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여정남', 46년 만에 '명예졸업'

평화뉴스
  • 입력 2008.01.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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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올 2월 졸업식 때 명예졸업장
...여정남.이재문.이재형 '추모공원'도 추진

'인혁당 조작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경북대 여정남씨가, 대학 입학 46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경북대는 "오는 2월 25일 졸업식 때 고 여정남 동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고 여정남
고 여정남
고 여정남씨의 '명예졸업'은, 지난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이 해 12월 고인의 조카 여상화씨와 대구경북지역 사회단체가 고인의 명예졸업을 경북대에 신청하면서 결정됐다.

고 여정남씨는 194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6.3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비롯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3번이나 제적과 복학을 되풀이했고, 1974년 이른 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구속돼 이듬 해 4월 9일 사형이 집행됐다. 여정남씨는 당시 경북대 4학년이었다. 명예졸업은 고인의 대학 입학 44년 만이다.



경북대에는 또, 여정남씨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3명에 대한 추모 조형물과 추모공원도 들어선다.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숨진 경북대 출신은 여정남.이재문.이재형씨를 비롯한 3명으로, 여정남씨는 당시 사형으로 숨졌고, 이재문씨는 사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81년 감옥에서 숨졌다. 이재형씨는 이 사건으로 20년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한 뒤 1982년 출소해 2004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북대, "늦어도 올해 안에 교내 추모 조형물.공원 조성"

인혁당 사건 관련자인 이현세(62)씨를 비롯한 경북대 출신 사회운동가 35명은 지난 1월 12일 <경북대학교 인민혁명당사건 열사 추모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대학측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현세가 상임대표, 백현국(6.15대경본부 상임대표).장영달(국회의원)씨가 공동대표, 함종호씨가 집행위원장,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씨가 사무국장을 각각 맡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경북대 교내에 희생자들의 흉상이나 추모비를 비롯한 조형물과 추모공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학교측과 장소.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실무를 맡고 있는 오택진 사무국장은 "빠르면 오는 4월 9일(사형 집행일)을 전후해 조형물을 먼저 세운 뒤 조형물 주위로 추모공원 기공식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김진숙 학생부처장도 "교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추모비를 정비하는 문제가 있어 인혁당 조형물과 추모공원 장소와 규모, 건립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늦어도 올해 안에는 건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재문씨 누나 이소정(78) 할머니..(2006.4.9. 대구2.28공원. 인혁당 31주기 추모제/사진.평화뉴스 유지웅)
고 이재문씨 누나 이소정(78) 할머니..(2006.4.9. 대구2.28공원. 인혁당 31주기 추모제/사진.평화뉴스 유지웅)


193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 이재문(당시 47살)씨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구매일신문 기자로 활동하다 '64년 1차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74년 인혁당 재건 사건으로 수배를 받다 '78년에 구속, 이듬 해 '79년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1년 11월 옥사했다.

고 이재형씨는 193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고와경북대 정치학과, 경제학과(학사편입)를 졸업했으며, 60년 4.19와 65년 한.일수교 반대투쟁, 71년 3선 개선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구속돼 20년 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하고 출소했지만 2004년 12월 지병으로 숨졌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인혁당 조작 사건...사형된 8명 가운데 4명이 '대구경북'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뒤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영남대, '추모공원' 합의하고도 2년째 추진 안돼

한편, 인혁당 사건으로 3명의 동문이 사형된 영남대는, 민주동문회와 총학생회를 비롯한 <영남대민주단체협의회>와 대학측이 지난 2006년에 4.19와 6.10항쟁, 인혁당을 포함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민주공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지만, 대학측의 '예산' 문제와 민주단체 내부의 사정이 얽혀 2년째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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