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평가의 눈을 떼지 말자"

평화뉴스
  • 입력 2007.11.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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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칼럼]
"체계적 평가 없는 공약, 비리 감춘 선거와 무엇이 다른가"


목적을 또렷이 한다는 것은, 그 목적에 이르는 과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분별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역으로 그 사람이 일하는 과정을 짚어보면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가늠할 수 있다.

목적과 과정을 교차 음미할 수 있을 때 그 목적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과정의 성실성을 인정할 수 있다. 교차 음미, 다시말해 목적을 보고 과정을 예상하고 과정을 살펴서 목적을 확인하는데, 평가라는 지적 작업이 필수적이다.

평가의 지적 작업은 목적과 과정을 앞으로 혹은 뒤로 오고 가게 하는, 말하자면 일을 합리적으로 수행케 하는 이유(힘)이다.


결국 평가란 합리적으로 일 처리하는 방법론(내용과 절차)이 목적을 이루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판별하는 일이겠는데, 판별하기 위해 그 방법론의 유효함을 따지는 외재적 준거가 필요하고 또 그 방법론의 적절함을 묻는 내재적 준거를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준거는 두말할 것 없이 그 방법론이 목적을 성취하는데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해야 한다.

모든 유목적적 인간행위는 평가행위를 포함한다. 그런 것 가운데, 정치와 교육과 같은 인간 행위는 평가를 받을 용의를 천명함으로서 그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 말은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결과에 책임진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거처야 하는 과정을 다 거치는 성실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을 혹은 정치를 행위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의 행위를 평가할 준거를 사전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할 것을 요구 받는다. 교육에 대해 말한다면, 아이들의 학력(교육의 결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사전에 밝히는 것으로 그는 일단 가르치는 자의 자리에 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학력의 평가야 말로 그가 하고자하는 교육의 목적과 과정(학습내용과 방법)을 발전적으로 순환시키는 기제임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 어쩔 수없기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참여의 계절을 맞이 하고 있다. 늘상은 아니더라도 이 계절만은 정치에 평가의 눈을 떼지 말아야 하겠다. 평가에 맹목인 사람은 필시 ‘우리가 누고’ 식의 막가파 정치에 제 쓸개까지 내주게 될 것이다. 그 쓸개빠진 자들을 먹고서 정상배들이 판을 치고, 그런 자들이 정치에 감나라 배나라 하면서 정치 혐오감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든다. 600만을 죽음으로 내몬 히틀러는 신문에 난 말을 마치 제 말인양 퍼트리고 다니는 대중을 보고 정치한다고 ‘나의 투쟁’에 적었다.

공약이 넘친다. 공약을 대하며 이른바 대권을 노리는 자들이 우리의 평가의 눈을 멀게한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공약은 ‘국민을 발 뻗고 편안하게 잠자게 한다’는 정치목적에 이르기 위해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인데, 그런데 그 공약이라는 게 좋은 것 다 쓸어모아 놓고, 거기에 어설픈 진보의 혹은 보수의 색칠을 덧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약에 평가의 가늠자를 들이대야 한다. 유효성과 적절성의 형식에 충실한 준거를 설정하고, 그 준거를 가지고 진보정치의 목적 혹은 보수정치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닌 방법론인지를 가려내는 공약 평가를 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기다린다. 유효성과 적절성의 적시하는 준거를 설정하는 일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에 그들의 도움을 기다린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럴만한 전문가의 체계적 공약평가를 읽어보지 못하고 있다. 진보 혹은 보수를 가르는 간단한 분류표에 따라 정리한 공약 평가를 읽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이 더 우리를 정치에 체념하게 만드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체계적 평가가 진정으로 아쉬운 것은 그 평가라야 저들의 5년 정치를 확연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저들의 속임수 공약에 준엄한 심판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나마나한 공약이 그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간다는 것을 정치가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에 그렇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공약을 내는 자들이 그 공약을 평가하는 준거를 제시하고, 그 공약의 유효함과 적절함을 체계적으로 드러내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인 의료인이 적절한 의료행위임을 입증하는 방식을 공약 평가에 가져오면 어떨까. 체계적 평가가 가해진 공약을 가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찬반의 토론을 할 수 있고, 문제를 새롭게 제기할 수 있다. 그것이 정책 토론의 선거판을 만든다.

체계적 평가가 없는 정책을 두고 정책 선거하자고 하는 것은, 대세를 선점한 자들의 비리를 감춘 채 선거를 치루자는 속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럴 바에야 네거티브 선거판이 더 좋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자임하는 자가 있다면, 국민을 편안케 하리라고 표를 달라고 하는 자가 있다면, 체계적 평가표를 갗춘 행동스케줄을 먼저 밝혀라.


[김민남 칼럼 14]
김민남(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mnkim@knu.ac.kr )



(이 글은, 2007년 10월 2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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