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후 침묵, '형님 의혹' 여전히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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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4가지 사건을 통해 본 방송 보도...대구MBC, '쌀 직불금'. '경북 인사' 돋보여

언론보도 '성역’은 시청자 눈.귀 가리는 것

언론보도는 사건과 현상을 먹고 산다. 사건과 현상을 선택하고 해석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독자와 시청자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지만 한 번 보도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중요하다고 보도한 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챙기는 것 역시 첫 보도와 마찬가지로 살펴야 할 본령이 아닐까?

첫째, 보도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경우-그것은 고질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으므로 당연히 더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둘째, 중요하다고 대서특필한 보도의 뒤가 어떻게 되는지 아직 수용자가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의지도 없는 정부가 발표하기만 기다린다면? 아니 잊었다면? 그 것은 언론이 태만을 추궁당할 일일 것이고 그 경우 언론은 독자․시청자들에게 고개 숙여야 하지 않을까?

최근 대구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3사 보도에 비친 사건 3개와 입을 다물었지만 전국에 다 알려진 사건 하나를 짚어 지역민을 섬겨야 할 지역 언론이 얼마나 수용자-시청자들을 충실히 섬기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구MBC ‘쌀직불금 공직자 어물쩍 처리’

<사건1>공직자 쌀직불금 부당 수령 사건 보도

공직자 쌀직불금 부당 수령 사건과 관련, 대구MBC는 지난 15일 매우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대구MBC 1월 15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1월 15일 <뉴스데스크>
쌀직불금이 공직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된 것이 드러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정부와 자치단체가 아직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 공직자 5백15명과 경상북도 공무원 4천31명이 자진 신고했고 이 가운데 부당하게 쌀직불금을 받았다는 공무원은 대구시 36명, 경상북도 95명이라고 했다.

미 신고자를 찾아내고 징계기준을 자치단체에 내려주는 것은 1월 중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징계까지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정부입장을 주관 부서인 행정안전부 담당자 전화 인터뷰로 전했다. 절차가 있으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공직자 쌀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를 요즘 이 두 자치단체가 엄청나게 홍보하고 있는 조(兆) 단위 각종 정책자금과 연관시켰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어물쩍 처리하려 한다면 조 단위 정책자금을 엉뚱하게 쓴들 시․도민 누가 알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즘 같은 관료만능 사회에서 관료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안 할 수 있음을 동료를 끼고 도는 듯한 대구시․경상북도의 공직자 쌀직불금 부당수령 사건 처리과정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쌀직불금과 관련해서는 의원들이 아예 치외법권적인 입장이란 점도 지적했다.

'경북도 인사 난맥' 김 지사 코드 인사 때문

<사건2>경상북도 인사 난맥상 보도

대구MBC 1월 16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1월 16일 <뉴스데스크>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잇따라 가진 후(전시도 아닌데 그런 회의를 왜 지하벙커에서 하는지, ‘국민 겁주기’가 아닌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비상경제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인사, 행사 할 것 없이 ‘경제’에 걸어 매지 않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경제’․‘경쟁력’․‘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MBC는 지난 16일 경상북도의 실․국장 인사가 ‘난맥’이라고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경제회생에 초점을 맞춰 일할 사람을 발탁했다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일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란 것이다.

지난 15일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은 이렇다.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사람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는가 하면, 핵심 부서장을 너무 자주 바꿔 평균 근무 기간이 6개월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3급 승진자 3명 가운데 1명은 오는 6월 정년퇴직하게 돼 근무할 날이 6개월도 채 안 남았는데 관광산업국장으로 승진 발탁했고 특히 새경북기획단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4명을 교체했으며 환경해양산림국장은 무려 6명이나 교체해 핵심 부서장의 평균 근무 기간이 6개월도 안된다고 했다.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 할 짧은 기간에 사람을 자꾸 돌린 것인데 왜 돌렸느냐가 문제이다. 그렇게 돌려야 경제회생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뜻을 둔 간부를 경제 분야 수장에 앉힌 것도 일 중심 원칙과 맞지 않다’는 기자의 지적은 김 지사의 인사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했다.

한 마디로 경상북도의 최근 실․국장 인사는 ‘엿장수 가위는 엿장수 마음대로 친다’는 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코드인사가 분명한데도 ‘경제회생’을 강조하고 있으니 도민을 우롱하는 인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 도의원의 지적대로 “만약에 도지사를 여섯 번이나 바꿨다면 도정이 잘 돌아가겠나?” 김 지사의 대답이 궁금하다. 되풀이되는 인사난맥을 ‘도지사라면’이라고 ‘역지사지’ 화법으로 지적한 기자의 보도가 답답한 요즘 분위기를 좀 더 무겁게 하는 경상북도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이옥산' 사건 터질 때마다 비슷한 보도 되풀이

<사건3>발암물질 1,4다이옥산 고농도 검출, 두류정수장 가동중단 속보.

낙동강 왜관 지점에서 발암물질 1,4다이옥산이 환경청 권고 기준치인 50ppb 이상 검출됐고 그것도 고농도 상태를 유지해 17일 현재 대구시가 두류정수장 가동을 이틀째 중단했고 매곡정수장에서도 1,4다이옥산이 우려할 수준이란 내용이다.

1,4다이옥산 검출로 두류정수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KBS대구와 대구MBC, TBC가 연일 속보했고 중앙뉴스로도 다뤄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구미․김천의 화섬 대기업 9곳이 문제의 발암물질을 배출했으며 갈수기가 원인이고 행정당국이 고강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의 흐름이다. 즉, ▲‘김천․구미 화섬업체 아홉 곳과 환경당국이 맺은 협약이 자율이어서 가뭄이 심각할 때마다 1,4다이옥산의 농도가 권고기준인 50ppb를 웃도는 일이 재발하지만 개선 권고만 할 뿐’(KBS대구), ▲‘겨울철 수온이 낮을 때 문제가 되는데 낙동강의 수량까지 적어져서’ ‘지난달까지 20ppb대에 머물던 다이옥산 농도가 이 달 초부터 40ppb를 넘어섰지만 환경당국은 권고치를 넘어선 이 번 주에야 댐 방류량을 늘려 늑장대처가 화를 키웠다’(대구MBC), ▲‘지금처럼 가뭄이 계속되면 다이옥산의 농도가 높아져 정수장 가동중단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TBC)고 원인과 결과를 전했다.

이번에도 보도흐름은 ‘낙동강 왜관 대교 지점 1,4다이옥산 고농도 검출’→‘시민 식수 불안’→‘고강도 대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1,4다이옥산 고농도 검출’은 낙동강예서만 터지므로 입법화가 쉽지 않다는 대구환경청 관계자의 말을 들을라치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염려되고, ‘백년하청(百年河淸)’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도 싶지만 문제는 시․도민의 식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이 언제까지 ‘다이옥산’ 보도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업 활동도 좋지만 시민의 먹는 물 불안 해소는 그것보다 더 우선해서 지켜야 할 부분이 아닐까?

'지역 사건' 지역 매체가 외면하면 누가 다루나 

<사건4>한상률 국세청장-‘형님’ 측근 등 부적절한 회동 의혹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나 이 대통령의 동서로 알려진 인물 등 포항․대구 인사들과 부적절하게 어울린 행적을 중앙언론과 인터넷 언론이 다뤘지만 대구 언론(방송)은 다루지 않았다.

인터넷신문 ‘PRESSIAN’의 1월15일치 “갈 길 바쁜데”…MB 친인척부터 측근까지 ‘구설’ 보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서 열린 식사자리에서  한상률 전 청장이 (대통령의 동서를 가리켜) “그 사람이 신 씨인지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이 자리에서 한 전 청장이 신 씨에게 ‘충성주’를 올리며 국토해양부 장관 자리를 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지역의 문제를 우리 지역 언론이 다루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일반 시청자들에게 보도에 성역 또는 금기(그래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가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으로, 언론 보도의 신뢰도에 스스로 흠집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껄끄러울 수는 있어도 다뤄야 할 사항을 다룰 때 독자, 시청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매체를 비로소 신뢰하게 될 것이다.

침묵의 이유는?

조선 시대 국왕의 조회에서 만조백관들은 허리를 구푸려 국왕에게 절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사헌부 장령만은 절하지 않았다. 누가 왕에게 절하지 않는지 살피는 게 임무였기 때문이다. 오늘의 언론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현대판 사헌부 장령과 같다. 국민을 상전처럼 여기고 섬겨야 할 관료 가운데 누가 국민을 기만하는지, 태만히 하는지 살피는 의무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한상률 전 국세청장-‘형님’․이대통령 관련 인사 의혹에 지역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가 남이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아서 기는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사건이 되지 않아서’일까?

이명박 정부 들어 대구를 포함한 지방 언론 환경은 더 척박해지고 종사자들은 매우 고단해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소문이 언제 현실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당당하게 소임을 다하는 대구언론이 되기를 독자-시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4]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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