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2세, 태어날 때부터 고통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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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폭 2세 환우회 한정순 회장
"등록된 환우회원 만 500여명..'원폭피해자 지원법', 하루 빨리 통과돼야"

원폭2세 환우회 한정순 회장
원폭2세 환우회 한정순 회장
2008년 11월에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경남 의령.함안.합천)을 포함한 여야 의원 103명이 공동 발의한 <원자폭탄 피해자와 그 피해자 자녀의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원폭피해자 지원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앞서, 2005년 8월에도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 등 79명이 원폭피해자 지원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 설치해 피해자 실태조사, 피해자 및 그 자녀에 대한 의료지원, 생활수당 지급, 피해자 추모와 평화 교육의 장 마련을 위한 기념사업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른 예산은 의료지원과 생활 지원 부분을 제외하고 향후 5년간 543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원폭 2세들에게 '원폭피해자 지원특별법안'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새해 초 대구KYC 사무실에서 '원폭 2세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한정순 회장을 만났다. 한 회장은 대구시 달서구 감상동에 살고 있다.

- 환우회는 언제 결성되었으며 회장은 언제부터 맡고 있습니까?
= 2004년 9월부턴 김형율 회장(2002년 3월 한국 최초로 원폭2세 환우임을 커밍아웃)이 선출되어 활동했고 그가 사망한 후엔 2005년 7월 정숙희 회장이 모임을 이끌어왔습니다. 정숙희 회장도 몸이 좋지 않아 회장직을 그만두었습니다. 2008년 4월부터 제가 맡아 하고 있습니다.

- 원폭2세 환우로서 자신의 건강은 어떤지요?
= 무혈성 괴사증으로 수술을 네 번 했습니다. 인공 관절은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조만간 또 수술을 해야 합니다. 아들이 둘이 있는데 큰아들이 뇌성마비입니다.

- 의사 선생님은 무혈성 괴사증이 원폭의 영향으로 보시는지요?
= 시원스러운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라고 답변했습니다.

- 현재 원폭 2세 환우회 회원은 몇 명인가요?
= 약 500명 정도입니다. 평택엔 7~8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구경북 합천지역입니다.

-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인데 어떻게 정보를 알고 가입하나요?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대구경북지부, 합천지부 1세(회의)에 참여하여 협조 요청도 하고 1세들을 통해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환우들을 만났습니다. 합천과 대구는 원폭 1세들이 월례 모임을 하고 있기에 2세들이 1세들로부터 정보를 듣고 가입했습니다. 

- 원폭2세 환우회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필요한 서류가 있어야 할텐데?
= 부모님의 호적등본, 가족관계 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며, 별도 양식의 신청서가 있습니다. 2세 환우들에게 회비도 받고 있나요? 2만원을 받고 있습니다만 년 회비입니다.

- 환우회에 가입하고 있는 회원들은 어떤 증상인가요?
= 2005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를 통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원폭2세들이 발병율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증상은 피부병, 갑상선, 심근경색, 정신분열증, 근육 이완증, 무혈성 괴사증, 면역글로브린 결핍증 등 다양합니다.

- 일본은 '원폭 2세 환우회'라는 모임이 있지요? 일본의 입장은 뭔가요?
= 일본은 피폭2세 단체는 있지만 '환우회'라는 2세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피폭2세 전체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08년 5월에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원폭 전문 병원장을 만나 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엔 2세 환우들이 많이 존재합니다만 방사능 영향에 대한 병원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방사능의 영향이 2세에게도 영향이 있습니까? 일본까지 건너왔는데 병원장님의 시원스러운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만약 '없다' 라고 답변해 주시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2세 환우회 활동을 중단하겠습니다" 라고.  병원장은 쓴 웃음만 지울 뿐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 원폭 2세 환우회 회장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원폭 2세들이 환우회에 가입하고 있지만 자신의 처지를 공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답답할 뿐입니다. 

- 원폭지원특별법안이 2005년에 이어 다시 제출되었는데?
= 2005년엔 한나라당 의원이 특별법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2008년 제출된 법률안에 합천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입법을 주도 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늦었지만 하루 빨리 법률안이 통과되어 우리 환우들이 국가의 지원이 있길 기대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전쟁의 끝은 피해자만 남을 뿐이고 가해자는 없습니다. 태어난 그날부터 고통은 시작되었습니다. 고통의 원인을 속시원히 알고 싶지만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된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되어 아픔을 호소하는 2세들에게 국가의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평화와 통일]
글.사진 김동렬(대구KYC 사무처장)



 <원자폭탄 피해자와 그 피해자 자녀의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
공동발의한 103명의 명단(2008년 11월 25일)

조진래, 강창일, 유성엽, 권영진, 안경률, 이주영, 구본철, 박선영, 원희룡, 김일윤, 성윤환, 김효재, 구상찬, 나경원, 김충환, 송영길, 정희수, 서상기, 원유철, 박기춘,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홍희덕, 이정희, 고승덕, 정의화, 김성회, 정해걸, 유기준, 안상수, 정영희, 김태환, 이인기, 유승민, 유재중, 조배숙, 홍사덕, 이철우, 김춘진, 김학용, 김성수, 이용희, 김영록, 전여옥, 이춘석, 이해봉, 이명규, 이명수, 이달곤, 김태원, 박상은, 이범래, 손범규, 장제원, 강기정, 배영식, 장세환, 김성순, 김희철, 강길부, 강용석, 이성헌, 윤두환, 정갑윤, 김기현, 홍정욱, 안형환, 김충조, 김정훈, 강석호, 주광덕, 백재현, 신상진, 김영우, 김무성, 박준선, 손숙미, 최규성, 황우여, 윤석용, 정진석, 김종률, 안민석, 진수희, 김을동, 원희목, 정진섭, 김용태, 이성남, 이범관, 최인기, 최재성, 박대해, 정장선, 김세연, 홍일표, 이한성, 이은재, 현경병, 정태근, 안홍준, 최규식 의원 (103인)

  * 참고 : 2007년 3월 5일 미-일 방사선 영향 연구소는 '피폭 2세 건강영향 조사'에서 방사능의 유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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