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복지 공약, 재원은 어떡하나?"

평화뉴스
  • 입력 2007.12.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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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대선시민연대 / 유권자 정책제안 ③-사회복지>
은재식..."이명박.정동영 '재원대책' 의문'..공공복지, GDP 15% 돼야"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채 누가 완주할 지 모르는 안개 선거 속에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이나 공약은 없고 의혹과 공방만 난무하는 선거과정에서 언론들은 공약검증 보도를 안하는지 못하는지, 정책검증 의지는 없고 특정후보를 감싸는 정파저널리즘에 입각한 줄서기에 더욱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정책선거를 유도하고자 시도했던 메니페스토 운동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부족과 진흙탕 선거판으로 인해 빛을 바랜지 오래다.

대선의 핵폭풍으로 다가온 ‘BBK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로 대선정국이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정책검증은 가려진 채 대선후보들은 ‘민생탐방’, ‘민심잡기’,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앞을 다투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거나 무료급식소 등에서 ‘서민후보’임을 애써 강조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친근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들의 모습을 경쟁하듯 보도한다. 다분히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삼류정치 쇼에 사회복지현장을 가장 잘 등장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후보나 언론 모두 모를 리 없을진데, 복지에 관심있는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한다.

그러면서 각 후보진영과 정당들은 앞 다퉈 대선복지공약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공약들은 매우 산발적이고 어수선하며, 체계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대단히 혼란스럽다. 뜬 구름 잡는 선심성공약들은 여전히 예전과 다르지 않으며, 그저 한때 귀만 즐거운 선거때만의 말잔치가 되는 것이 바로 대표적으로 복지공약이다.


이명박.정동영.권영길 모두 '무상보육'...쟁점화 되지 않는 '사회정책'

기본적 사회보장체계가 완비되기도 전에 쓰나미처럼 다가온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회위험 요인 또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17대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즉, 전통적 사회보장체계의 보편적 확대라는 국가의 역할이 막 시작되려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저출산, 고령화 등 새로운 사회위험 요인이 확산되면서 한국사회는 복지국가의 전통적 역할과 새로운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대선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복지공약은 한국사회의 이념논쟁과 사회정책의 혼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의 소위 좌파와 우파의 경쟁은 시민의 일상에 근거한 정책을 중심으로 접점이 형성되었다기 보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007년 대선을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단언했지만, 정치지형을 벗어나 사회정책의 영역으로 오면 이내 희석되고 만다.

실제로 대선후보들의 사회정책공약을 보면, 이념적 측면에서 소위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이명박 후보조차 3~5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을 주장하고 있다. 통상 우파들이 아동양육의 영역을 사적영역으로 간주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동양육에 대해 국가의 역할과 개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명박 후보의 아동양육정책은 유럽의 어느 좌파에도 뒤지지 않는 진보적이다. 중도개혁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후보 또한 0~5세의 무상보육.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좌파인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임기 5년내에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아동수를 현행 11%에서 41%로 늘리고 보육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무상교육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만 놓고 본다면, 보수우파와 중도, 그리고 좌파의 차이는 있는가? 현실성과 실현가능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오히려 좌파정당의 공약이 초라해 보일 정도다. 또한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TV토론에서 시민패널의 ‘아동수당’ 도입여부에 대한 질문에서 아동수당제도의 개념도 모르면서 저출산에 도움이 된다면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즉답한 바 있다. 이 또한 좌파가 주장해야 하는 정책을 우파가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보수우파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우파정당의 사민주의(좌파)정책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현재 대선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회정책이 선거에서 쟁점화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회정책을 매개로 정치지형과 세력의 형성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명박, "예산체계 정비로 20조" / 문국현 "건설예산 줄여 25조" / 권영길, "부유세.양극화세..탈세.낭비 줄여 55조"

비현실적이고 소모적인 공약에 휘둘리면서 울고 웃고 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원확보 계획이 필요하다. 공약조차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지 않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구체적인 재정계획까지 제시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의 사회복지, 양극화로 표현되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차별의 심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명목적인 보편주의는 달성했지만, 거대한 사각지대를 남겨 놓음으로써 보편적인 사회보장은 달성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각 후보들은 공약과 아울러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갖고 있는가?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생애희망 디딤돌 7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보편적 복지, 예방적 복지, 맞춤형 복지 운운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디딤돌을 놓아주는 큰 정부가 되겠다고 국가의 책임을 선언했다. 세금은 적게 거두고 복지는 확대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 후보는 "비효율적인 예산체계만 정비해도 해마다 낭비되는 예산 2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누차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항목을 어떻게 줄일지는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는 반면 대규모 감세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유사하게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는 17대 공약 중 10번째 주요공약으로 “지속가능한 복지사회”를 언급하면서 7가지 세부공약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파일의 제시보다 건설예산 절감으로 25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다소 두리뭉실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5대 걱정없는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무상의료.무상보육 ▶무상교육 ▶공공임대주택 확대 ▶기초노령연금 실시 등을 제시하며 부유세.양극화세.탈세.예산낭비방지로 연간 55조원을 조성하겠다고 제시해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조달방안을 가장 충실히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장밋빛 선심성 공약만 남발한 채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공약은 헛공약을 남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평소 후보의 소신과 정당의 정책과 배치되거나 실현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복지를 포퓰리즘에 영합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복지마저 불평등...연금제도 정상화, 병원비 걱정 없는 건강보험을"

국민연금의 광범위한 사각지대 문제는 급여율 인하와 기초노령연금으로 서둘러 봉합되었고, 건강보험 보장성의 취약성을 빌미로 민간의료보험의 성장과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도입되고 있으며, 정부 스스로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정책과제로 내걸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회보험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는 사회보장의 기반을 침식시킬 뿐 아니라 복지제도를 새로운 불평등 기제로 재생산시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의료기관, 복지시설, 보육시설에 이어 요양시설마저 민간에 맡겨놓는 민간위탁방식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따라서 대선시민연대가 주장하는 사회보장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복지 지출비율의 GDP 대비 15% 달성을 위한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의 복지지출이냐에 이제는 더욱 주목해야 한다. 양적확대 뿐 아니라 질적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양극화 해소와 빈곤문제 해결에 누가 가장 적임인 지를 선택하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노후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연금제도를 정상화시키고 병원비 걱정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만들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공약으로는 구분조차 힘든 진흙탕 속에서라도 친복지 세력이 누구인지 가려내야 하고, 이를 선택하는 시기가 바로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2><유권자 정책제안 ③ - 사회복지>
글.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PN 평화뉴스와 '2007 대선 대구시민연대' 공동기획 <유권자 정책제안> 시리즈 세번째로,
12월 대선 전까지 경제노동.환경.복지.여성.교육.주거.2030세대.장애인.통일외교부문으로 나눠 글을 싣습니다.

(이 글은, 2007년 11월 20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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