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파업이 오늘 새벽 풀렸다. 처음에 파업에 임하는 노사 쌍방의 견해차가 워낙 깊어 타협이 난항을 겪을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길게 끌었다. 임금안 6.67.%, 준공영제 실시를 내년 10월 도입으로 타협점을 찾아서 말이다. 결국 임금협상안은 광주에서 타협한 선에서, 준공영제 도입은 광주는 2004년 1월, 대구는 2004년 10월로 정하면서, 며칠을 더 끌고 엇비슷하게 풀린 셈이다.
버스업계 노사간에 “시민의 발”이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노조도 쉽게 뒤로 물러서지 않았고 사측도 우왕좌왕하면서 내부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가운데 대구시 역시 영향력있는 중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지금이라도 버스파업이 풀려서 다행이지만 앞으로 거두어야 할 “준공영제”라는 큰 숙제를 남겨주었다.
먼저 이번 파업에서 임금협상은 임금협상이라고 해도, 준공영제에 대한 공방은 집고 넘어가야 할 듯 싶다. 준공영제는 이번 파업으로 대구시민들에게는 “처음” 대중화된 단어이다. 준공영제는 시민교통정책의 큰 틀로, 무엇보다도 올해 버스보조금의 196억원의 3배가 되는 600억원을 대구시가 추가부담해야 되는 제도이다. 아직 실시되어 검증된 적도 없는 제도이고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만큼 치밀하게 검토해서 시행해야 하는 제도이다.
또한 재원마련도 만만치 않고, 그 재원은 결국 시민의 혈세로 충당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해야하고 대구시 상황에 맞는지 다각도로 분석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서울시에서는 7년에 걸쳐 용역에 맡겨 연구했다고 하는데, 그 연구결과를 수용해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상황과 맞는지, 어떻게 대중교통정책으로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분석,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버스파업이라는 “힘으로”, 개념조차 익숙치 않은 제도를 용역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10월에 실시하라고 압박한 부분은 “시민의 발”이라는 공공성을 명분삼아 교통정책을 강제했다는 인상을 준다. 만약 용역에서 준공영제가 다른 대안보다 낫지않다고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버스업계가 대구시 교통정책의 틀로 준공영제만을 고집할 만큼 대구의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의 입장을 또 이익을 충분히 대변해왔는가? 지하철, 버스, 택시 업계의 고충들을 이해하는 가운데 이 주장이 공익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급하게 시행해서 졸속행정과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구시, 버스업계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경영진단을 요구해야"
버스노조나 사측에서 경영난을 매년 얘기해왔고 그동안 시에서 정기적으로 보조금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되는 파업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전면 손질에 나서야 함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이는 종합적인 교통대책이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버스업계에서 준공영제를 실시하라고 압박할 때에는 먼저 버스업체 노사 모두 각자의 역할에 대한 자기규정과 자기책임성이 먼저 확실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공공의 발”로서의 자신들의 자구노력과 자정노력 등이 전제되면서 대구시와의 협상이 있어야 했고, 대구시도 종합적인 교통정책의 입안자로서 또한 시행자로서, 버스업계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경영진단 등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부언하면, 아무리 준공영제 실시가 대세라고 해도, 일단은 공정하게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용역결과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면서 치밀하게 시행준비를 한 뒤 시행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는 얘기이다. 시행하겠다고 먼저 공표하고 그 용역을 맡기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앞뒤가 안맞는다. 흔히들 말하는 준비되지 않고 섣불리 시행하는 졸속행정을 강제한 셈이다. 또한 그 준공영제에 따라 다른 요금의 인상도 연쇄적인 인상도 불가피해질 듯하고 버스업계의 지원을 특혜로 보는 택시업계의 움직임도 예측된다. 결국 서민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단 파업이 끝났으니 현재로서는 노사양측 모두 참고있는 “시민들의 분노”를 읽어내길 바란다. 변명하기 보다 대구시 시청 홈페이지에 있는 서민들의 불만을 먼저 읽고 자성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구성될 버스개혁시민위원회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기대한다.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국내외의 사례와 연구들을 세심하게 합리적으로 잘 검토해서 대구지역 처지에 맞는 준공영제를 잘 시행할 수 있는 첫걸음을 만들길 바란다.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