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박근혜 하고 비교할 수야 있나. 박근혜가 왔을 때는 시장 상인들이 진짜 좋아해서 수백명이 몰려나왔지"
서문시장 입구 쪽에서 수제비.칼국수를 파는 김춘자(53)씨.
김씨는 “옷장사 먹는 장사, 서문시장 이 골목에서 3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고 한다.
가을비 내리는 14일 정오 무렵.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 후보는 시장 입구에서 200여미터를 걸어가며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손님에게 수제비를 퍼주던 김씨는 다정하게 이 후보에게 인사했고, 이 후보는 손을 내밀어 악수한 뒤 김씨를 안아줬다.
“이명박씨가 안아주니 내야 좋지...장사 오래하다 보니 뻔지만 늘었지 뭐..ㅎㅎ”
그러나, 김씨는 열렬한 박근혜 지지자.
“8월 달에 박근혜씨 왔을 때, 하필이면 노는 일요일이라 점포들이 문을 많이 닫았는데, 그래도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나왔던지, 나는 박근혜하고 손도 못잡았어”. 서문시장은 둘째.넷째 일요일 문을 닫는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그렇게 시장 상인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 “그래도 이명박 후보 찍을 겁니까?”
= “당연하지. 우리야 박근혜가 훨씬 좋지만, 그래도 밉던 싫던 우짜던동 한나라당 찍어야지”
“박근혜 손은 절대 꽉 잡으면 안돼. 얼마나 작고 보드라븐지...어른들은 딸자식 같다 하고, 우리가 보면 진짜 친구처럼 정겹고 얼마나 좋은 지 몰라” 김씨 곁에서 장사하던 한 아주머니도 거들고 나섰다.
대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2004년 국회의원 총선 때는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에 큰 지지를 보낸 곳이다. 찾아올 때마다 수백명이 몰려들어 시장 골목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분위기는 냉랭했다.
서문시장 입구부터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이 후보를 에워쌌다. 대부분 당원이나 수행원으로 보였다. 꽃다발을 전해주는 아주머니도 있었지만 상인들은 몇명 없었다. ‘검은 양복’이 이 후보 곁에 너무 많아 사진기자들이 짜증을 낼 정도였다. 후보 지지자들이 오히려 후보 홍보에 방해가 된 셈이다.
이 후보는 시장 입구부터 시장 안쪽의 예정된 식당까지 걸어가며 일일이 악수하거나 손을 흔들며 지지에 화답했다. 또, 한 지지자는 시장 입구부터 연신 “이명박 이명박, 박수 박수”를 외쳤다. 그러나, 호응하는 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 남자는 서문시장상인연합회의 간부였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혹은 지지하며 다가온 사람은 줄잡아 몇 십명에 그쳤다. 이 후보가 수제비를 먹은 식당 주위에도 사진기자와 ‘검은 양복’이 많았을 뿐, 정작 상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박근혜가 왔을 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식사에 앞서 메가폰을 잡고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인사했다.
가까이서 장사하던 한 아주머니는 “선거운동에 보태라”며 만원짜리 3장을 이 후보에게 건네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시장 입구부터 연신 “이명박 이명박, 박수 박수”를 외쳤다. 그러나, 호응하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이 후보의 식사 장면은 기자들이 가장 잡고 싶은 포즈.
그러나 가뜩이나 좁은 시장 바닥에 수행원들도 많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특히, 이 후보 곁에서 식사하던 사람 때문에 사진 찍기가 더 어려웠다.
기자들이 "잠깐만 비켜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후보만 찍지 말고 우리 구청장님도 좀 찍어줘야지"하며 짜증을 냈다.
윤순영 중구청의 수행원이었다. 윤 구청장은 이 후보의 시장 방문에 맞춰 줄곧 식사자리까지 따라왔다.
"누가 왔나? 와 이래 사람들이 많노"
"남들 젤 바쁜 점심시간에 이래 오면 우짜노. 한 서너시쯤 와야지"
이 후보 일행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는 불만 섞인 이런 말들도 나왔다.
박수 치는 상인들보다 팔짱 낀 채 그냥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때 대구지역 선거인단 투표에서 31.1%를 얻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박근혜 후보의 68.4%로 가장 높았다. 이날 서문시장은 8월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다만,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을 보고 이명박을 찍을 분위기는 쉽게 느껴졌다. 두 남자 상인은 “노무현 보다야 낫겠지”라고 말을 주고 받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이른 바 ‘범여권’으로는 마음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서문시장 방문에 앞서, 14일 오전 대구섬유개발연구원에서 지역 기업인 8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역 기업인들은 이 자리에서 ▶외국인근로자와 병역특례자 확대 ▶최저임금의 수도권과 지방 차등 적용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 인정 ▶여성기업인에 대한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세 감면. 금융.세제 지원 확대 ▶산자부 소속 ‘중소기업청’을 독립된 부서로 승격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 사업 확대 규제 ▶성서산업단지 도로 확장 ▶합리적인 노사 관계 등을 요구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당에서 충분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는 한편, ‘노조’에 대해서는 “우리처럼 비효율적.불법적이고 극렬한 노조는 세계에 없다”며 “기업의 노사문화를 바꾸는데 차기정권에서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헀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7년 9월 14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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