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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로서 펜대만 굴린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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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문화시민연대 최정현(31) 팀장,
..."몸으로 움직이는 게 제일 맞는 거 같다"

거리문화시민연대 최정현(31) 복지문화팀장...내년에 '문화도시연대'로 바뀌고 그녀는 그만둔다.
거리문화시민연대 최정현(31) 복지문화팀장...내년에 '문화도시연대'로 바뀌고 그녀는 그만둔다.

최정현(31). 공식 직함은 거리문화시민연대의 복지문화팀장이다.
그 직함보다도, 항상 먼저 나오는 이름이 ‘거리문화 시민연대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이’다.

그녀를 만났다. 새해 첫 번째로 만나리라 꼽아 둔 그녀를 송년의 주에 만났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도드라지게 많아진 단체들의 ‘문화’ 구호에 대해 활동가로서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올해 초부터 스물 스물 나왔던 거리문화시민연대의 해체설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Q. 거리문화시민연대에는 처음부터 함께 했던 건가?

거리문화시민연대로 법인 이름을 만들고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2002년부터 ‘거리문화 축제’라는 행사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었고, 이런 것들을 풀어보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느냐라는 생각에서 법인화가 추진되었다. 거리의 일상 예술이라는. 전 대표는 조성진 선생님. 지금까지 5년. 처음에 권 국장(권상구)과 나는 5만원씩 받고 일했다. 일을 만들어서.(웃음) 그렇게 해서 지금은 어느 단체 못지않게 월급을 받아간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월급이 나갔지.(웃음)


Q.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아직 논문도 못썼지만. 대학은 화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주사약 만드는 일을 했었다. 그러다 대학원엘 갔고. 복지와 문화 관련 봉사 활동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관계를 가져왔었다. 몸으로 일을 하다 보니 체계적인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대학원에 갔었다.


Q. 거리문화시민연대에서 주로 한 일도 그러한 것이겠다.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도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아르떼)이 설립되었었다. 그해 2005년에서부터 서서히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각 지역에 시범사업이 행해졌다. 학교문화예술 교육 같은. 우리도 참여를 했었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장애유형별 문화예술체험학교...(2005. 대구 일심재활원 / 사진. 거리문화시민연대)
사회문화예술교육 장애유형별 문화예술체험학교...(2005. 대구 일심재활원 / 사진. 거리문화시민연대)


대상자의 반응에서 오는 감동은 높다. 새로운 경험들을 재밌게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깊이 남았다. 예술가들과, 사회 복지 분야의 실무자들이 함께 모여 기본 틀 아래에서 프로그램들을 각 대상에 맞추어 준비했던 시간들 말이다. 2005년도부터 2006년까지 했었는데, 우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람들과 만나 장르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과연 넘어선다는 것, 치료라는 것을 넘어서는 치유라는 것이 뭘까 하는 이런 고민들로 밤 한시 두시까지 회의했던 기억들.


Q. 바야흐로 '문화'와 '복지'라는 '말의 범람' 시대다.
'경제'와 미묘한 함수관계를 설정해버리는 것도 배제할 수 없고.


문화를 ‘경제의 논리’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랄까.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어떤 누군가만 누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문화 복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다. 올해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풀어보는 토론에 논객으로 참석했었는데, 그때 6명의 패널들에게 물어보았었다. 문화 복지가 갑자기 팽장된, 숫자적으로 많아졌던 이유야 격차가 나니까, 격차를 좁히기 위한 의도라고 하지만, 당신들의 생각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상이라도 좋으니까 바로그 바닥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실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좀 해 달라.

6명 중에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 한명도 없었다. 계속 바닥에서 일궈내는 그 사람의 이야기가 옳은 것일 수도 있겠다, 계속 찾아가야 하는 거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몸으로 움직이는 게 제일 맞는 거 같다. 이야기를 하더라도, 몸으로써 얻어지는 것인지 읽고 나열하는 사람인지, 표가 나지 않나.


Q. 문화 바우처는 어떤가.

문화도 사람들이 제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있어서 문화 바우처는 하나의 시도였던 것 같다. 1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실행되었다. 찾아가는 문화공연들, 신나는 예술 버스 순회 사업 등, 다양한 저소득층 문화 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바우처의 경우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는 의의가 있다.

문화적인 것으로 끌어당기는 것,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권을 소비를 할 수 있게끔 해 주는 통로도 만들어주는 것, 그것으로 해서 자기들의 삶을 색칠해 볼 수 있는 계기들을 갖고 싶어 하도록 하는 것. 그 단계 단계에서 틈새를 막아주고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일들이 문화교육이고. 짱! 하고 보여 지는 게 아니지 않나, 사실은. 문화교육이라는 것이 안으로 쓰며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Q. 단체가 변화를 꾀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소위 해체설.

해체가 아니라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내년에 ‘문화도시연대’라는 이름으로.


Q. 사실 개인적으로 올해 초반부터 가시적으로 보였다. 뭔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초창기 거리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들, 그거 알 만한 사람들 다 안다고 본다. 정책이나 도심 디자인, 문화 복지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바닥을 친 것은 아닌지.


거의 넉 다운이 된 것 같다. 몸도 많이 지쳤고. 단체가 오래가면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정체성에 대한 갈등에서부터, 내부적인 문제들까지. 인원들이 새롭게 바뀌어가는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는데, 우리도 빗겨나가지는 못한 셈이다.


Q. 문화도시연대라면, 덩치가 좀 더 커지는 건가. 구성원이나 대표 예정자는 있는가.

아직 미정이다. 지금 이사들 하고 정리를 하고, 논의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잘 되야 하지 않겠나. 지속적으로 가기 위해서, 어쨌든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쉴 생각이다.

Q. 뭘 할 생각인가.

제대로 쉬어보고 싶다.
단절을 통해서 피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고, 정리를 좀 해가지고 멀어지고 싶다. 우선 좀 떨어져서. 또다시 일하게 될지, 아직 보류를 해 놓았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른 팀들과 일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 기획자로서 펜대만 굴리고 있는 건 아닌지. 머리 따로 몸 따로, 타성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글을 쓰기 위해서 참여를 하고, 참여를 위한 참여를 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기획자이고 싶다. 과연 내가 시민이었을 때는 어떨까. 시민으로서 바라보고 참여해보는 거다.


Q. 오래 못 쉬겠다.(웃음)

정말 제대로 쉴 거다. 기간은....제대로만 쉬면, 한 시간의 쉼으로 모든 것들이 해결 될 수 있는 것처럼, 새롭게 극복하고 올라올 수 있는 것처럼, 뭔가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제대로만 쉰다면야. 토스트 가게 할까.


Q. 이제 몇 일 뒤면 서른둘이네.

나이라는 게, 나를 좀 제대로 알아야 하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런 게 있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갔는데 그런 것에 대한 피드백이 오지 않거나 할 때 서운한 거. 내가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는 아닐까, 그런 생각들. 계속 살아야 하는 거다. 뭔가가 있어서 테두리가 쳐져야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살아야 되는 거다. 서른이 넘으니까 그걸 조금 알 것 같다.


오래 못 쉬겠다, 라 말한 것처럼, 오래 쉬지 못할 것이다, 라는 음험한 기대가 든다. 화학을 공부한 그녀가 마지막에 한 이야기가 있다. 수소결합. 수소결합과 쌍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공유결합이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강한 알레고리로 다가왔다. 그에 대해 아주 쉬운 설명을 찾았기에 간략화 하여 첨부해 둔다.

공유결합
어떤 놈이 애지중지하는 전자를 하나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옆을 보니 한 녀석이 전자 하나를 소중히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 녀석에게 말했다. “네 전자랑 내 전자랑 같이 사이에 놓고 살자.” 이렇게 둘이는 각자가 애지중지하던 전자를 하나씩 내어 붙어 다닌다. 둘 다 불만이 없기 때문에 그 결합의 세기는 무척 강하다.

수소결합
하나는 전자가 약간 부유한 편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던져줄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다. 옆을 보니 수소란 녀석이 전자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했다. “내 옆에 붙어 다니면 전자 계속 볼 수 있게 해 줄게.” 그렇게 둘 사이의 끈이 약하기 때문에 결합 세기는 약하다.

글.사진 평화뉴스 류혜숙 문화전문기자
pnnews@pn.or.kr / archigoom@naver.com



(이 글은, 2007년 12월 27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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