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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강을 따라 걷습니다"
[대운하] 문창식(강강수월래단)
"늪은 강물을 머금고 가뭄에 돌려주는데.."
2008년 05월 29일 (목) 09:52:04 평화뉴스 pnnews@pn.or.kr
<강강수월래단>은, '강을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뜻의 '청소년 도보순례단'입니다.
지난 4월 14일 한강 하류를 출발해 여주, 문경, 대구, 구미 등을 거쳐 5월 31일 부산 을숙도까지 47박48일을 걸으며 각 지역의 생태.환경을 체험하고 정부의 대운하 방침에 대해 토론하며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 어류생태 조사, 강연을 비롯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순례에는 전 구간을 걷는 청소년 22명과 지원단 10명, 일정 구간 만 걷는 사람을 포함해 하루 평균 50여명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문창식씨는 이 순례단의 지원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4일 한강 하류 방화대교에서 전국에서 모인 70여명의 청소년이 경부운하 구간에 대한 47박 48일의 대장정을 시작한 지 꼭 한 달 만인 5월 13일 대구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40여년을 딛고 살아 온 고향 땅인데도 이렇게 강을 따라 걸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대부분 대구 시민들이 음용하는 강정취수장이 바라보이는 산길을 걷기도 하고, 달성습지를 거쳐 옥포면 낙동강가의 광활한 평야를 걷기도 하였습니다.

달성군을 편입한 대구시의 면적은 참 넓습니다.
3일을 꼬박 걸었는데도 아직 현풍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넓은 면적만큼이나 대구를 흘러 나가는 낙동강도 희비애락을 교차합니다.

낙동대교에서 시작되는 대규모 모래 채취장, 금호강의 합류, 성서공단 폐수 유입, 옥포 지역의 대단위 경작, 그리고 현풍면에서 다시 이어지는 모래 채취장 등 인간의 끊임없는 간섭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은 그의 자정능력을 힘겹게 발휘하며 유유히 흘러갑니다. 대구에서의 마지막 밤은 현풍면에 있는 오설리 마을입니다. 이곳은 상습침수지역으로 마을 전체가 폐쇄되어 인적이 끊어진 곳입니다. 초등학교, 교회, 농산물 공판장, 일반 주택 등 마을 전체 건물이 누군가에 훼손되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구미공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평 월곡리, 구미 산호대교, 구미 석적 체육공원에서 야영을 하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전략적 육성도시 중 하나였던 구미시, 1,2,3,4차 국가공단 조성에 이어 5차 국가공단 조성을 추진 중임에도 수 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다 잠시 쉬어가는 두루미들의 귀착지인 해평 습지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칠곡을 비롯한 대구 하류 지역을 흐르는 낙동강을 걸으면서 대했던 그 많은 모래 채취장을 구미에서는 볼 수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구상 선생 기념관이 있는 왜관을 지나 낙산 가실성당에서 하룻밤을 지샜습니다.
한국에 온 지 41년째인 독일출신 현익현 신부는 대체 물류 수단을 찾지 않고 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운하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청소년들 앞에 솔직 담백하게 말씀하십니다. “자유란 어떠한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것” 이라는 신부님의 자유에 대한 정의가 내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창녕 우포늪을 걸었습니다. 1억 4천만 년 전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 습지, 2008년 람사르 총회를 창원에서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포늪은 사실, 낙동강의 지류인 토평천의 일부입니다. 낙동강이 범람하면 강물이 토평천 상류로 올라가다가 우포늪에 이르러 머물게 되는데 이때 우포늪의 다양한 식물들이 강물을 머금고 있다가 가뭄에는 다시 낙동강으로 강물을 되돌려줌으로써 홍수조절 기능과 유지수 확보 기능을 합니다. 이 기능을 함에 있어 우포늪은 인간이 건설한 대규모 댐보다도 훨씬 정교하고 과학적인데, 지자체는 관광객만 끌어들이려고 자꾸 제방을 쌓아 우포늪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태해설가는 목청을 올립니다.

“낙동강과 토평천이 우포늪을 존재하게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우포늪에만 관심을 가지고, 낙동강과 토평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운하와 같은 발상을 한다.“ 며 한숨짓는 이 지역의 한 환경운동가의 탄식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창녕 이방면에서 낙동강은 의령 방면으로 크게 굽이치다가 다시 창녕으로 돌아 나오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창녕 남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0km만 걸으면 을숙도에 도착합니다. 전 구간을 걷는 22명 청소년들의 기운을 따라 가기에 지원단은 역부족입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났을 텐데, 쉬는 시간에는 쉴 새 없이 뛰어 다니거나 조잘대며 에너지를 소비하고도 자고 일어나 걸을 때는 마치 첫째 날 걷는 같은 속도와 힘을 보여 줍니다.

아무리 자신이 선택했다고는 하나 성인도 하기 힘든 여정을 소화하려면 불평불만도 하고, 중간에 낙오자도 생길 법 한데, 체력이 안되거나 공동체 생활이 어색하여 중간에 포기한 서 너명을 제외하고는 22명의 전 구간 참가자가 간혹 팥빙수를 사 달라, 목욕탕에 보내 달라, PC방에 가고 싶다는 하소연을 하는 것 외에는 너무나 행복한 모습들입니다. 이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소망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한반도 운하가 잠시 여론에서 밀려난 동안 정부에서 운하사업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탈바꿈하여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제 열흘 후 대장정을 마칠 청소년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걸으면서도 매우 궁금해집니다.

이제 저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면 참 그리울 것입니다. 지금껏 살면서 놓치고 있었던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일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보여주고, 깨우쳐 준 이들은 제 인생의 참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5월 22일 청소년 강강수월래 지원단장 문 창 식


[주말 에세이 74]
문창식(전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강강수월래 지원단장)




(이 글은, 2008년 5월 23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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