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문제의식 부재(08.4.22)

평화뉴스
  • 입력 2008.05.0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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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미디어연대 토론회, 4.9총선, 박풍 도대체 무엇을 남겼나?

총선미디어연대는 4월 21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한국방송광고공사 대구지사에서 지역언론의 4.9총선 보도를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4월 21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한국방송광고공사 대구지사에서 지역언론의 4.9총선 보도를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4.9총선, '박풍' 도대체 무엇을 남겼나?’
정책과 공약이 실종됐다는 18대 총선. 그 비판 속에 지역언론의 4.9총선 보도를 되짚어 보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한국방송광고공사 대구지사에서 위와 같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대구지역 언론.시민단체로 꾸려진 '2008총선미디어연대대구경북본부'가 주최했다.

총선 기간 발족한 2008총선미디어연대대구경북본부에는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대구여성의전화,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참여해 지역언론의 선거보도를 점검했다.

김병구 매일신문 노조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는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 정치부장과 석민 매일신문 기자(대구경북기자협회 부회장), 김진국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매체비평팀장(대경인의협 공동대표)이 발제자로 나섰고, 조빛나 대구KBS 기자, 최고현 대구MBC 기자, 조진범 영남일보 기자, 강승탁 대구일보 기자, 공정옥 운하백지화국민행동대구본부 집행위원장, 강길호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치코미디 같은 상황 발생, “지역언론 ‘박풍’ 부추겼다”

송국건 부장
송국건 부장
첫 발제자 송국건 부장은 "친박연대가 '사당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은 총선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고, 친박 무소속 연대 역시 감상적인 연대감으로 뭉친 정치 결사체였으나 지역언론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부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있는데 그의 이름을 딴 정당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지역언론이 짚었지만, 그런 정치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한국적 정치상황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총선 기간 지역언론이 앞다퉈 게재한 '서부벨트', '친박벨트' 등 박풍 관련 조어를 두고 송 부장는 "지역언론이 '박풍'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석보다 현상만 보도, “총체적 시각 제시하지 못했다”

석민 기자
석민 기자

두번째 발제자 석민 기자는 "지역언론이 현상만 보도했을 뿐 분석은 미흡했다"면서 "언론이 박풍의 실체와 의미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상만 보도하다 보니 대구경북 정치지형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석 기자는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지역언론이 이를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면서 유권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당투표의 중요성에 대한 집중적인 보도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면서 "이를 적극 보도했더라면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풍’ 현상만 앞다퉈 보도, “정책과 공약 검증 못했다.”

 

김진국 매체비평팀장
김진국 매체비평팀장
김진국 팀장은 "박풍은 하나의 현상이었지만 전국적이지 못했고 2%로 부족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갈등을 겪으면서도 탈당하지 않은 것은 자기 바람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지역언론이 그런 박풍 현상만을 지나치게 앞다퉈 보도해 정책과 공약은 검증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TK 출신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해 그들의 입신 여부에 따라 대리만족을 느낀다"면서 "지역언론이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경북 정치풍토 20년전 회귀, “지역언론 실천의지 부족”

자유토론에서 강길호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대표는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지역언론 역시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역언론의 문제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실용주의' 정책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가 별로 없었다"면서 "최근 논란이 되는 혁신도시 재검토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전부터 예측된 것인데 지역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언론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해도 실천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대구경북의 정치풍토가 20여년 전으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은 지역언론의 실천력 부재에서 오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정보도, 균형보도 한계, “언론도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다”


방송의 박풍 현상 보도와 관련, 최고현 기자는 "언론이 표심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지만 언론도 민심을 거스릴 수는 없다"면서 "기자들이 공정.균형보도의 틀 속에서 보도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다른 당 입장에선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정과 균형의 틀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가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싹쓸이 언론이 막았다”, “총선 기간 내내 모든 이슈는 ‘박풍’과 연관됐다”

조진범 기자는 "비판할 부분도 있지만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은 데에는 언론의 역할도 나름대로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승탁 기자는 "박풍으로 인해 선거가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는 인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조빛나 기자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그날 가장 큰 이슈를 보도할 수 밖에 없는데 공교롭게도 총선 기간 거의 모든 이슈는 박풍과 연관돼 있었다"고 말했다.

운하건설 공약배제 비판 않은 건 “이율배반적”

공정옥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때부터 운하가 가장 큰 이슈였는데 총선 기간 지역언론의 비판적 보도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운하 건설을 총선공약에서 배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이 이를 비판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이 글은, 2008년 4월 22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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