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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품절이 없다"
[주말 에세이] 조윤숙
"곧잘 눈물나는, 이 가을 외로움을 앓는 사람들에게.."
2007년 12월 03일 (월) 11:19:30 평화뉴스 pnnews@pn.or.kr
   

가을이 접어드는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태껏 잘 지내왔는데 올해 가을은 가슴 한곳이 뻥 뚫린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와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고 외로움에 쌓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여 거기서 오는 성취감으로 잘 살와왔는데 이젠 일도 공부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내가 "축하한다!"고 하자 그 친구는 어리둥절해하며 "무슨 소리냐"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이제껏 밖으로 너를 채워나가다가 너 자신을 돌보고 만나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이제 우리도 중년이 되나보다.
사는 것이 허무해지고 늘상 하던 일들이 어색해진다.
뭔가 채워지기 보다는 자꾸 비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보니까 말이다.

나도 올해부터는 뭔가 달라지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도 즐거웠는데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아진다.
체력이 누구보다 좋았었는데 이젠 며칠을 무리하면 쉽사리 피곤해진다. 메모를 하지 않아도 그 많은 일들을 다 기억하였는데 이젠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오면 순간적 기억 상실증이 온다. 늘 밝게 살았는데 이제는 눈물이 곧잘 나서 이유도 없이 자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잘 운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어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몸이 피곤해지는 것도,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것도, 잘 우는 내 모습도 좋다. 그것은 나를 만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늘 외로웠다.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바쁘게 일하고 더 많이 공부하였던 것 같다.

외로움을 직면하기가 너무 어려워 늘 일을 만들고 다녔다.
슈퍼에 가서 따뜻한 사랑을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날 내속의 상처받은 작은 아이의 외로움을 만났고, 나의 존재의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을 만나는 작업들을 하였다. 그것은 나 자신을 만나는 작업들이었다.

마음이 아플 때면 '이렇게 아파하는 나는 누구인가?'
슬플 때는 '이렇게 슬퍼하는 나는 누구인가?'
화가 날 때는 '이렇게 화가나는 나는 누구인가?'
기쁠 때는 '이렇게 기뻐하는 나는 누구인가?'
행복을 느낄 때는 '이렇게 행복해하는 나는 누구인가?'
명상하면서 나를 만나는 작업들을 한다.

하늘이 저리도 파란데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서만 하늘이 흐리다고 할 수 없듯이, 내속에 깊은 '참 나'가 있는데 아픔도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행복도 구름처럼 흘러가는 나의 감정일 뿐 내가 아님을 나는 안다.

이제 그 사랑을 슈퍼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음을 발견해나가고 있다.
그 사랑은 품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 곁에 항상 내가 있음을 안다.
삶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불안해하고 있는 나를 지켜본다.
피곤한 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돌봄이 필요한 나를 돌보고 있다.
사랑이 필요한 나에게 사랑으로 함께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사람들은 애를 쓰지만 진정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결국 자신인 것이다.

이 가을 외로움을 앓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주말 에세이 58]
글. 조윤숙(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사무국장)



(이 글은, 2007년 11월 16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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