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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도심통과 "책임감 있는 논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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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가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고속철의 대구도심통과방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 2-3년동안 용역결과 검토 및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결정된 "지하화"결정이, 대전지역의 사례와 지역주민의 민원을 계기로 갑자기 "지상화"가 논점으로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지상화할 경우, 공사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고, 선로가 지나는 인근의 지역개발비로 7천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건설교통부장관의 공언과 함께 말이다.

놀라운 것은 최근 몇년동안 혈세를 들여서 전문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고 절차를 밟아 결론을 맺은 사안이, "대전의 고속철 지상화통과방식에 따른 중앙정부의 지원"이 얘기되면서 ‘대구도 그럴 수 있다’는 추측과 ‘상황이 바뀌었다’는 상황논리와 함께 지상화로의 통과방식이 바람불 듯 여론에 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동안 대안으로 언급되지도 않았던 방안인 "지상화"방안이ㅡ사실 그간의 쟁점은 "반지하화"와 "지하화"였다ㅡ현실성있는 대안으로 대구시나 시의회, 중앙정부에서 나온다는 사실 역시 그동안의 논의과정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그러면 그동안 돈들이고 시간들여서 한 논의는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대구시 입장에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여론을 수렴해 맺었다는 결론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맡긴 전문연구기관의 용역결과는 형식적 통과의례였다는 얘기일까? 그동안의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을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의 합리적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그 동안의 논의과정에서, 그 어떤 변수보다도 중요한 변수가 간과되었다는 얘기인가? 그렇게 중요한 얘기라면 건교부는 긴 논의과정동안 어떤 식으로든 적극 입장표명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이제야 스물스물 ‘지상화’얘기를 공론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건교부장관이 제안한 지상화로의 중요한 유인책인 지역개발비는 지금이 아니라, 늦어도 최종결정을 하기 전인 작년에 논의가 있을 때 제안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역에서도 장기적인 지역발전을 위해 교통, 환경, 안전성, 기간, 비용, 주민생활 등 다각도의 측면에서 손익계산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지역에서 이미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 뒤늦게 중앙에서 거액의 '당근'를 던져 다시 바꿀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이같은 중앙중심적인 권위주의적 발상은 '합리적 논의가 부재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렇게 결론으로 몰아간다면 구태여 돈들이고 시간들여서 귀찮게 토론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런 현실이라면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라는 절차적 자유민주주의의 통합적 원리가 하루 아침에 "가족주의"나 "지역주의"나 "~~풍"에 시달리는 현실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필자는 도시공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속철의 도심통과방식에 대해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잘 모른다. 단지 필자가 아는 것은 고속철의 도심통과방식에 대해 꽤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었고, 대구시에서는 최종적으로 "지하화"를 결정해 건교부에 제안했다는 사실정도이다.

앞으로 고속철의 대구도심통과방식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긴 미래를 보고 바람직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기성세대의 책임감을 갖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동안의 논의 끝에 내린 잠정적 결론이, 사심없는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토론속에서 귀결된거라면 결코 단견의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동안 새만금사업이나 부안의 핵폐기처리장 문제 등에서 보아왔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얄팍한 정치논리에 의해 휘둘리는 정책의 뒤끝이 얼마나 우리를 무능한 그리고 무책임한 기성세대로 만드는 가를... 제발 다시금 반복하질 않길 바란다.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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