느니 차라리 군대에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똑같이 군대가겠다. 대신 취업시장과 직장내 성차별을 확실히 막아주고 출산에 대해 보상하며 육아도 절반씩 분담하도록 법제도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부 남성들이 ‘여성들도 군대에 가야된다’ 주장하고 있는데 여성이 군복무를 똑같이 감당하겠다고 나선다면 출산과 육아 등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다른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함께 제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복무제 보상문제는 7.9급 공무원 시험에 한정되어 있는 제도적 보상으로 대다수의 군복무자는 수혜대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상’이라는 면에서 가산점 제도는 근본적으로 군복무자 내에서도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번 논쟁을 둘러싸고 좀 더 근본적인 군복무자 보상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논의되어야 하며, 이 논의의 축에는 군대 조직의 민주적 변화, 폭력적인 군대문화에 대한 제고도 함께 진행되기를 바란다.


[시민사회 칼럼 95]
윤정원(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집행위원장)



(이 글은, 2007년 7월 16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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