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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소년들 '50년 밴드'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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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화人 ②] 대구밴드 <극렬파괴기구>.."창단 1년, 10월에 첫 앨범"


거의 날아 갈 것만 같다. 헤드뱅잉이라고 말 할 수도 없고 춤이라고 말 할 수도 없다.
음악에 빠져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짓을 보다, 그들의 견갑골에 커다란 뭔가가 붙어 있는 것을 본다.

‘내 깊은 눈망울과 강한 두뇌들과 부서진 심장이 나를 지킨다 /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내 별로 간다 / 나는 저 별 뒤에 숨어서 어리석은 바보가 되어 /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고 오만한 꿈을 꾸겠지 / 또 다른 별이 빛나면 내 울고 있는 날개를 펴고 / 너의 손을 잡고 날아 갈꺼야 오만한 꿈을 꾸면서’ (‘나는 내 별로 간다’ 노래와 연주-극렬파괴기구) 모두가 자신들의 별나라고 날아가고 있다.


대구밴드, 극렬파괴기구

(사진 왼쪽부터) 드럼 박성채, 기타 조상현, 베이스 구진모, 기타 이영철..(2007.9.8 공연. 클럽 헤비)
(사진 왼쪽부터) 드럼 박성채, 기타 조상현, 베이스 구진모, 기타 이영철..(2007.9.8 공연. 클럽 헤비)


극렬파괴기구. 이름 참, 극렬하다.
이름만으로는 꼭 헤비메탈이나 블랙 계열이 아닐까 싶지만 극렬파괴기구는 펑크 밴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조선펑크도 아니고 팝 펑크도 아니며 이모펑크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펑크 특유의 어감과 웃음, 어눌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팝 펑크가 가지는 귀에 쏙 들어 오는 멜로디와, 이모(emo)펑크 혹은 이모가 가지는 변칙적인 악곡과 구구절절한 애상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즐겁고 흥겹고 열나고 맹렬하고 열렬한 감성을 덧셈하면 극렬이 나오려나.

극채, 박성채(26.드럼)
극채, 박성채(26.드럼)
극렬파괴기구의 시작은 2006년 9월이다. 베이스에 극모, 기타에 리사와 극철, 드럼에 극채, 이렇게 4명이 팀을 구성, 2006년 10월 첫 공연을 열었다.

밴드는 1년 차 신생이지만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다. 고등학교 때, 극철은 극모에게서 기타를 배웠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의 그때, 극모와 극철은 기타 치는 스쿨 보이였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꽃피는 동산위에 뛰올라 /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멋진 꿈을 꾸는 소년이여 / 워~ 슬픈 드라마는 사나이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 i am a boy i am a boy i am a boy / 워~ 슬픈 라디오는 사나이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I am a boy. 노래와 연주: 극렬파괴기구)



이후 극모의 사촌인 리사가 합세, 세 소년은 2002년 밴드 <더달리자>를 결성한다.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음악 선배로부터 ‘크라잉 넛’의 음악을 권유받은 후 “바로 이거야!" 했다고.
클럽과 락 페스티벌 등에서 연주를 하던 <더 달리자>는 몇 번의 멤버 변화 후 2006년 클럽 헤비에서 드럼 극채를 발견, 새롭게 밴드<극렬파괴기구>로 탄생했다. 극렬파괴기구는 지금까지 클럽과 각종 락 페스티벌, 축제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할 말은 있다 / 대한청년 수난시대

'나는 조선의 극모다'극모, 구진모(31. 베이스.보컬.리더)
"나는 조선의 극모다"극모, 구진모(31. 베이스.보컬.리더)
그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가 어딘가 낯이 익다. 그러고 보니 객석에서 달리는 사람 중에 같은 셔츠를 입은 이들이 있다. “대구 FC 응원단 옷이에요. 응원단에서 저희 팀에게 선물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선물했죠.” 노래 ‘청춘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저 파란 하늘은 내 맘을 알겠지 언제나 언제나 날 지켜주길 / 우리가 살아갈 수많은 날들은 이제는 이제는 기쁨이 되길('청춘기' 노래.연주-극렬파괴기구)

그런데, 이 멤버들, 지나치게 친하다. 술 한잔 하다 다들 어디로 갔나 하고 보면 저 밖에서 서로 어깨동무 하고 으샤으샤 파이팅 하고 있다. 싸우거나 의견이 안 맞거나 하는 일 없어요? 했더니 그게 어느 나라 말이냐는 표정들이다. 연습을 하다 누군가 찌잉- 실수를 하면 “어, 나, 미안~” 뭐 이런 식이다. 같은 음악적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일까. 다들 수줍음 많고, 부드러워서일까.

리사, 조상현(32.기타.보컬)
리사, 조상현(32.기타.보컬)
밴드 멤버 중 유일한 20대인 드럼의 극채는 현재 휴학 중이다. 나머지는 모두 30대 초반. 각자가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주말이면 클럽 헤비에 모여 연습한다. 곡은 대부분 리더인 극모가 만들지만 다 함께 노래하고 연주한다. 그것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뭐가 되든 될거라고 믿고 살지만 / 가끔씩 서러움은 어쩔 수 없어 / 하기 싫어 피해봤자 나만 손해야 / 요리조리 도망치면 결국 방구석 / 워어! 에러 ×도! 까라면 까야지 /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용기가 있나 / 그래도 나는 할 말은 있다 / 대한청년 수난시대 (‘대한청년 수난시대’ 노래와 연주-극렬파괴기구)

수줍음 많고 부드럽다는 말 취소다.


극렬파괴기구의 ‘기구’는 ‘단체’를 의미한다. ‘이 밝디 밝은 세상에 테러를 일으키고 싶다’는 밴드의 아나키스트들과 ‘우리와 함께 극렬분자들이 되자’는 ‘당신들’이 공존하는 단체다. 그래서 극렬파괴기구는 자신들 만으로 이루어진 단체가 아니다. 수많은 분자들이 만나 하나가 되는 단체, 밴드인 것이다. 일어나, 소리치고, 달리고, 날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도 극렬파괴기구이다.


‘50년 밴드’를 꿈꾸는 별나라 소년들...곧 온다! 첫 스튜디오 앨범

극철, 이영철(31.기타.보컬)
극철, 이영철(31.기타.보컬)
우리의 꿈은 50년 밴드 100년 이라도 할텐데 / 반년도 안돼 셋만 남았다 셋만 남아 누~워있다 /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던 그 약속은 어디로 가고 / 우린 밤마다 셋만 만나서 별만 보며 누~워있다 / 우린 랄랄랄랄라~ 우린 랄랄라~ / 별 볼일 없는 더러운 세상 오늘 저녁도 굶었다 / 꿈도 희망도 사라져 간다 담배 살 돈도 없구나 /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던 그 약속은 미안해지고 / 우린 밤마다 셋만 만나서 별만 보며 누~워있다 / 우린 랄랄랄랄라~ 우린 랄랄라~ 우린 랄랄랄랄라~ 우린 랄랄라 (‘50년 밴드’ 노래와 연주-극렬파괴기구)

“다음달에는...” 뭔가 말 하려다 아낀다. 관객들은 털어놓으라고 고함지른다. “혹시라도..혹시라도..”결국 발표를 미룬다. 소심남들 같으니!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말일 것이다. 말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축하받고 싶으면서도 혹여 날아갈까 사라질까 말하지 못하는 거다. 공연이 끝난 후 쿡쿡 찔러 봤다. 대체 다음 달에 무슨 일이? “10월에 우리의 첫 앨범이 나옵니다.” 요즘 클럽 헤비에서 한창 녹음 중이다.


나오기만 해 봐라, 소문내고 다닐게요, 홍보 대사를 자처해버렸다. 죽도록, 엄청나게, 대단히 훌륭한 음악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눈앞에 별이 뜰 만큼 잘생긴 것도 아니지만, 사실, 멤버들의 표정과 웃음에 홀라당 녹아버린 탓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내 견갑골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탓이다. 셋만 남는 일 없이, 적어도 50년 밴드가 되길.
오, 완. 전. 소. 중. 대. 구. 밴. 드. 극. 렬. 파. 괴. 기. 구. 다.

[류혜숙문화시선 30]
글.사진 평화뉴스 류혜숙 문화전문기자
pnnews@pn.or.kr / archigoom@naver.com




대구밴드  공연과 춤추는 관객...2007.9.8 대구 대명동 계대 맞은 편 '클럽 헤비'
대구밴드 공연과 춤추는 관객...2007.9.8 대구 대명동 계대 맞은 편 '클럽 헤비'



(이 글은, 2007년 9월 13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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