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특정 정당.후보 지지 더 위험하다"

평화뉴스
  • 입력 2007.11.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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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식(대구참여연대)
문창식 칼럼 '시민사회와 정치참여'에 대한 반론(反論)



무료하기 짝이 없는 한 정치적 인간의 상상

인생이 무료할 때는 입씨름을 하자. 떡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절여진 간 고등어 보다는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낮지 않을까. 이왕지사 떠벌린 입이라면 ‘my way' 하자. 좌충우돌 설치다 돌 한 번 맞는 것도 괜찮겠다. 작정은 이렇게 해도 뒷일은 여전히 대략난감...

정치란 놈은 순수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그놈 앞에서는 조금 비굴, 적당히 얍삽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어제 밤늦도록 함께 술 먹은 동지로부터 칼 맞아 비명횡사 하는 것이 비일비재 아니던가. 살려면 죽여라. 이것이 내가 아는 현실 정치다. 내가 잘 모르는 정치는 따뜻할 수도 있고, 동지도 있는 정치이다. 열심히, 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보적 정치이다. 내가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하리...

어쨌든 주판알 이리저리 팅겨보다, 난 결정했다. 당장은 안 할란다. 순수하고, 도덕적이고, 당당해서가 아니라, 그저 새로운 판을 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다.


가깝고도 먼 정치참여

시민운동의 정치참여를 주장하는 내용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시민운동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고, 더불어 정치적 중립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대선공간의 중요성과 역동성에 주목해 후보 전술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나아가 정치활동은 애당초 개인의 판단의 문제이므로 개인에게 맡겨야 된다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자면, 시민운동 자체로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정당운동과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서 서로 윈-윈 하자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 일게다. 공감하는바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반대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것도 있다. 아마도 자세한 설명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바라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반론을 제기한다.

시민운동이 정치적인 운동은 맞지만 정당정치 운동으로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으며, 오히려 제도정치 외부의 시민운동은 더 강화되어야 된다고 본다.
정당운동은 본질적으로 권력획득과 운영을 그 목적으로 하지만,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전제로 출발한다. 협력과 보완이 필요 할 때라도 비판적 관점에 기초해야 한다. 그 방식에 있어서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에 중심을 둔다.


"특정한 시기, 특정 정당.후보 지지는 더 위험하다"

제도정치권 안에서 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운동을 통해 제도정치가 올바르게,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창출하는 운동이다. 즉,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구조변화’를 창출하는 운동이다. 나아가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의 정치’의 한계를 비판 할 때도, ‘영향력의 정치’ 자체의 한계보다는 특정한 국면의 상층중심의 ‘영향력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 하겠다. 해서, 동의와 토론을 거쳐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대선의 역동성과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특정한 시기, 특정한 정당,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할 것이다.

또한 정치활동의 자유가 무조건적인 개인의 판단이라고 보기 보다는, 임원들의 경우 사회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하므로, 각 단체의 상황과 동의정도에 부합하는 사려 깊은 것이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이야기 할 때에도 일정한 구분이 있어야 하겠다. 시민운동이 주장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가치적 중립이 아니다. 노동자, 소수자, 약자를 대변하는 시민운동이 그 반대에 있는 권력과 자본, 행정에 대해서 결코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정치적으로도 순수하지 않다. 다만, 공익성의 실현을 위해 특정한 정치세력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적 비정파성을 견지한다는 의미에서 중립적이다. 즉 가치적 중립이 아니라 판단의 공정성, 중립성이다. (여전히 엄격한 의미로 따지면 중립적이 아니라고 반론 할 수 있겠다) 덧붙이자면, 보수언론이 공격하는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분리, 시민운동의 중립성에 대한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다른 상상을 해본다.

시민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은 혹은 시민적 권력은 시민들의 신뢰와 기대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무너진다면 시민운동의 생존마저 위태롭다. 한국의 정당정치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며, 패쇄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하며, 부패한 상황, 결과적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운동으로의 성급한 참여는 대중적 역공에 쉽게 무너진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 과대한 국가주의적 사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하겠다. 시민운동은 권력으로부터 무한한 탈주의 선을 그리며, 그럼으로써 새로운 권력을 만든다. 제도 정치적 권력을 버림으로써 시민 사회적 권력을 얻는 것이다. 이제 시민운동은 전술적 정치참여가 아니라 전략적 정치연대를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시민사회 칼럼 97]
박근식(대구참여연대 편집위원장)



(이 글은, 2007년 9월 12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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