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지방분권정책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정부의 지역혁신의 정책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적대감으로 지역발전의 계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고언도 나오고 있다.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지방을 살려 지방 곳곳에 살만한 곳을 만들면 서울로만 몰리지 않을 것이며,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국가의 잠재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방분권에 대한 시나리오는 지방민의 입장에서 확실히 희망적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얼마 전 대구에서는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가 (2004년3월10일) 구성되었으며 이 위원회에는 “중앙과 지방의 의사소통 창구역할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혁신분위기 확산과 혁신역량강화 △지역혁신 주체들의 공동학습과 혁신창출을 위한 상호협력 △지역혁신계획 심의 등 대구.경북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거라고 공언하였다.
물론 대구의 교수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합의도출의 문제가 수월해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역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역에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고, 이에 적지않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필자는 마음한쪽에서 다음의 생각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잘못된 연고주의, 패권주의, 관료적 폐쇄성, 예산집행의 불투명성...
“분권과 혁신은, 지역 정체성에 대한 점검과 냉철한 자기진단에서 시작돼야”
즉, 지역혁신의 많은 부분을 우리는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치우쳐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대학 등의 연구개발기능을 확충해서 최고급의 첨단기술을 도입,발전시키고, 그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육성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관점이다. 혁신(INNOVATION)의 내용이, 지역발전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서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자생력을 높이려고 한다는 점에서 혁신을 과학, 기술공학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혁신을 경제적 생산성향상의 원천으로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사회의 발전에 경제발전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떄문이다. 60-70년대의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할 때 당시의 많은 사회학자들은 서구의 근대화이론을 들먹이면서 경제발전이 일정궤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사회영역의 발전이 뒤따를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그러나, 지난 40여년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이 사회의 발전이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희생의 누적위에 진행되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학습해왔다. 과학기술영역의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체제구축으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만 치중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라고 자인하는 잘못된 연고주의나 패권주의, 관료적 폐쇄성, 예산집행에서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는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다. 과학기술결정론적인 시각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기득권의 폐쇄주의나 권력의 부조리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았었다.
첨단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산업의 육성이라는 과제가 민족경제단위의 사활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왠 봉창두드리는 얘기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은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점검과 냉철한 자기진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중앙에서 얘기하는 “지방분권”은 자칫하면 지방의 문제를 외부에서만 그 해결책을 찾게끔 유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인 모순구조도 충분히 점검해야 균형잡힌 지방분권이 이뤄진다.
지역경제의 회생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협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지역경제의 회생을 위해 내부적 합리적 구조개편을 얼마나 진행해왔는가? IMF이후 경제위기를 우리사회의 부실에 대한 자기반성의 기회로 제대로 이용해왔는가? 섬유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투자한 모프로젝트는 체계적으로 잘 진행되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지역에서의 예산은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낭비없이 잘 씌여져 왔는가? 등등의 질문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총제적인 진단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만 부추키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만 주장한다면 그동안 범한 시행착오를 또다시 반복할 수있다. 땜질식 혹은 선심성 지원을 기대하고, ‘지방분권’이라는 명분하에서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그 장단에 맞추다보면 겉돌고 헛발디딜 위험도 커진다. 혁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혁신 없는 분권, “중앙에서 위임된 권력, 지역의 고질적.구조적 문제 이용할 수도...”
분권과 지방자치, “민관 전문가들의 내부 비판 필요...시민사회도 가치체계와 전략 더 고민해야”
조금 더 나아가, 지역혁신의 주체에 대한 질문도 짚어야 될 듯싶다. 지금까지는 “지역혁신”이 소수의 민관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어차피 대의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전문가주도에 의한 지방분권은 보완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한 예로, 우린 지방정치의 현주소를 대구지하철참사와 중앙지하상가 등의 문제 등을 겪어오면서 익히 파악하였다. 대구지하철참사직후 지역에서 원인규명이나 책임소재의 규명, 대안 등의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역으로 중앙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기도 한 것이다. 기실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확보되는지, 각기관들간의 불합리한 유착관계가 없는지 등등에 대한 검토 및 개선이 없으면 중앙에서 위임된 권력은 지역의 고질적 구조적 문제들을 “지방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언론권력까지 가세한다면 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은 요원하다.
따라서 공공기관이전이 잘 진행되고 지방분권이 이뤄져, 지방에 돈이 많아지고 그것을 기반으로 경제를 잘 살릴수 있고, 그 결과 지방이 살만한 곳이 될거라고 믿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태도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서 지역 민관전문가들끼리의 내부비판과 각 영역의 개방적인 교류이다. 위아래의 지배적인 “끼리끼리”문화, “내 식구 감싸주기”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기에 지방자치를 아래에서부터 실천되도록 전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역에서는 아직도 “관”의 권위가 만만치않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강한 국가’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자리한다. 이 부분에 지역시민사회의 간과해서는 안되는 역할이 있다. 시민사회는 정치영역이외에 시민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있는 가치체계와 전략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시민사회가 살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진다.
원론적으로 말을 맺으면,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방행정일꾼의 깨끗하고 전문적인 실무능력이 잘 조화를 이뤄야 지방자치가 잘 된다. 자칫하면 지방유지들의 명함자리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위험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렵게 얻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묻자. 이 지역을 살리자하면서 스스로 적당히 비겁하지는 않았는지 또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이 시점부터 확인하고 점검한 뒤 시작하면 어떨까..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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