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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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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는 요사이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재건축이란 이름하에 멀쩡한 건물을 뜯어내고 거기에다 아파트를 짓겠다고 난리들이다. 도시재개발법 제2조의 정의에 보면 “주택재개발사업이란 노후․불량한 주택이 밀집되어 있거나 공공시설의 정비가 불량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것”이 재개발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차량통행이 불가능하거나 주택이 낡아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에 대해서 아파트 재건축이 공기업(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등)에 의해 이뤄져왔다. 신암동과 신천동, 대현동, 비산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정상적인 상황이 2002년부터 한 회사가 추진해 작년에 분양을 시작한 수성구 범어동의 모아파트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획정리가 비교적 잘 돼 도로가 6-8m로 확보된 우량주택지를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불량주택이라 재건축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안전진단에 통과가 불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에 지주들이 사업주체가 되어 자기집을 헐고 집을 짓는 편법으로 신축아파트를 지었다. 결국, 법을 어겨가며 분양을 했고, 그들끼리 한 분양분이 문제가 되어 한동안 대구주택업계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 일이 있는 뒤부터 멀쩡한 주택건물을 뜯고 주상복합 등 아파트를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범어네거리에 대리석으로 웅장하게 지어놓은(신축한지 겨우 몇 년도 안된) LG증권 건물을 한순간 뜯어 주상복합을 짓는다고 준비중이다. 또, 수십년 더 사용해도 될 궁전맨션 앞 목욕탕과 여관도 한순간에 없어졌다. 수성구 들안길에는 고급식당과 신축여관이 주상복합 아파트를 위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몇일전에는 수성구청 맞은편 그 좋은 빌딩과 상가, 주택들이 40~50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매각되어 곧 부서진다고 한다.

왜들 이러는 것인가? 대구에 사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누구에 의해, 무엇 때문에 정신없이 재건축 돌개바람에 쓸려가고 있는가? 시민들의 주택지가 없어 그처럼 부수고 짓는단 말인가? 빨리 빨리 문화의 전형인 대구문화에 재건축 바람이 잘못 불어, ‘일단 부수어 놓고 보자’는 말인가? “재건축 부지에 나의 부지가 들어가면 행복하고 안들어가면 불행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 웬말인가? 심지어, 대로변 지주들이 평당 2~3천만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돌면서 새건물, 헌건물 가릴 것 없이 부수어 아파트를 짓는다고 구역마다 모여 움직이고 있단다.

정신 차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도시를 설계하면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각각의 용도와 쓰임에 따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 생산녹지, 자연녹지 등으로 용도지역을 나눴다. 그리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 주거지역에는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을 세분화하고, 일반주거지역도 종을 구분해서 1종, 2종, 3종으로 나누어 건물의 높이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범어동의 A아파트, 동신교 인근 B아파트, 수성교 인근 C아파트...


그런데 요사이 문제가 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주거지역에 건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업지역에 용적율을 400~1300%로 높이고 40~60층까지 초고층화 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상업지역이 무엇인가? ‘상업 업무의 편익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상업지역이다. 즉, 상업을 위해 고층화를 용납한 것이지, 사람의 삶과 휴식처를 위해 초고층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상업지역에 일조권을 피하고 용적율을 최대한 높여 초고층화 하는 것은 분명 주택회사의 이윤증대를 위한 이유일 뿐, 입주자를 위함이 아닌 것은 이런 이유에서 증명된다.

필자는 10년전에 동경의 최중심지에 있는 ARK HILLS의 재건축 사례를 견학한 적이 있는데, 모리회사는 이곳을 재건축하기 위해 30년에 걸쳐 투자했다. 그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십년간 모아서 상가, 고층아파트, 낮은 연립주택, 단독주택 중 분양 받기를 원하는 각각의 개성과 삶에 대한 희망들의 맞춤 개발을 한 모범사례다. 개발지역 중앙에는 오피스사무실, 동쪽에는 삼각형의 탑상형으로 설계된 아름다운 ANA호텔(동경전일공호텔)이 있으며, 우측으로는 아사이(조일방송)스튜디오 및 공개홀, 서쪽으로는 초고층 A동, B동 아파트 남쪽으로는 6층 빌라와 단독주택 10여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재건축을 보면서 도시(都市), 자연(自然), 사람(人)이 하나로 풍요롭게 살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마음이 절로 나왔다.

지금 우리 대구의 재건축 결과를 보자. 동신교 주변의 한 아파트는 조망권 등이 좋지 못한 “ㅂ”형 단지의 전형이다. 또, 입주가 얼마남지 않은 수성교 근처의 한 탑상식 아파트도 아웃테리어와 조망권 등의 불안한 주거환경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분양시 요란한 설명이나 카달로그의 주위 풍광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극대화에 목적이 있으며,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주택회사는 더욱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자 개인의 욕심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초고층화 된 아파트를 물려받아 관리해야 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는 역사 속의 죄인으로 남을 수 있다.
우리의 아들, 손자들에게 낡고 슬럼화된 50층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들 앞에 놓여질 일이 겨우 몇십년후의 일인데, 몇사람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일어나는 잘못된 현상을 분명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제는 남의 동네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 몇십년 후에 골조를 보존하고 설비를 교환 할 수 있는 대책들은 만들어져 있는지 세심하게 점검도 해야 한다.
이런 큰 문제가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닌 도시계획과 부동산을 전공하는 필자의 입에서 먼저 나오게 된 것이 아쉬움이다. 대구를 사랑하는 건축전문가들이 관심과 지혜를 모아준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어야하는 당위성이 있는만큼 꼭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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