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와 정치 참여"

평화뉴스
  • 입력 2007.09.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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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
"정치에 한발 비켜서 비판하는 시민사회, 본연의 역할인가?"


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케케묵은 주제인데도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는 개념이 불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이 논쟁의 키워드인 ‘시민사회’, ‘정치’ 의 의미를 개인 및 집단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주장하는 논리는 무한 생산될 수 있다.

만약 ‘시민사회’와 ‘정치’를 우리 사회 다수 구성원이 공감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이 논쟁은 더 이상 새롭지도, 흥미를 유발하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시민사회’라는 용어는 시민운동, 시민단체, NGO 단체, 비영리집단 등 매우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또 하나는 시민사회를 정치와 격리시키려는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의도적이거나 혹은 구조적으로 논쟁을 재생산하기 때문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과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장이 정치이다. 대통령중심제인 한국에서는 이 정치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대통령이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선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대선 결과에 따라 사회 구성 체제와 작동원리에 영향을 미쳐 지배 구조의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정치를 바로세우는 시민혁명의 역사"

우리 사회의 정치 영역은 정치권과 언론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가능하면 정치를 국민과 유리시키려고 한다. 이들에게 시민사회, 특히 조직화된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권력을 위협하는 존재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논쟁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시민사회는 정치가 잘못된 길로 갈 때 집단적 저항으로 정치를 바로잡아 왔다. 정치는 통치와 지배의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피지배자인 국민은 항상 직접적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는 정치가 잘못될 때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억압 받았던 가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이 정치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마다 시민사회는 시민혁명으로 정치를 바로세우고자 했다. 구태여 18세기 시민혁명의 전형으로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는 정치를 바로세우는 시민혁명의 역사였다.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에는 비난의 화살"

1990년 이후 시민운동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분화 발전하여 왔다. 사회 개혁 의제 해결을 선도해 온 시민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점차 확대되었다. 공명선거운동으로 출발된 시민단체의 정치적 활동은 정책검증운동, 유권자참여운동과 같은 수동적 참여에서 낙천낙선운동, 물갈이운동, 시민후보지원운동, 진보정당 결성 등 보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운동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정치가 가까워질수록 시민단체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요구는 강화되었고, 우리 사회는 이를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왔다. 그래서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에게는 항상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 영원한 농민으로 남게 해달라는 농민들의 절규가 전국토를 뒤덮고, 수도권 집중화는 가속되어 지역이 불모지로 변하고, 작년에만 2만 명이 자살한 세계 1위의 자살율 사회에서 살아야 하고, 업체의 99%, 일자리 2천만 개를 가진 중소기업 정책을 찾아볼 수 없고, 비정규직 850만 명, 200만의 청년실업자가 내일의 꿈과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린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고 있다.


"시민사회 일상이 곧 정치의 연속선상"

그런데도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이합집산만을 일삼으며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기대하는 정치는 이 땅에서 이미 실종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러한 때 시민사회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시민사회의 몫이다. 문제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데 시민사회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싶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스스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고, 자시의 리더를 선택할 수 있다. 시민단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치의 영역을 어디까지 볼 것이냐? 시민운동가는 어떤 절차를 통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느냐? 등은 개인의 판단 문제에 불과하다. 본질적으로 인간이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 인간은 정치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전망대에 서거나 한발 비켜서서 돌아가는 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훈수를 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시민사회의 일상이 곧 정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재인식하는 2007년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민사회 칼럼 96]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 글은, 2007년 9월 4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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