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말 잘 하는 대통령을 기다린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9.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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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
"개혁의 소리만 높은 몇년의 세월, 정치적 결단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한 바를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람을 여기저기서 만나고 싶다. 시급한 현안에 생각을 집중하고 그 생각한 바를 굽힘없이 말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너도 나도 그 현안에 생각과 말을 보탤 것이고, 실질을 담은 생각과 말이 쌓여서 통일이니 군축이니 하는 우리사회의 근본을 건드리는 결과에 이르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이 흐름을 가닥잡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시대에 반응하는 원칙, 원리라고, 그것이 원칙, 원리일 수밖에 없노라고 확신하는 지혜로운 대통령을 기다린다.

현안이란 마음이 아픈 이웃의 딱한 사정과 같은 것일 터인데, 그렇다면 비정규직, 동남아인 이주자, 지역불균형, 중소기업, 이런 것들이 당면한 현안이 아닐까.

이 딱한 처지에 대해 거칠고 왁자지껄한 토론의 시절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회의원 정도가 자랑할만한 처신을 들먹이며 원칙을 지키며 정치했다고 볼멘소리 하지 않는, 통이 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통이 큰 정치인이라야 용감하게 작은 ‘생활정치’를 할 수 있겠지.


"보완을 구실로 삼는 관료조직, 끊고 매듭지어주어야 일을 한다"

천금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또한 진짜 말 잘하는 엘리트를 불러 모을 수 있고 그들을 부려서 개혁을 교묘하게 가로막는 관료조직을 관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은 관료적 발상과 관행을 가로질러 사회적 흐름을 확 뚫어버릴 수 있는 힘이다. ‘뚫고 그리고 풀어야 하는 것’이 국가 경영의 전략아닐까. 뚫고 풀어야 하기에 정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뒤돌아 보건데, 정치적 결단이 없는, 개혁의 소리만 높은 몆년의 세월이었다는 생각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고개를 든다.

사회변화를 도모하는 정책일수록 관료조직은 현실론 혹은 점진론을 펴면서 ‘뚫어냄’을 혼란을 야기하는 급진으로 몰아갔다. 그 술수를 질타해야 마땅한데, 토론해서 풀어가는 어설픈 ‘합리’를 구하다가 어느새 뚫어냄의 정치가 실종되어버렸다. 정치를 희석시키는 어설픈 토론은, 이런 저런 것 보완해서 차질 없이 잘하자는, 그야말로 ‘합리적’ 결론에 도달했지만, 관료는 보완이라는 것을 구실로 그야말로 비합리적 일처리를 능사로 삼았다. 짐짓 토론의 달인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렇게 했다. 관료조직은 끊고 매듭지어주어야 일을 한다는 것을, 그 일의 진행을 일일이 챙겨야 결단의 방향으로 일을 한다는 것을, 아주 조금만 고민하면 알 수 있는데도 어찌 그리 깜깜했는지.

대통령과 함께 일할 엘리트라면 그들은 사물, 사태, 사건이 어떻게 그런 모양을 짓게 되었는지, 말하자면 원인과 원리에 대한 앎을 추구하고 있어야 한다. 그 앎에 애착이 없는 원칙은 오만이 되기 십상이고, 자기들만의 밀실을 만들어 거들먹거리게 되어 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문제를 맥략 속에 넣어 의미있는 해법을 찿는 지혜로움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엘리트를 부려 뒤처진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대통령은 전문가적 식견보다는 지혜를 사랑하는 풍모를 갖춤이다. 대통령은 시늉이라도 좋으니 ‘낮은 자리에 임하지 못하는 것을’ 늘 미안해 하는 모습을 남이 알아보도록 공개적으로 보여 주는 ‘능청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 변화를 입에 담는 후보, 삶의 이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라"
대통령이 되려는 자는,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자는 잘 살아야 한다. 살아온 내력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 하고 그 이력을 검증하는 네가티브 공세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네가티브 공세를 취해야 한다. 어떤 유명한 보수언론인은 ‘좌파가 파놓은 도덕성 검증’에 휘말려 우파 후보를 죽인다고 했는데, 한편 네가티브 공세를 후진정치라고 몰아치는 것은 우파의 모략이다. 사회의 변화를 입에 담는 모든 후보는 자신의 삶의 이력을 적나나하게 드러내고 그리고 다른 후보의 이력에 네거티브공세를 퍼부어야 한다. 그 공방전에 살아남는 사람만이 말의 힘을 실감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

정치만큼 말의 힘을 빌리는 게임은 없다. 상대를 궁지에 몰고 저의를 캐고 입을 딱 닫게 만들어버리는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곳이 정치의 장이고, 공치사의 칭송을 늘어놓는 낮뜨거운 짓을 할 수 있는 곳도 정치의 장이다. 언론도 이 정치에 맛을 들여 언론의 길을 잃은지 오래다. 피와 철, 피와 땀을 달라는 말, 폐부를 찌르는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정치인 대통령이 허무주의에 감염된 우리의 정치의 마당에 충격을 주었으면 한다.

덧붙여 진짜 말 잘하는 대통령 뽑기를 시민의 정치교육을 위한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 희망한다. 누구나 한마디 말의 힘이 난관을 뚫어내는 실마리가 된 것을 경험한다. 누구나 의식하지 못했던 내 속에 타오르고 있는 열정이 세상을 뚫는 힘이 된 것을 경험한다. 이 경험을 다시 살리는 기회, 단막극이든, 노래이든, 현장체험이든, 하다못해 강의이든, 그 경험을 다시 맛보는 정치교육의 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한다.

[김민남 칼럼 13]
김민남(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mnkim@knu.ac.kr )



(이 글은, 2007년 9월 17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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